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외교 역량 총동원한 1년6개월 엑스포 유치전, 단 29표 충격의 '완패'.. 尹 외교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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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외교 역량 총동원한 1년6개월 엑스포 유치전, 단 29표 충격의 '완패'.. 尹 외교 물음표

폴리뉴스 2023-11-29 11:26:46 신고

부산의 매력 소개하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마스코트 '부기' [사진=연합뉴스]
부산의 매력 소개하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마스코트 '부기'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민관을 동원해 총력전에 나섰던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에서 단 29표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대해 '오일머니의 벽'이 높았다는 분석도 있으나 윤 대통령의 외교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투표 전까지 '박빙'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만큼 정부의 정세 판단과 분석 역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이번 유치전 성적이 향후 대통령 지지율은 물론 내년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가 1차 투표에 참여한 총 165개국 중 119개국 표를 얻어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부산)는 29표, 이탈리아(로마)는 17표를 얻었다.

리야드가 전체 표 중 3분의 2 이상을 얻어 투표는 1차에서 마무리됐다. 등록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투표에서 1차 투표로 개최지가 결정된 것은 2015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1차에서 3분 2 이상이 나오지 않을 경우 '결선투표에서 역전승'이라는 시나리오를 꿈꾸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이로써 사우디는 2027 아시안컵, 2029 동계아시안게임, 2034 월드컵 및 하계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를 잇따라 유치한 데 이어 이번에 2030년 엑스포까지 거머쥐게 됐다.

예상 밖 큰 표차에 정부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BIE 총회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그동안 지원해 주신 성원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2030 부산 엑스포를 위해 노력해주신 재계 여러 기업과 힘 써주신 모든 정부 관계자, 부산 시민들, 국회의 만장일치의 지원 등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유치 실패의 아쉬움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를 패배의 이유로 지목해 향후 사우디와 외교적 마찰도 예상된다.

유치위원회 자문 역할을 한 김이태 부산대 교수는 "사우디는 왕권 강화를 위해 국민 충성·지지를 확보하는 일종으로 엑스포 등 대형 이벤트를 추진했다"며 "천문학적인 개발 차관과 기금을 주는 역할을 해서 금전적인 투표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경제난이 심화한 저개발 국가들이 사우디에 몰표를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초반 열세 극복과 '오일머니'를 앞세운 경쟁국의 유치 활동에 대응하기 쉽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외교 역량 '성적표' 성격.. 정세 분석 능력도 의문

이번 엑스포 유치전에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역량이 총동원됐다는 점에서 '29표'는 충격적인 수치라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만 하더라도 지난 1년 6개월 동안 정상회담과 각종 국제행사 등에서 90여개국, 500명 이상의 인사를 만나 부산 지지를 호소했다. 10여개 국가에서는 국빈 방문 등을 통해 직접 찾아 유치전에 열을 올렸다.

지난 9월에는 유엔총회가 열렸던 뉴욕에서 47개국과 양자회담을 포함해 한달 동안 60개국 정상을 만났다. 김건희 여사도 직접 디자인한 키링과 'BUSAN IS READY', 'HIP KOREA' 등 문구 디자인으로 홍보전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정부의 외교라인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 국내 기업 총수와 CEO들도 엑스포유치에 총동원됐다.

하지만, 우리가 얻은 표는 29표에 불과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2002년 '2010여수엑스포' 유치전 당시 중국 상하이와 격전 끝에 20여표 차로 아깝게 패한 경험이 있다. 그때만 해도 우리 정부는 카리브해연안 국가들의 집단적인 지지를 얻었으나 이번에는 이들 국가들 대부분이 공식적으로 사우디 지지를 선언했다. 한국에 표를 던졌던 국가들의 마음도 붙잡지 못한 것이다.

또,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도 사우디에 몰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일본에 무게를 둔 윤석열 정부의 외교가 엑스포 유치전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정부의 정세 분석 및 판단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투표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우디와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고 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엑스포 유치에 사우디가 우리 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정부는 유치 과정에서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사우디 지지국가들의 마음이 돌아섰다', '윤 대통령 PT로 역전됐다' 등의 장밋빛 분석을 내놨다.

또,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1위를 차지하더라도 최종 결선 투표에서는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사우디의 공식 엑스포 유치기관인 '리야드시 왕립 위원회(RCRC)'는 지난 25일 전체 회원국 182표 중 122표를 확보했다고 공언했다. 최종 득표수(119표)를 감안하면 정확하게 정세를 분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엑스포 개최 실패…아쉬운 눈물 [사진=연합뉴스]
엑스포 개최 실패…아쉬운 눈물 [사진=연합뉴스]

유치전 실패, 향후 대통령 지지율 및 내년 총선 악재 전망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로 '윤 대통령 책임론'과 '외교무능론'이 부각될 경우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물론 내년 총선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총 34석이 달린 부산·경남 지역 표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그동안 윤 대통령의 순방·외교는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주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3~24일 파리에서 부산엑스포 세일즈를 벌인 당시 진행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20~24일)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2.3%포인트 상승한 38.1%를 기록, 40%대로 근접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지역의 지지율은 7.2%포인트나 올랐다.

또, 지난 9월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엑스포 유치를 위한 릴레이 양자회담을 치른 당시 국제신문-KSOI가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9월 23~23일)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53.3%로 타 조사대비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여권이 부산엑스포에 엄청난 열정을 보여왔지만 냉엄한 국제 정세 속에서 득표에도, 판세 예측에도 실패한 건 사실"이라며 "시민들의 실망감이 꽤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항만재개발 구역 확대 등 지역 핵심 인프라를 비롯해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부산이 얻은 유무형의 자산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큰 악재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또 총선까지 4개월 이상 남았다는 점에서 총선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산시민, 29표 결과에 충격 "재도전 어렵다".. 유치위원회 최종 PT 영상도 "혹평"

엑스포 유치 기대가 컸던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는 유치 실패를 믿기 어렵다는 목소리와 표 차이가 이렇게 까지 큰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엑스포 유치 응원전에 참석한 시민들은 "사우디의 오일머니를 결국 이기지 못한 것 같다" "사우디의 물량공세가 거셌다고 해도 우리 정부의 외교력도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등의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정부여당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을 해왔나. 아파만 할 게 아니라 재차 도전하면 된다"라며 재도전 이야기도 나왔으나 "29표라는 충격적인 득표를 생각하면 재도전은 사실상 어렵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유치 과정에서 얻은 것이 많다는 반응도 있었다.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유치 활동을 통해 얻은 부산의 브랜드 가치 상승과 관광 물류 인프라의 확대는 향후 부산경제 발전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역 경제계는 이번 도전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 여기고 운동화 끈을 다시 조여 매고 다음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철호 부산시의회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특별위원장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유치에 대한 믿음과 진정성 담긴 시민들의 열망은 충분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번 유치위원회의 최종 프레젠테이션(PT) 영상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영상의 내용이 부실하고 기술적으로도 촌스럽다는 평가다.

이번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한국은 가장 먼저 최종 경쟁 PT에 나섰다. 약 20분간 진행된 최종 PT는 약 33초 분량의 영상과 함께 마무리됐다.

문제는 최종 영상의 퀄리티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영상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반주가 나오면서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를 맡은 정명훈·조수미·이정재 등 유명 인사들이 차례로 '유어 초이스(Your Choice)'를 말했다. 이어 가수 싸이와 김준수 등 유명 K팝 스타들과 배우 이정재 등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요즘 대학생들도 저렇게는 안 만든다" "꼰대들 의견이 들어간 게 분명하다" 등의 혹평과 비아냥이 쏟아졌다. 대체로 영상 편집과 콘셉트 자체가 촌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여권 성향 커뮤니티에서도 "유명 연예인들이 보낸 영상편지 수준이다" "끝까지 보기가 민망했다" 등 혹평이 쏟아졌다.

야권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높으신 분들 행사에 연예인들이 동원되던 과거 60, 70년대를 보는 것 같다" "무능의 극치" 등의 비판이 나왔다.

국힘 "끝까지 최선 다한 모습 전 세계에 감동" 민주 "남은 현안사업 중단없이 추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지만 민관이 원팀으로 최선을 다한 것에 의미를 두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민관이 원팀으로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다"며 "밤늦게까지 결과를 기다리고 부산 유치를 응원해주신 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 자랑스럽다"라는 반응을 내놨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새벽 부산엑스포 유치 불발 소식이 전해진 직후 논평을 통해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대장정은 끝을 맺었지만, 한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의 모습은 전 세계에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미완의 성공이지만, 대한민국의 저력을 또 봤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 기업과 모든 국민이 '원팀'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라며 "82개 나라 정상에게 직접 엑스포 부산 유치를 홍보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기업·국민이 혼연일체로 뛰었던 그 땀과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시장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비전을 제시했다"라며 "다시 한번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 정부와 기업 그리고 모든 국민의 노력과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오 시장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한마음으로 끝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마음을 모아 완주한 부산 시민들과 유치 관계자들이 자랑스럽다"며 "지금의 하나 된 마음 그대로 동남권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서울과 부산이 함께 뛰자"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아쉽다는 반응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약속했다.

이재명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불발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비록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가덕도 신공항·광역 교통망 확충 등 남은 (부산의) 현안 사업들을 중단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민주당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새벽까지 시민회관에 모여서 엑스포유치를 갈망하던 글고 기원하시던 부산시민 여러분과 많은 국민 여러분들께 위로 말씀 드린다"며 "애쓰셨다는 감사의 인사도 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날"이라면서, "부산을 비롯한 부울경 지역발전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과 부울경메가시티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다시 부산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시민과 함께했던 지난 7년의 여정은 여기서 일단락됐지만, 부산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나가야 한다"면서 "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북항 재개발 등 부산의 숙원사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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