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오늘 새벽 경상북도 경주시 인근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2016년 9월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던 곳과 가까운 곳에서 다시 지진이 난 것이다. 해당 지역 인근에는 원전이 집중되어 있는 만큼 철저한 지진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55분쯤 경북 경주 동남동쪽 19㎞ 지역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발생 위치는 북위 35.79도, 동경 129.42도이며 발생 깊이는 12㎞로 추정된다.
당초 지진 규모는 4.3으로 발표됐으나 약 5분만에 4.0으로 하향 조정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2번째 규모다.
국내 계기 지진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는 5.8의 지진이다. 지난 2016년 9월 12일 발생했는데 이번에 지진이 난 곳과 가깝다. 이는 해당 지역에 한반도에 있는 14개 활성단층 중 하나가 있기 때문이다. 즉, 언제든 지진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도 지진 발생 후 1시간 사이(오전 5시 50분까지) 5차례 여진이 있었다. 여진 중 최대는 오전 5시께 발생한 규모 1.5 지진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지역 편의점주는 "가게 문을 열고 정리하는데 억수로(엄청) 심하게 '빵' 소리가 크게 났다"라며 "건물이 흔들려서 3층에서 아들, 며느리, 손자가 다 뛰어 내려왔다"며 당시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놀라서 벌벌 떨며 한참 있다가 다시 (건물 안으로) 올라갔다"라며 "너무 많이 흔들렸다. 피해는 없었는데, 진동은 많이 느꼈다. 매대가 많이 흔들거렸는데, 옛(2016년) 지진 노이로제가 있어서, 가게 문을 열고 바깥으로 먼저 나갔다"고 말했다.
지진 위기 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 한덕수 "국가 기반 서비스 철저히 점검"
이번 지진으로 지진 위기 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됐다. 지진 경계 경보는 규모 4.0 미만의 지진 등이 특정 지역에서 짧은 기간 동안 3회 이상 발생하거나, '경계' 및 '심각' 단계 경보가 해제된 후에도 높은 위험 수준의 여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발령된다.
정부는 지진 발생 후 즉시 중대본을 가동했다.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 사례는 없는 상황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오전 5시 기준 총 70건의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북에서 34건, 울산 25건, 부산 6건, 대구 4건, 창원 1건이다. 다행히 현재까지 파악된 출동·피해 신고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체 상황관리에 철저를 기하면서, 위험징후 감지 시 위험지역 국민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행동 요령을 안내하고, 예·경보 시설의 작동상태를 종합적으로 점검·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산업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국토부 장관은 원전·전기·통신·교통 등 국가 기반 서비스의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유사시 비상 대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기상청장은 국민들이 지진으로 인해 과도하게 동요하지 않도록 지진 관련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정확히 실시간으로 제공하라"고 덧붙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지진에 따른 큰 피해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도 "소규모이긴 하나 여진이 발생하고 있어 관련 부처는 비상대응 태세를 유지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열어 "경주는 지난 2016년 규모 5.8의 지진으로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한 바 있어 국민 우려가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와 경주시는 지진 발생 30여분이 지난 뒤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북도는 이날 오전 5시 29분에 "금일 4시 55분경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역에서 규모 4.0의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 대형 화재 등에 주의하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경북지역에 보냈다.
경주시는 이보다 더 늦은 오전 5시 43분에 재난문자를 발송해 "흔들릴 때는 탁자 밑으로 대피, 건물 밖으로 나갈 때는 계단 이용, 야외 넓은 곳으로 대피하라"고 알렸다.
원전 밀집 지역서 지진 발생.. 23개 지자체, 원전 안전 위한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움직임
지난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지진이 발생하면서 원전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에는 월성원전이 가동 중이다.
일단 이번 지진으로 인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30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4.0 지진과 관련해 원전 가동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경주 월성원자력본부도 지진에 따른 영향이 없어 가동 중인 발전소를 정상 운전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부산·울산의 고리원전과 경북 경주의 월성원전 주변에 규모 6.5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활성단층(설계고려단층) 5개가 있다는 사실이 정부 용역 단층조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문제는 과거 원전 건설을 위한 지질 조사에서는 활성단층이 확인되지 않아 원전 설계 때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리·월성의 원전 16기 가운데 활성단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규모 6.5 이상 지진의 내진 설계가 적용된 것은 신고리 3~6호기 4기뿐이다. 전문가들은 동해 해저 단층이 한꺼번에 붕괴하면 규모 7.0 지진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에 전국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방자치단체 23곳은 최근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 행정협의회를 구성하고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로 원전 내진 성능 보강과 방사능 방재 업무, 주민 대피 훈련 등에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행정협의회는 지난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촉구 134만 주민 서명부'를 전달하고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행정협의회는 앞으로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필요한 예산 지원 방안 마련 이행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거주 주민의 동등한 보호와 지원 적극 실천 △원전 정책 추진 시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 행정협의회 참여의 제도적 보장 등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불합리한 원전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공동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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