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최태웅(47) 현대캐피탈 감독은 배구계에서 ‘바른말’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루 5시간 이상 배구 영상을 분석하는 등 배구에 빠져 사는 날이 많은 감독인 동시에 직언도 서슴지 않는다. 시즌 초 논란이 된 서브 이중 동작과 관련해서도 직언을 날리며 안타까워했다. 최태웅 감독은 지난 10월 26일 경기에서 상대 한국전력이 2세트에서 서브 이중 동작으로 점수를 올리자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최 감독은 당시 현대캐피탈 선수들에게 “배구가 자꾸 변질되고 있어 답답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선수들에게 배구와 인생 멘토로서 많은 것을 전해주고 싶어 하는 최 감독은 17일 대한항공전에서 세트스코어 0-3(24-26 17-25 16-25)으로 패하자 다시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건넸다.
최 감독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실력이 부족해서다. 대한항공은 잘했고 우리는 못했다. 경기장에서 부담감을 가질 때 ‘자신감이 부족한가’란 생각했는데 다 실력 부족인 것 같다“며 ”우리 선수들이 대표팀에 많이 들어가 있는데 한국 배구를 망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발전을 위해 시스템, 마인드를 구축하려고 이것저것 다 했지만 안 되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고 작심 발언했다.
최 감독은 지난 몇 년간 팀을 재건해 왔다. 과거 문성민(37), 신영석(37·한국전력) 등이 팀 성적을 견인했다면 최근엔 허수봉(25)과 홍동선(22), 김명관(26) 등 대표팀에도 선발된 젊은 선수들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1세트에서 시종일관 앞서다 듀스를 허용하고 세트를 내준 것에 특히 화를 냈다. 23-18 리드 상황에서 내리 점수를 허용하고 24-26으로 세트를 내준 것이다.
최 감독은 "우리 팀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많이 들어가 있는데 배구는 이름만 갖고 하는 게 아니다. 선배들이 피와 땀으로 만들었던 성과를 젊은 선수들이 얻어가려는 생각이 든다. 정신력, 투지, 열정 등 모두 부족하다. 그동안 훈련량을 늘렸지만 이제 훈련 강도도 높여야 할 것 같다. 선수들이 대표팀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이런 정신이라면 대표팀에서 또 다른 실패를 할 것이다. 팀에서 기본부터 더 다져야 할 것이다"라고 힘주었다.
그는 대대적인 팀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실제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캐피탈은 4승 12패 승점 15에 머물고 있다. 남자부 7개 구단 가운데 6위에 그치고 있다.
최 감독은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항상 프로 선수가 돼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지만 아직 선수들은 그게 어떤 건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로는 극약이 명약’이라 했다. 선수들을 향한 최 감독의 질책이 현대캐피탈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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