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정종진 기자] 시장의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일곱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관망'을 택했다. 치솟는 가계부채 등 누증된 금융불균형과 반등한 물가 등은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경기 회복이 더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안정과 경기 회복 지원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 완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리 동결을 이어가고 있는 한은의 '피벗' 시점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높은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피벗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진단이다.
30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아시아타임즈)
3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의 동결을 결정했다.
올해 1월 0.25%포인트(p) 인상을 끝으로 2‧4‧5‧7‧8‧10월 회의에서 잇따라 기준금리를 묶어둔 이어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도 동결을 결정하며 7회 연속 '관망 모드'를 이어간 것이다.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는 더딘 경제 회복이 꼽힌다.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1.4%로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은 2.1%로 종전 전망치보다 0.1%p 하향 조정했다.
그간 한은이 내다본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월 2.4%, 5월 2.3%, 8월 2.2%로 갈수록 내려가는 추세다.
경제 회복 속도가 느려진 가운데 무리하게 금리를 높이기 보단 경기 회복 지원을 택한 것이란 해석이다.
최근 미 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감도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에 여유를 준 대목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0%로 한미금리차가 상단 기준 2%p로 벌어져 있다.
한미금리차 확대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만큼 한은 역시 금리 인상의 부담을 덜었다는 관측이다.
더욱 이스라엘‧하마스가 휴전에 들어가며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내리면서 불확실성이 완화된 점도 물가 안정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최근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배럴당 75~75 달러 수준으로 지난달 90 달러 수준 대비 10% 이상 떨어졌다.
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피벗 시점에 모이고 있다. 기준금리가 사실상 고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물가가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이르면 내년 1분기 피벗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매파 성향으로 알려진 윌러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예상했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현행 통화정책은 경제활동 둔화 및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유도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향후 수개월 동안 물가 하락이 지속된다면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으며 고금리 유지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아직 물가가 오름세를 이어갈 수 있는 만큼 피벗 시점을 논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물가가 가라앉지 않고 있어 피벗 시점을 논의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상 요인들이 많은 전기료가 아직 오르지 않았는데도 물가가 높은 수준인데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6%로, 내년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6%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한은 금통위는 "물가 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아시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