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고려대 ‘탐사기획보도’ 수업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를 연재합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이 수업을 지도하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
2022년 4월 코로나19 팬데믹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해제되며 대학가는 다시금 활기를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되던 때 대학에 입학한 일명 '코로나 학번' 학생들도 캠퍼스로 돌아왔지만, 재학 기간이 2, 3년으로 비교적 짧은 전문대학 학생 다수는 그러지 못했다.
올해 2월 대전보건대학교를 졸업한 20학번 이재남 씨(22)는 학교 기숙사 4인실을 1년 반 동안 홀로 지켰다. 2020년 3월 개학 때 기숙사는 새내기들로 붐볐으나 방역 정책으로 인해 비대면 수업 원칙이 발표되며 입주 일주일 만에 기숙사생의 2/3 이상이 스스로 퇴사를 결정했다. 이씨의 룸메이트 3명은 입사 이튿날 대면 수업이 없을 것이라는 학사 공지가 발표되자 모두 방을 떠났다. 넓은 방을 혼자 쓴다는 기쁨도 잠시, 그는 고립됐다.
"4년제 대학 학생들과 달리 2, 3년제 전문대학 학생들에게는 대학 생활이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었죠."
이씨는 기숙사가 학교에서 떨어진 탓에 수업 외에는 캠퍼스에 갈 일이 없었다. 기숙사 또한 졸업 후 떠난 선배들의 자리를 채울 신입생이 입주하지 않아 모두 공실이 되었다.
2022년 2월 장안대학교를 졸업한 이예지 씨(23)도 캠퍼스로 돌아가지 못한 채 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졸업 후 가장 아쉬운 점으로 정상 운영되지 못한 실습 수업을 꼽았다.
취업을 위해 전문대학에 입학한만큼 한 학기 3개 과목 이상의 실습수업을 수강했지만 결국 온라인 이론 수업으로 대체됐다. 부족한 경험을 메꾸기 위해 곧장 취업에 도전하는 대신 편입을 고려하는 동기들도 늘었다.
이씨는 "결국 취업에서의 이점이 사라진 느낌이였다"고 말했다. 그도 마찬가지로 졸업 이후인 올해 10월 취재 당시까지도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이었다.
학교에 가보지 못한 채 진행된 전문대학 현장 실습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학생들은 실습 장소 선정 이전에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없었고 교수 또는 선배들과 면담할 환경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재남 씨는 실습을 나갈 병원에 대한 선배들의 조언을 얻지 못한 점을 실습 중 가장 아쉬운 점으로 평가했다.
실습 기간 또한 4주에서 2주로 단축됐다. 이예지 씨는 지역 병원에 영양사로 실습을 나갔으나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지 못했다. 실습에 나가면 선배들에게 현업 업무를 배우는 것은 물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평가받을 수 있다고 들었지만 단축된 기간 탓인지 선배들은 실습생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이씨는 "2주 실습해서 크게 배우는 게 없다는 걸 스스로도 느낄 정도였는데 현장에서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 볼 때는 금방 나갈 학생일 뿐이었을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습과목 시험을 온라인으로 치르기도 했다. 응급구조 실습과목 평가를 위해서는 강의실에서 인체 모형과 의료기구의 이용이 필요했으나 온라인 평가에서는 응급조치하는 모습을 허공에 흉내 낼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응급처치 수업이 아니라 의료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기분이었다"고 전하며 본인이 실제로 잘 해냈는지 세밀히 평가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힘들게 딴 졸업장도 캠퍼스로 돌아오지 못한 전문대학 코로나 학번들의 상실감을 온전히 메꾸지 못했다. 이씨는 "대부분 취업을 목표로 하는 전문대학의 특성상 졸업하고 나서 학교에 가지 못한 설움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진로를 위해 졸업과 동시에 응급구조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이후 학교와의 연이 끊어졌다. 졸업 직후 군에 입대한 이씨는 선후배나 동기들은 물론 교수들한테도 취업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없어 막막하다고 전했다. 취업을 위한 학내 커뮤니티가 다시 운영되고 있지만, 졸업생인 이씨에게는 해당하지 않았다.
코로나 학번 졸업생에 대한 편견도 꼬리표처럼 따라왔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코로나 학번에 대한 게시물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확실히 코로나 세대 아이들 보면 이타성이나 공감 능력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다', '전공 능력, 사회 능력은 없고 바라는 건 많다' 등의 게시물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글로 올라섰다.
이예지 씨는 직장에서도 코로나 학번 졸업생에 대한 편견을 은연중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중 실수를 한 다른 신입 사원에게 상사가 "OO 씨 코로나 때 학교 다녔던가?"라고 물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내에서 직접적으로 코로나 학번 졸업생을 비난하는 분위기는 없지만 다를 어느 정도 돌려서 비난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대학 코로나 졸업생들은 졸업 이후에도 대학생으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다.
이장호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Copyright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