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서울 대형병원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서울권으로 묶인 상급종합병원 진료 권역을 분리하려던 제주도의 계획이 실패했다.
보건복지부가 14일 행정 예고한 '진료권역별 상급종합병원의 소요병상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제주도는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경기도 광명시, 과천시, 구리시 등 7개 기초자치단체와 함께 서울권으로 분류됐다.
이 개정안은 각 권역별로 필요한 상급종합병원 병상 수와 각 지역을 어느 진료 권역에 포함할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상급종합병원에 도전하는 의료기관이 가장 관심을 갖는 기준 중의 하나다.
제주는 이번에도 서울권으로 분류됐다. 제주는 지리적으로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정부는 도민들의 수도권 병원 이용률이 높고, 응급헬기 또는 항공편으로 신속한 환자 이동이 가능하다며 그동안 제주를 서울 진료 권역으로 묶었다.
제주도는 제주가 서울권에 묶여 서울 대형병원들과 경쟁하는 구조에서는 도내 2차 의료기관들이 난치병을 전문 치료하는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으로 승격할 가능성이 없고, 이로 인해 해마다 도민들이 원정 진료를 떠나야 한다며 제주만의 독립된 권역을 요구해왔다.
제주도는 제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 발표를 앞둔 최근까지 복지부에 건의문을 보내거나 간담회를 갖으며 권역 분리를 지속 요구했지만 소용 없었다.
현재 제주에서 상급종합병원에 도전하는 2차 의료기관은 제주대학교병원이다. 제주에선 첫 상급종합병원 도전이지만, 권역 분리 실패로 서울 대형병원과의 경쟁 구도가 유지되면서 지정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경쟁은 사실상 상대 평가에서 결정되는데, 상대평가 항목에서 가장 많은 배점을 차지하는 중증 응급질환 비율이 제주대병원은 36%, 경쟁병원들은 60~80% 수준이기 때문이다.
5기 상급종합병원에 도전하는 서울권역 의료기관은 서울대병원과 서울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일명 '빅3'를 포함해 4기 상종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14개 의료기관과 새롭게 신청한 제주대병원과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중앙보훈병원 등 16곳이다. 5기 상종병원 선정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된다.
도 관계자는 "복지부는 용역으로 타당성을 먼저 검증해야 제주 권역 분리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권역 분리가 안된 상황에서는 제주대병원이 5기 상종병원으로 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상급종합병원은 이식 수술 등 난이도가 높은 의료 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을 말한다. 상급종합병원이 되기 위해선 중증환자 진료 비율이 30%를 넘어야 하고 내과, 외과 등 총 20개 진료 과목을 갖춰야 한다. 현재 제주엔 상급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어 해마다 1만4000명이상의 도민이 원정 진료를 떠나며 이로 인한 원정 진료 비용이 2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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