[청세] 품목 고민하랴 가격 따지랴···'기프티콘' 문화에 피곤한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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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세] 품목 고민하랴 가격 따지랴···'기프티콘' 문화에 피곤한 20대

여성경제신문 2023-12-21 12: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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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기프티콘, 카카오톡 선물하기 화면 캡처/강릉원주대 학생
5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기프티콘, 카카오톡 선물하기 화면 캡처/강릉원주대 학생

기프티콘은 선물을 뜻하는 기프트(gift)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로 최근 확산하는 모바일 선물이다. 주고 싶은 사람이 교환처에서 상품을 교환권 형태로 구매해 수신자에게 선물한다. 수신자는 이 교환권을 교환처에 제시하고 해당 상품을 받는다.

20대 사이에서 기프티콘은 인기가 높다. 실용적이고 간편한 선물 주고받기 방법이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생은 "우리에겐 기프티콘의 디지털, 모바일 형태가 적합하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쉽게 구매해 전송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라고 말한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은 '선물하기' 코너에서 식품, 화장품, 옷, 영화 상품권 등을 기프티콘으로 판매한다. 커피·음료 부문이 가장 인기를 끈다. 요즘 치킨, 피자, 패밀리레스토랑 상품도 할인된 가격에 제공한다.

그러나 기프티콘 이용의 확산은 연관된 새로운 에티켓 문화와 부담을 만들고 있다. 이제 젊은이들은 '관계를 맺는 사람 중 누구와 얼마짜리 기프티콘을 주고받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자주 고민한다.
 
기성세대는 가까운 사람이 결혼하거나 돌잔치를 하거나 상을 당할 때 축하하는 차원에서 축의금을 낸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도 축의금을 낸다. 받은 쪽은 준 쪽의 비슷한 대소사 때 마찬가지로 축의금을 낸다. 20대의 기프티콘 주고받기는 이러한 축의금 문화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강릉원주대 학생 유씨(24)는 최근 고교 동기 친구가 생일을 맞았다는 알림을 스마트폰으로 받았다. 친한 사이였기에 유씨는 그 친구에게 3만원짜리 치킨 기프티콘을 보내줬다. 그러나 자기 생일 때 유 씨는 그 친구로부터 아무 선물도 받지 못했다. 유모 씨는 "서운한 기분이 들어 그 이후로 사이가 어색해졌다"라고 말했다.

기프티콘을 받는 쪽도 부담을 느낀다. 강릉원주대 학생 황씨(24)는 자기 생일 때 대학교에서 만나 친해진 친구로부터 수만원짜리 기프티콘을 받았다. 황 씨는 "그 친구에게 비슷한 선물을 줘야 하는데 나는 늘 돈이 부족해 부담스럽다"라고 했다. 무시하면 관계가 멀어질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이렇게 상당수 학생은 기프티콘은 받기만 해서는 안 되는 축의금·부의금처럼 느낀다.

이에 따라 인간관계가 기프티콘을 주고받는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로 나뉘기도 한다. 고려대 재학생 정씨(22)는 "동기들과 기프티콘을 주고받는다. 어느정도로 친한 사람까지 기프티콘을 줘야 하는지, 애매할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강릉원주대 문씨(21)는 "인사만 나누는 정도인 친구부터 선물을 받으면 불편할 것 같다"라고 했다. 

2만원짜리 기프티콘을 열 번만 구매해도 20만원을 쓰게 된다. 대학생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안 주고 안 받기가 자기 뜻대로 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기프티콘 문화가 경제적 어려움을 키우기도 한다.

기프티콘을 주고 받는 대화방 /강릉원주대 학생
기프티콘을 주고 받는 대화방 /강릉원주대 학생

경기대 학생 심씨(24)는 생일 때 친구들로부터 합산 20만원이 넘는 기프티콘을 받았다. 심씨는 "마음은 고맙지만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다"라고 했다. 가천대 학생 김씨(21)는 "대학 동기 사이에 생일을 챙겨주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나는 일일이 선물을 보낼 만큼 돈이 넉넉하지 못하다. 동기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라고 말했다.

강릉원주대 홍씨(24)는 친구로부터 기프티콘을 받으면 더 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그보다 조금 더 비싼 기프티콘을 줬다고 한다. 홍 씨는 "2만원짜리를 받으면 3만원짜리를, 3만원짜리를 받으면 5만원짜리를 보내는 식으로 했더니 기프티콘 한 장이 10만원을 넘기도 했다"라고 했다.

연인 등 가까운 사람에게 기프티콘을 줄 땐 상대방의 취향과 선호도를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선물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이성 친구가 생기면 기프티콘 지출이 올라간다"라고 말한다. 건국대 재학생 최씨(24)는 "선물의 가격이나 종류에 따라 받는 쪽은 '우리 관계가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서운함을 느끼기도 한다"라고 했다.

직장 내에서도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마음에 기프티콘을 보내기도 한다. 강릉에 사는 강씨(24)는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형에게 기프티콘을 보낸 뒤 더 친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대에게 기프티콘은 유용한 소통 수단이지만 금전적 부담이 되기도 한다.

기프티콘 문화가 낸 만큼 돌려받는 축의금 문화의 축소판이 되어 가면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곳은 기프티콘 발행처와 모바일 메신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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