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고금리 부담 누가 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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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고금리 부담 누가 지고 있나?

연합뉴스 2023-12-02 10:3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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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욕증권거래소에 등장한 산타클로스 美 뉴욕증권거래소에 등장한 산타클로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방문한 산타클로스가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Macy's Thanksgiving Day Parade)를 기념하고 있다.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은 1924년부터 매년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를 주최하고 있다. 2023.11.24 ddy04002@yna.co.kr

올해 1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작년 3월부터 시작됐던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는 인식이 확산된다. 금융시장의 컨센서스는 내년 5월부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돼 2024년 중 총 4회의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데 맞춰지고 있다.

다만 금융시장의 컨센서스는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경향이 있으므로 100% 신뢰할 일은 아니다. 또 미국의 핵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아직도 전년 동월 대비 4%대를 기록하고 있어 금융시장의 기대는 낙관적 편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까지 금융시장에서는 높은 금리가 장기간 유지된다는 뜻의 'higher for longer'라는 말이 유행했다. 금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higher'에 대한 우려는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높아진 금리가 장기간 유지되는 'longer'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금리가 더 상승하지 않더라도 일단 높아진 금리가 장기간 유지되는 것만으로 재무상태가 취약한 누군가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고금리의 부담을 누군가는 지고 있을 텐데, 미국에서는 정부, 상업용 부동산, 은행들이 부담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국채에 대한 이자 비용이 커질 수 있지만 과세권을 가진 배타적 경제 주체이기에 민간의 부담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촉발했던 2008년의 금융위기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미국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많았던 미국의 지방은행들은 이미 올해 초 실리콘밸리뱅크,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파산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최근에는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전국적 대형은행들의 손익도 악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4.41%, 2년물 금리 4.87%; 11월 21일 기준)은 장기화하고 있는 현상이다. 은행은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간 운용함으로써 예대마진을 챙기는 비즈니스를 하는데, 요즘처럼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상황은 은행업의 마진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은행주 주가는 심각한 위기에 대한 선행지표가 되곤 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관심 있게 살필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도 누군가는 고금리 부담을 지고 있다. 고금리를 견디는 내구성은 미국보다 한국이 훨씬 약하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가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을 경험했다. 하지만 한국의 가계는 계속 부채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는 고금리 부담을 금융기관, 특히 은행이 분담하기를 바라는 기류가 있다. 최근 가시화된 횡재세 논의가 대표적이다. 은행이 상생하지 않으면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겠다는 압박이 가해지는 중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거둬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은행주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한국의 은행주 투자에는 규제 리스크를 꼭 고려해야 한다.

사실 규제 리스크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은행주들을 압박했다. 개발연대의 관치금융 시대에 한국 은행업은 제조업에 대한 특혜 대출과 이에 뒤따라온 부실을 처리하는 일종의 하수처리구 역할을 했다.

한국의 금융업종지수는 642포인트로, 종합주가지수(KOSPI) 2,510포인트(이상 11월 21일 종가 기준)보다 훨씬 낮다. 한국 주식시장의 업종지수는 1980년 1월 4일을 기준점(100포인트)으로 삼아 주가 변화를 반영한다. 금융업 지수의 초라한 성과는 장기간에 걸쳐 규제 리스크가 투영된 결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관련된 잠재 부실, 2024년에 만기가 많이 도래하는 공기업 채권 등도 고금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의 후유증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 후에 나타나곤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올렸다. 미국 기준금리는 1%에서 5.25%까지 높아졌는데, 연방준비제도는 2006년 6월까지 금리를 올린 후에도 상당 기간 금리를 동결했다. 금리가 더 높아지진 않았지만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된 셈이다.

고금리가 지속되자 문제가 터졌다. 2007년 8월 프랑스 금융기관인 BNP파리바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 포함된 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결되고 1년 2개월이 경과한 후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2008년 3월에는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파산했고, 9월에는 리먼브러더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적어도 2024년 상반기까지는 작년과 올해 많이 상승했던 금리에서 파생될 수 있는 리스크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영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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