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산 대비 중국산 가격 싸고 품질 우수
롯데정밀화학 제외하면 관련기업 모두 중기
중국 의존도 낮추고 국내 생산 높여야
[아시아타임즈=오승혁 기자] '요소수 대란' 이후 2년간 요소수의 중국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중국의 차량용 요수 수출 중단으로 인해 2021년에 있었던 요소수 대란의 재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로 인해 업계와 소비자의 걱정은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2년 전 요소수 대란을 겪고도 이번 사태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5일 서울 시내 한 주요소에 붙어 있는 요소수 판매 안내문.(사진=오승혁 기자)
5일 관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요소 수입액의 71%를 점하던 중국산 요소의 점유율은 지난해 약 67%로 4% 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약 91%까지 수입액이 상승하면서 중국산 요소가 전체 요소 수입액의 거의 전량을 차지하는 모습이다.
요소는 크게 농업용과 산업·차량용으로 나뉜다. 농업용은 비료로, 산업·차량용은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 장치나 석탄발전소 탄소 저감 장치에 쓰인다. 이번에 중국 통관이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은 건 ‘차량용 요소’다.
자동차, 화학, 운송 업계에서는 지난 2021년에 터졌던 요소수 품귀 현상 때와 비슷한 모습이라며 요소수 사태의 재발을 우려하고 있다. 2년 전의 요소수 품귀 현상은 미국, 유럽 등의 글로벌 주요 국가 중 특히 국내 시장에서만 운전자 등에게 큰 고통을 야기했다.
타국에 비해 높은 디젤차량 운행량과 중국에 원재료 대부분을 의존하면서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은 디젤 엔진 비중이 승용차와 화물차 모두에서 낮기 때문에 요소수 품귀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디젤 차량의 비중이 2021년 기준 약 40%로 높던 유럽 역시 요소수 공급처를 다각화했기 때문에 별다른 위기를 겪지 않았다.
그런데 2021년 11월 요소수 대란을 낳은 국내 차량용 요소수의 중국 의존도는 지난 2년여 사이 오히려 더 확대됐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차량용 요소수 등의 원료인 요소 수입에서 중국 비중(중량 및 수리일 기준)은 2021년 83.4%에서 지난해 71.7%로 줄었다가 올해 1~10월 91.8%로 다시 확대됐다.
정부는 9월 초 중국 최대 화학비료 수출입 업체 중눙그룹홀딩스가 중국 내 비료 공급과 가격 안정을 이유로 “요소 수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하고 외신 보도를 통해 국내에서 ‘제2의 요소수 대란’ 우려가 불거졌을 때도 “문제없다”며 여론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도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중국에 거의 전량을 의존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공급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요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와 간담회를 하지만 정부는 재고분을 비축해두라는 말뿐 달라진 건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중국 요소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의존도와 불확실성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한데 정부 대응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중국 정부를 설득해 한국으로의 요소 공급을 원활하게 해달라고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커 국내 요소수 수급 불안이 수시로 불거질 수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중국 화학비료 업계 온라인 플랫폼인 중국화학비료망을 통해 한 전문가는 “최근 요소 시장에 흔들림과 약세가 나타나고 있고 호재와 악재 요인이 팽팽하다”며 “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1~3월)까지 요소 수출이 제한받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이런 지적에 공감하며 그간 수입다변화를 위해 애썼지만, 현실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남아산에 비해 중국산의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은 더 낫기에 그렇다. 또한 롯데정밀화학을 제하면 요소수 관련 기업이 모두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다변화가 어렵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지난주 기준으로 동남아산 요소수가 중국산에 비해 10∼15% 가격이 높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동남아산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동남아산 요소수에서 가끔 탁한 액체가 발견되는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택을 꺼리는 점 역시 다각화의 장벽으로 지적된다.
지난 9월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통제하면서 바로 요소수 대란이 재발되리라고 걱정했지만 당시에는 중국 의존도가 낮은 비료용이 등을 대상으로 해 국내 파장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3개월 만에 차량용 요소까지 중국이 통제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대란 이후 2년이 흐르면서 농업, 비료용 요소의 중국 의존도는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차량, 산업용 의존도는 여전히 높아 화물, 운송 시장 등에서 특히 품귀를 걱정하고 있다. 올해 1∼7월을 기준으로 농업용 요소의 중국 의존도는 17.4%지만, 차량용의 대중 의존도는 90.2%다.
현재 국내 재고 및 중국 등의 국가에서 국내 도입을 앞둔 물량을 포함하면 총 3개월치의 요소수가 확보되어 있다. 3개월 안에 관계 개선에 나서지 못하면 2년 전보다 더 큰 요소수 대란에 빠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3개월 비축분을 모두 사용하기 전에 외교 문제로 중국의 요소 관련 조치를 해결하는 한편 동남아산의 적극 도입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이루고 생산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대책을 제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요소수가 국내 생산이 가능한 만큼 여기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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