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가 실험적인 드라이브 스루 커피 매장, ‘코스맥스’를 열었다. 코스맥스로 경쟁이 치열한 커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어쩌면 맥도널드에겐 이미 필승 전략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목요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에 있는 볼링브록에 수백 대의 차량이 몰려들었다.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사람들은 몇 시간씩 줄을 서야했다. 뇌물을 주고 차례를 바꾸는 이들도 있었다.
주민이 채 8만 명도 안 되는 이 마을 일대에 이처럼 긴 차량 행렬이 만들어진 이유는 단 한 가지. 맥도널드가 새롭게 내놓은 콘셉트 스토어 ‘코스맥스’의 특제 음료를 맛보기 위해서다.
개장(12월 7일) 하루 전에서야 계획이 공개된 코스맥스는 “음료의 문화를 탐험하는 것에 중점을 둔” 레스토랑이다.
다른 맥도널드 매장과 달리, 코스맥스는 드라이브 스루로만 운영된다. 이곳은 ‘스페셜티 레모네이드’, ‘콜드 커피 칵테일’, ‘시그니처 슬러시’ 등에 “대담하면서 예상치 못한 맛의 조합”이라 자부하고 있다. 맥도널드는 2024년 말까지 미국에 이 브랜드의 파일럿 매장을 약 10개 정도 열 계획이다.
코스맥스는 마치 패스트푸드처럼 커피를 파는 기업들이 즐비한 시장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브랜드다.
커피 분야 인사이트 플랫폼인 ‘알레그라 월드 커피 포털’ 자료에 따르면, 브랜드 커피 시장은 현재 팬데믹 이전보다 7% 더 성장했다. 2024년엔 시장 선두 주자 ‘스타벅스’와 ‘던킨’의 미국 내 매장 수가 각각 1만6144개와 9434개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업계 상황은 이제 막 뛰어든 신생 업체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스맥스가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독자적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틈새 찾기
식음료 인사이트 플랫폼인 ‘스낵스샷’ 창립자인 안드레아 에르난데스는 Z세대와 알파세대(1996년에서 202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소비자에게 호소할 만한 무언가를 코스맥스가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난데스는 “밀레니얼 세대의 음료는 스타벅스였지만, Z세대는 그 문화에 저항감을 갖고 있다”며 “그들은 다른 것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세대에겐 “원하는 대로 조합할 수 있는 음료”가 좋은 반응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화에 대한 열망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는 해시태그 집계 기준으로 조회수 40억 회를 넘은 ‘틱톡’ 커뮤니티 ‘드링크톡(DrinkTok)’이다.
드링크톡 커뮤니티 참여자들은 스타벅스의 ‘핑크 말차’ 같은 음료를 개인 취향대로 변형해 인터넷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그런데 코스맥스의 메뉴를 보면, 맥도널드는 이러한 소비자 욕구 공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파악한 듯하다.
코스맥스 보도 자료는 “(우리 매장에선) 입안에서 팡팡 터지게 하는 보바차 만들기, 다양한 맛 시럽 넣기, 에너지 또는 비타민 C 샷 추가 등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코스맥스의 메뉴는 차가운 음료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과도 잘 어울린다. ‘알레그라 월드 커피 포털’ CEO 제프리 영은 “젊은 소비자는 차가운 음료를 선호하는 반면, 나이가 많은 소비자는 뜨거운 음료를 선호한다”는 데이터가 있다고 말했다. 에르난데스는 이 현상을 “(젊은 세대에서 나타나는) 차가운 음료 우세”라고 표현했다.
현재 코스맥스 메뉴 중 따뜻한 음료는 커피 6종과 다양한 종류의 차, 기본적인 핫 초콜릿이다.
하지만 사실 이곳의 메뉴는 토피 사탕(설탕, 버터, 물을 함께 끓여 만든 것)를 뿌린 ‘에스모어 콜드 브루’를 포함한 아이스 커피들과 슬러시, 프라페 등 젊은 층을 겨냥한 차가운 음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드링크톡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과일 맛이 강한 음료도 선보이고 있다.
개점 초기 코스맥스를 둘러싼 반응을 보면, 이런 전략은 제법 효과를 발휘하는 듯하다. 다만 매장이 미국 중심부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는 탓인지, 아직까지 드링크톡에 사용자들이 만든 코스맥스 칵테일 레시피가 올라오진 않았다.
하지만 코스맥스를 뜻하는 해시태그 ‘#CosMc’의 조회수는 이미 3900만 회를 돌파했다. 또 틱톡 인플루언서들이 코스맥스와 관련된 콘텐츠를 게시하면 수십만 개의 “좋아요”가 쏟아진다.
‘남들과 다른 음료를 마시는’
맥도널드는 브랜드 커피 시장에 새로 진입한 기업이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맥도널드는 이미 미국 매장에서 판매 중인 ‘맥카페(맥카페는 미국 외 지역에도 독립형 매장으로 폭넓게 진출했다)’를 통해 커피와 소비자에 대해 많은 정보를 확보했다.
일부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맥도널드는 매년 5억 잔 이상의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맥카페는 커피와 에스프레소 같은 따뜻한 음료가 중심을 이룬다. 또한 유서 깊고 상징적인 유럽식 커피 문화에 기반해, 편안한 좌석과 재즈풍 분위기에서 고객들이 여유를 천천히 즐기도록 장려한다.
코스맥스의 접근법은 이런 모델과는 다르다. 맥도널드의 기존 브랜드인 맥카페뿐만 아니라 경쟁사들과도 차별화되는, 빠르고 유쾌한 경험을 강조한다.
에르난데스는 이 새로운 시도가 코스맥스의 성공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던킨은 ‘미국은 던킨(커피)으로 돌아간다’고 할 정도로 실용성을 강조하는 브랜드고, 스타벅스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가깝다”고 했다.
“맥도널드가 성공하려면 다른 유형의 소비자를 공략해야 합니다.”
알레그라 CEO인 영은 “새로운 시대의 젊은 소비자들은 재미있는 것을 원하고, 접근성이 높기를 바란다”며 “키오스크 사용, 휴대폰 주문, 드라이브 스루 이용 등 빠른 속도의 서비스도 희망한다”고 말했다. “(맥도널드는)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은 겁니다.”
그는 또 이 세대 소비자들은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이 스타벅스와 던킨도너츠를 찾는 이유였던 ‘컬트적인 감정적 애착’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새로운 세대는 독특하고 편리한 환경에서 자유롭고 대담하며 고도로 개인화된 선택지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스맥스는 스타벅스와 던킨의 직접적인 경쟁자로서 커피 업계에 혁명을 일으킬까? 어쩌면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르난데스와 영의 말처럼,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이미 이 브랜드는 구매력을 갖추기 시작한 Z세대와 알파세대, 즉 젊은 소비자들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은 “(이러한 전략이) 천재적 발상일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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