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애스턴빌라가 안전을 위해 원정석 판매에 제한을 뒀다가 되레 훌리건들 난동에 몸살을 앓았다.
1일(한국시간) 영국 ‘BBC’ 등 현지 매체는 “빌라 홈구장인 빌라 파크 앞에서 레기아바르샤바와 경기를 앞두고 원정팬들이 난동을 부려 적어도 경찰관 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원정팬들이 난동을 부린 이유는 원정석 규모 축소 때문이었다. 레기아바르샤바는 경기 시작 약 30분 전 공식 성명을 통해 “공식 대표단과 운영진, 다리우시 미오두스키 구단주 등 구단 주요 인사들은 빌라와 원정 경기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빌라가 원정석을 줄이는 건 불필요하게 분위기를 악화시키는 일이다. 그런 조치는 역효과를 내고 근거도 빈약하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규정상 유럽대항전을 치르는 모든 구단은 경기장 관중석의 5%를 원정팬들에게 할당해야 한다. 빌라 파크의 수용 인원은 4만 2,657명이기 때문에 최소 2,133석은 원정석에 배분됐어야 한다.
그러나 빌라는 절반도 못 미치는 1,002장의 티켓만 원정팬들에게 할당했다. 레기아바르샤바가 지난 10월 AZ알크마르와 경기에서 관중 난동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레기아바르샤바는 UEFA로부터 1만 5,000유로(약 2,124만 원)의 벌금과 함께 즈린스키모스타르 원정 경기에 팬들 참석이 금지되는 징계를 받았다.
이번에 빌라가 원정석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도 이에 따른 조치였다. 빌라에 따르면 구단과 영국 안전당국, UEFA는 11월 2일 원정팬 입장권 배정을 1,002장으로 줄일 것이라 이미 공지했다. 경기 이틀 전부터는 경기 티켓이 없는 원정팬들이 빌라 파크에 오고 있다는 우려를 UEFA와 레기아바르샤바 등에 전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레기아바르샤바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빌라가 당초 합의했던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레기아바르샤바도 구단의 귀책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빌라와 합의해 2,133장보다 적은 1,700장의 입장권을 원정팬들에게 나눠주기로 협의해 9월 21일 UEFA 보고서로 공식 문서화했다. 그렇기 때문에 11월 2일 빌라의 발표는 계약 위반이며, 이미 숙소 등을 예약한 원정팬들의 혼선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두 구단의 공식 성명이 모두 사실이라면 입장권이 없는 일부 원정팬들이 빌라 파크 앞에 모여드는 건 불가피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레기아바르샤바가 징계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과정이 어찌됐든 레기아바르샤바 일부 극성팬들이 경찰을 향해 위협적인 투척물을 던진 건 사실이며, 이 때문에 최소 경찰 3명이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빌라의 계약 위반이 확인된다면 빌라 역시 UEFA의 제재를 받겠지만 레기아바르샤바보다 큰 책임이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경기 1시간 전 일어난 원정팬 난동으로 빌라는 원정팬들을 빌라 파크에 입장시키지 않는 조치를 취했다. 지역 경찰들과 논의를 거친 뒤 레기아바르샤바 팬들을 경기장에 입장시키면 불필요한 소요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했다.
빌라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었다. 2023-2024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조별리그 E조 5차전에서 무사 디아비와 알렉스 모레노가 득점하며 어니스트 무히의 1골에 그친 레기아바르샤바를 2-1로 제압했다. 조 3위 AZ알크마르와 격차를 6점으로 벌리며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었고, 큰 이변이 없다면 조 1위로 16강에 직행할 전망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애스턴빌라 X(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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