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오면서 많은 기업과 대학이 사원, 학생 선발에 AI 면접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원자들은 AI 면접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험생 김모 군(18)과 최모 군(18)은 원하는 대학이 면접전형을 AI 면접으로 진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AI 면접 코칭 프로그램에 가입했다. 이들은 "패턴을 익히면 AI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AI 면접에도 소위 요령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회사원 홍모 씨(28)는 입사할 때 세 번에 걸쳐 면접을 봤다. 이 중 2차 면접은 AI 면접이었다. 홍 씨는 "많은 대비를 했는데 정작 AI가 내 얼굴을 인식하지 못했다. 면접을 제시간에 시작하지 못했고 이때 AI에 대한 신뢰가 많이 깨졌다"라고 말했다.
생성형 AI는 정교한 텍스트 응답 등 광범위한 이점을 제공하고 있으나 '환각 현상'이라고 불리는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개인 식별 정보를 외부에 노출할 수도 있다. AI 면접에 응하는 지원자는 주로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주어진 질문에 소리 내 대답하고 마우스로 클릭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지원자들은 "인공지능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정확한 발음과 부드러운 표정,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AI 역량 검사에 10여 차례 응시한 이모 씨(26)는 "인공지능 앞에서 테스트 받은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AI 역량 검사에 통과하긴 했지만 '고양이 술래잡기' '마법 약 만들기' 같은 황당한 게임을 하면서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다고 했다. 그는 "항상 같은 방법으로 준비했는데 통과일 때도 있고 떨어질 때도 있다"라며 "평가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라고도 얘기했다.
취업준비생인 김모 씨(26)도 AI가 채용 과정에 개입하는 것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김 씨는 "한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AI 면접을 봤다. 극히 일부 부정확한 발음으로 AI가 내 말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면접을 망쳤고 결국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정모 씨(21)도 "면접 중에 AI 프로그램에 오류가 떴다. 더 이상 면접을 진행하지 못했고 결국 면접을 두 번 봤다"라고 했다. 이어, "전날 면접 준비로 인해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한데다 같은 면접을 한 번 더 보는 바람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의지도 생기지 않았다"라고 했다.
대학 졸업예정자인 손모 씨(24)는 AI 면접을 앞두고 모의 테스트를 보는 도중 책상을 조명이 더 잘 받는 곳으로 옮겼다. 그러자 면접점수가 전에 비해 크게 올랐다고 한다. 손 씨는 "이러한 사례가 자주 나오자 몇몇 지원자들은 AI 면접을 위해 조명이 잘 갖춰진 스터디 룸을 대여하기도 한다"라고 얘기했다.
상당수 취준생은 최근 다수 기업이 도입하는 AI 면접과 AI 역량 검사에 대해 '깜깜이 채용'이라고 말한다. AI가 묻는 말들의 직무 연관성이 낮고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합격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취업을 준비 중인 박모 씨(24)는 "AI 면접의 확대에 긍정적이나 아직까진 믿을 수 없다.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점은 아주 좋지만, AI로 인해 생길 변수를 예상할 수 없어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훨씬 안정적이고 믿을만한 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취준생 이 씨(24)는 "AI 면접관에게 융통성이라는 것이 존재할까"라고 했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질문에 창의적으로 대답하더라도 제대로 인정해 줄지 모르겠다. 함축적인 뉘앙스를 지닌 답변을 이해해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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