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 내 집을 마련하고자 고군분투하는 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가 중국 청년들의 많은 공감을 얻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장이량(량량)과 아내 동리쥔은 중국에 사는 30대 부부로, 건설 예정 아파트를 구입한 이후 지난 2년간 자신들에게 벌어진 일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이들이 운영하는 ‘량량-리쥔 커플’ 채널은 더우인(중국판 ‘틱톡’)에서 팔로워 40만 명 이상을 기록 중이다.
처음엔 축하할 일인 줄 알았으나, 이내 부동산 개발업자와의 갈등 등 여러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최근 몇 주간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폭행당했고, 자신들이 올리는 영상은 검열당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온라인상에서 수백만 명의 공감을 샀다.
작은 도시 출신으로 대도시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품은 이들의 사연은 많은 평범한 중국인들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듯하다. 경기 침체로 인한 부동산 위기 속에서 여러 사람들이 겪고 있는 희망이 무너진 상황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더우인 이용자는 “여러분들이 올린 삶이 바로 현실”이라면서 “사실 대부분 청년들의 삶이 힘들다. 매일 밤 파티가 열리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고 적었다.
‘좋아요’ 수백 개를 받은 한 댓글은 “이들이 이야기가 곧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공감된다”고 했다.
일부에선 이들 부부의 꿈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세운 소위 ‘중국몽’, 즉 ‘중화민족의 부흥’을 잘 나타낸다고 말한다.
한 전직 언론인은 자신의 SNS에 올린 영상을 통해 “량량-리쥔 부부는 ‘중국몽’의 선명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들 부부는 모든 이, 특히 청년들에게 다른 사람들은 고사하고 가장 부지런하고, 법도 잘 지키고, 긍정적인 시민들 또한 중국몽을 꿀 자격이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중국 현실의 잔인한 면을 보여준 량량과 리쥔에 감사합니다.”
그러나 해당 영상은 삭제됐으며, 웨이보 계정도 차단된 상태다.
한편 량량-리쥔 부부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여러 감정에 휘말리게 된 사연의 중심엔 이들이 구입한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2021년 11월 더우인을 통해 아파트를 사게 됐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리며 “저 반짝이는 불빛 중 이제 하나는 우리 것”이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이후 이들은 자신들이 계약한 아파트의 건설 진행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영상을 올리는 한편, 거의 매달 공사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1달 후, 리쥔은 나쁜 소식을 전했다. 회사의 급여 삭감 정책을 받아들여야만 했는데, 이에 이젠 2000위안(약 36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해당 영상에서 리쥔은 남편 량량에게 소식을 전하며 “우리 월급은 이미 낮다 … 어떡하냐”며 울먹였다.
이 영상 속 상황은 증가하는 실업률 속 중국 전역에서 공감을 샀을 것이다.
한 사용자는 “이 부부의 영상을 보며 우는 게 나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량량-리쥔 부부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22년 5월, 이들 부부의 아파트 개발업체 ‘수낙 차이나 홀딩스’(이하 ‘수낙’)가 채권 이자를 내지 못한 뒤 결국 재정 문제를 시인한 것이다.
이 시기 ‘헝다(에버그란데)’와 같은 여러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채권을 상황하고 아파트를 건설해 공급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러나 량량과 리쥔은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수낙의 이러한 발표 며칠 뒤에도 량량은 영상에서 “우리는 수낙을 선택했고 그렇기에 이들을 믿는다. 수낙이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이고, 아파트 건설을 끝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2달 후 공사는 중단됐고, 이들 부부는 지난 몇 달간 수낙 측에 공사 재개를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이들 부부 사이에선 딸 하나도 태어났다.
올해 초 공사가 재개되며 이들의 삶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였지만, 량량과 리쥔은 자신들이 몇 달간 요구해왔던, 수낙 측이 여전히 자신들에게 리베이트 2만위안을 갚아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던 11월 15일, 이들은 수낙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하며, 회사 측과의 만남을 생방송으로 송출했다.
그리고 이날 이후 이들 부부의 공동 더우인 계정엔 영상이 올라오지 않는다.
그러나 곧 중국 온라인상에선 량량과 리쥔 부부가 송출 중 폭행당했다는 게시물과 댓글로 떠들썩해졌다. 현재 해당 생방송 영상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다만 사용자들이 공유한 화면 캡쳐본에 따르면 남편 량량은 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11월 18일 리쥔의 개인 계정에 올라온 또 다른 영상에서 리쥔은 “이 사회엔 우리가 따라야 할 많은 규칙이 있다. 우리의 영상이 제한되거나 사라져도 드문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량량과 리쥔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으며, 현지 경찰 또한 ‘서던 메트로폴리스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공격자들을 “처벌”했으며, 후속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낙 측은 BBC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해당 사건은 중국 언론과 온라인에서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중국의 트위터라 할 수 있는 웨이보에서도 관련 댓글 및 게시물 수만 건이 달리며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의심하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좋아요’가 가장 많은 어느 댓글엔 “사람들이 구타당하고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그럼 사는 건 허용되나?”고 물었으며, 또 다른 웨이보 사용자는 “우리는 저들을 도울 수 있나, 우리 사회를 도울 수 있나”고 적었다.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 편집장 출신인 후시진은 웨이보에 “이들 부부는 개발업체를 계속 찾아갔다. 왜냐하면 이들은 매우 가난하고, 그 돈이 정말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구타당하는 장면을 기록했다. 부당한 취급을 받았으나 갈 곳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서민들의 노고가 결실로 이어지고, 미래에 대한 이들의 열정과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량량과 리쥔 부부는 아직도 리베이트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지난주, 이들 부부는 정저우를 떠나 량량의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발표하며 중국 사회에 분노와 실망으로 가득 찬 새로운 담론을 촉발했다.
“저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그래서 이들 부부의 문제가 끝나는 이 방식이 우리에게 특히 고통스럽게 다가온다”는 댓글엔 ‘좋아요’ 수천 개가 달렸다.
그러나 이후 량량과 리쥔 부부는 아직 완전히 결정한 건 아니라고 말하며, 공감과 동시에 혹시 이러한 관심으로 이윤을 취하는 건 아닌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정저우시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지는 걸 막으려는 지방 당국의 압력에 굴복한 건 아닌지 묻는 이들도 있었다.
리쥔이 개인 계정에 올린 최신 영상엔 “너무 어렵다. 나로 살기 너무 어렵다”는 댓글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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