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1번가의 기업공개(IPO) 진행에 차질이 발생한 SK스퀘어가 이달 말 11번가 지분을 되사올지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연다. 11번가는 실적 악화로 다음 달 8일까지 만 35세 이상 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상황. 11번가는 싱가포르의 큐텐(Qoo10)에 매각도 불발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의 주도 하에 강제 매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11번가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 행사 여부를 논의한다.
© 11번가
11번가는 2018년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하지만 IPO시장 침체와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기한 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SK스퀘어는 투자금 만기를 앞두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은 계약 당시 드래그 앤드 콜(Drag&call) 계약을 체결했다. 2023년 9월30일까지 기업공개(IPO)를 완료하지 못할 시 컨소시엄이 SK의 지분까지 끌어다 강제 매각(드래그얼롱·Drag along)할 수 있도록 하되, 그 전에 SK가 지분을 다시 되살 수 있는 권한(콜옵션)을 부여한 것이다.
행사 대상은 사모펀드운용사인 H&Q코리아와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설립한 특수목적 법인 나일홀딩스가 2018년 5000억원을 투입해 보유한 지분 18.18%다. 당초 올해 9월까지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조건이었지만, IPO에 이어 매각까지 불발되며 옵션이 발동됐다.
마지막 희망이던 큐텐의 인수 역시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양측은 기업가치 측정을 위한 상호 실사를 진행한 뒤 지분 교환 비율에 대한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양측 간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해 컨소시엄에 판 지분을 되사오려면, 원금과 연 이자 3.5%를 포함해 약 5500억원이 필요하다. 이 권리를 포기한다면 지분 처리에 대한 권한은 모두 컨소시엄이 갖게 된다.
업계에서는 11번가 경영권 강제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드래그얼롱이 실제 행사될 경우 투자업계에선 이례적인 사례가 된다.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했단 점에서 드래그얼롱은 자본시장에서 최후의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렇다고 콜옵션 행사를 섣불리 포기하자니 손실이 크다. 만약 11번가가 5000억원도 안 되는 값에 팔린다면 SK스퀘어에 돌아가는 몫은 없다.
한때 오픈마켓 최강자로 불렸지만 '계륵'이 된 11번가를 두고 SK스퀘어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콜옵션 행사도, FI가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까지 묶어 동반 매도할 수 있는 권리 드래그얼롱도 양쪽 모두에게 좋은 선택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는 1조원의 기업가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고, FI 역시 11번가 매각을 성사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IPO 기한 연장 가능성도 남아 있다"라며 "이사회 결과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1번가는 다음달 8일까지 만 35세 이상 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희망퇴직을 확정하면 4개월분의 급여를 받게 된다.
11번가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 프로그램 시행으로 보다 효율적인 조직과 견고한 인적 구성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2025년 턴어라운드를 위해 지속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며, 퇴직 프로그램으로 인한 조직 효율화 역시 11번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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