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히말라야 근처 우타라칸드주의 붕괴된 터널에 갇혔던 인부 41명이 16일만인 지난 28일(현지시간) 전원 구조됐다.
4.5km에 이르는 이 터널에서 광부들은 구조 작업을 위해 필요한 통로의 마지막 부분을 직접 손으로 파기도 했다.
그렇게 근로자들은 폭 90cm의 파이프 통로를 통해 바퀴 달린 들것에 실려 나왔으며, 현재 병원으로 옮겨져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부상자는 없었다.
우타라칸드주 우타르카시에 자리한 이곳 실키야라 터널에선 지난 12일 붕괴 이후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들을 구해내기 위해 계속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를 맛봤다.
그러다 결국 구출 작업은 28일 저녁이 돼서야 성공할 수 있었는데, 소위 ‘쥐구멍’ 광부들이라 불리는 이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핸드드릴로 바위를 뚫는 이들이다.
드루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은 X(구 ‘트위터’)에 인부들이 구조됐다는 소식에 “안심되고 기쁘다”면서,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지닌 인내심의 증거” 그 자체였던 구조 작업을 높이 평가했다.
갇혔던 인부들이 터널 밖으로 나오자 큰 환호가 터져 나왔으며, 이들에겐 축하의 의미로 꽃목걸이가 수여됐다. 터널 밖에 모여있던 이들의 친구, 가족 및 지역 주민들은 폭죽을 터뜨리고 서로 과자를 나눠 먹으며 이들의 무사 귀환을 환영했다.
다행히 인부들은 구조 초기부터 따로 마련된 가느다란 파이프를 통해 산소, 식량, 식수 등을 공급받았으며, 무전기로 지상과 소통할 수도 있었다.
일부 인부는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출신이다.
실키야라 터널은 히말라야에 자리한 2차선 도로에 공사 중이던 곳으로, 대형 프로젝트인 ‘짜르 담’의 일환이다. 몇몇 힌두교 주요 순례 유적지를 서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로, 그 규모만 해도 총 공사 길이 890㎞,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에 이른다.
산사태로 인해 터널 일부가 내부로 붕괴하면서 구조대는 인부들의 탈출을 가로막는 약 60m의 잔해를 해결해야만 했다. 바위와 금속으로 이뤄진 이 잔해에 수평의 좁은 통로를 내 이들이 기어 나올 수 있게 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잔해 속에 금속 막대 등이 있어 중간중간 잘라내야 하는 등 구조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단단하지 못한 토양도 작업에 방해가 됐다. 그러다 지난 24일엔 몇 시간 안에 인부들이 구조되리라는 당국의 발표가 있었으나, 구조 작업에 투입됐던 주요 시추기가 터널 안에서 고장 나면서 또 한 번 실패했다.
이에 ‘쥐구멍’ 광부 24명이 투입돼 손으로 직접 통로를 뚫으며 갇힌 인부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좁은 터널에서도 움직일 수 있도록 훈련된 이들은 핸드드릴을 이용해 인부들에게 최종적으로 닿을 수 있는 마지막 몇 미터를 뚫기 시작했다.
이어 밧줄, 사다리, 들것 등을 챙겨 든 구조대원들이 터널 안으로 들어갔으며, 터널 밖에선 구출된 이들을 30㎞가량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하고자 구급차 41대가 대기했다.
한편 구조대는 또 다른 구조 통로를 확보하고자 인부들이 갇힌 터널이 자리한 산의 정상에서부터 수직으로도 시추하고 있었다.
한 구조대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잔해의 마지막 부분을 뚫는 순간 터널 안은 행복으로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갇혔던 인부들은 흥분에 들떠 박수치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당국은 이들에게 침착하게 인내심을 가지라고 했죠. 그리고 이들에게 ‘한 명씩 구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우타라칸드 주정부는 성명을 통해 “과학과 신의 힘으로 구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20대 남성으로 구성된 인부들은 현재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국가재난대응군(NDRF)의 한 관계자는 현지 뉴스 ‘ANI’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의 몸 상태는 최상급으로 정말 괜찮다 … 우리 같은 일반인들과 비슷한 상태다. 이들의 건강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수백만 명이 이들의 무사 귀환을 기도하는 가운데 인도에선 구조 작업이 길어지며 긴장이 맴돌기도 했다.
지난달 21일엔 의료용 내시경 카메라를 집어넣어 갇혀 있던 인부들의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된 바 있다. 헬멧과 건설노동용 재킷을 입은 이들 12명은 터널 불빛 속 반원을 그리며 서 있는 모습이었다.
환경론자들과 지역 주민들은 ‘짜르 담’ 프로젝트 등 이 지역에서 급속도로 진행된 공사로 토지가 내려앉으며 터널이 붕괴했다고 지적한다.
갠지스강과 그 주요 지류들의 발생지인 우타라칸드 지역은 인도 국민 6억여 명에게 물과 식량을 공급하는 곳으로, 산림, 빙하, 샘 등으로 이뤄져 있다.
결정적으로 이 지역은 인도의 기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지역 표토가 자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해 온실가스 배출의 영향을 완화하는 등 중요한 탄소 흡수계이기 때문이다.
이번 ‘짜르 담’ 프로젝트엔 주요 도로 터널 2개 공사가 포함돼 있다. 실키야라 터널과 이보다는 길이가 더 짧은, 400m 길이의 참바 지역에 자리한 터널이다. 이에 더해 철도, 수력 발전을 위한 터널 공사도 건설될 예정이다.
환경운동가 헤만트 다야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5~20년간 터널 공사가 집중되고 있다”면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하라고 산이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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