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황희찬은 이제 아시아의 역사다.
울버햄튼은 28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13라운드에서 풀럼에 2-3으로 패배했다. 이로써 울버햄튼은 추가 승점을 가져오지 못하면서 승점 15점으로 12위에 자리했다.
홈팀 풀럼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라울 히메네스가 최전방에 배치됐다. 윌리안,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톰 케어니, 해리슨 리드, 알렉스 이워비, 안토니 로빈슨, 팀 림, 캘빈 배시, 티모시 카스타뉴, 베른트 레노가 출전했다.
원정팀 울버햄튼은 3-5-2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마테우스 쿠냐, 황희찬이 투톱으로 배치됐다. 라얀 아이트-누리와 넬송 세메두가 좌우를 책임졌다. 주앙 고메스, 마리오 르미나, 장리크너 벨레가르드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3백은 토티 고메스, 산티아고 부에노, 막시밀리안 킬먼으로 구성됐다. 골문은 주제 사가 지켰다.
경기 초반부터 풀럼의 공세가 매섭게 전개됐다. 전반 40초 만에 히메네스에게 위협적인 크로스가 향하면서 울버햄튼을 위협했다. 좋은 흐름은 결국 선제골로 이어졌다. 전반 7분 이워비가 중앙에서 볼을 좌측으로 전개했다. 로빈슨이 윌리안의 패스를 넘겨받아 중앙으로 연결했고, 이워비가 페널티박스로 침투해 마무리했다.
이워비는 득점을 터트린 지 2분 만에 추가골 기회를 잡았지만 이번에는 부정확했다. 뒤이어 나온 케어니의 강력한 슈팅은 사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쳐저있던 울버햄튼의 분위기를 바꾼 선수는 황희찬이었다. 전반 14분 울버햄튼이 역습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중앙에서 볼을 전진시킨 르미나는 전방으로 달려가는 황희찬을 향해 스루패스를 넣어줬다. 황희찬은 수비수와의 속도 경합을 이겨내고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했다. 레노 골키퍼를 넘어간 공이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말았다.
그래도 황희찬이 바꾼 분위기는 동점골로 이어졌다. 전반 22분 우측에서 세메두의 패스를 받은 벨레가르드가 우측면에서 로빈슨을 제쳐낸 뒤 날카롭게 크로스를 올려줬다. 풀럼 수비진은 황희찬을 막기 위해 쏠려있었는데 이때 뒤로 빠져있던 쿠냐가 날아올라서 손쉽게 마무리했다.
팽팽한 경기 속 울버햄튼은 먼저 웅크린 뒤에 황희찬과 쿠냐를 통한 역습으로 득점을 노렸다. 전반 36분 황희찬이 또 역습에 나섰다. 쿠냐의 압박으로 인해 풀럼 선수들의 패스미스가 나왔고, 황희찬이 이를 가로챘다. 황희찬은 쿠냐에게 크로스를 시도해주려고 했지만 수비수에 걸렸다.
후반 들어서도 황희찬은 적은 기회를 항상 위협적으로 마무리하려고 시도했다. 후반 9분 쿠냐가 우측으로 돌아나간 황희찬에게 전개해줬다. 황희찬은 도허티가 뛰어들어오자 곧바로 크로스를 시도했다. 정확히 도허티를 향해 날아갔지만 수비수가 먼저 차단했다.
황희찬의 분전에도 울버햄튼은 또 한번 실점했다. 후반 11분 페레이라가 좌측에서 전진해 페널티박스까지 침투했다. 세메두가 페레이라의 공을 잘 빼앗았지만 뒤에 있던 케어니의 존재를 몰랐고, 결국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줬다. 키커로는 윌리안이 나섰고, 경험이 많은 윌리안은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위기의 울버햄튼을 또 구해낸 선수는 황희찬이었다. 후반 28분 사샤 칼라이지치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황희찬이 받았다. 황희찬은 과감하게 페널티박스로 진입하려고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상대 반칙을 이끌어냈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황희찬이 직접 키커로 나섰다. 황희찬은 자신감을 가지고 가운데로 차 풀럼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득점으로 황희찬은 여러 기록을 작성했다. 먼저 황희찬은 선배 기성용의 기록에 도달했다. 기성용은 2012-13시즌 스완지 시티로 이적한 뒤에 2019-20시즌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떠나기 전까지 PL에서 15골을 기록했다. 황희찬도 이번 득점으로 PL 15골 고지를 밟았다.
따라서 황희찬은 PL 아시아 득점 랭킹 공동 3위에 자리했다. 2위는 19골의 대선배인 박지성, 1위는 압도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는 111골의 손흥민이다. 황희찬이 지금의 기세를 이어가면서 부상만 잘 관리한다면 이번 시즌 안으로 박지성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또한 황희찬은 2021-22시즌 PL 입성 후 처음으로 1시즌 공격 포인트 10개 고지에 도달했다. 2021-22시즌은 5골 1도움, 2022-23시즌은 4골 3도움이었다. 이번 시즌 14경기 만에 8골 2도움을 완성했다. 이미 PL 개인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황희찬은 이제 리그 두 자릿수 골 득점을 목표로 나아간다.
황희찬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울버햄튼은 적진에서 승점을 가져오는데 실패했다. 후반 45분 고메스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해리 윌슨에게 반칙을 저질렀고, 주심은 VAR 판독 끝에 2번째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윌리안이 이번에도 가볍게 성공시키면서 풀럼에 리드를 안겼다.
울버햄튼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경기 종료 직전 황희찬이 시도한 회심의 슈팅은 골대 위로 살짝 벗어났다. 결국 이대로 경기가 종료되면서 울버햄튼은 패배했다.
PL 7호골을 터트린 황희찬은 리그 득점 랭킹 상위권을 유지했다. 14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엘링 홀란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2위 모하메드 살라는 10골로 황희찬과 많은 격차가 나지 않는다. 3위는 8골을 기록 중인 황희찬과 제러드 보웬이다. 황희찬은 알렉산더 이삭, 올리 왓킨스, 칼럼 윌슨과 함께 득점 공동 5위다.
공격 포인트 순위로 본다면 17개인 홀란, 15개인 살라, 12개인 왓킨스에 이어 손흥민, 부카요 사카, 보웬과 함께 9개로 공동 4위에 자리하고 있다. 황희찬이 울버햄튼의 넘버원 에이스라는 사실은 이제 부인할 수가 없다.
경기 종료 후 PL 사무국은 Man Of the Match을 발표했고, 황희찬이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투표 결과, 황희찬이 득표율 41.8%로 38.5%를 기록한 윌리안을 제쳤다. 멀티골을 넣은 윌리안보다도 날카로움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황희찬의 주가는 나날이 올라가는 중이다. 지난 26일 영국 ‘팀 토크’는 PL 20개 구단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을 조명했다. 황희찬의 이름은 당연히 포함됐다.
'팀 토크'는 "올 시즌 깜짝 활약하고 있는 선수 중 하나이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코리안 가이'라 불렀던 황희찬은 리그에서 6골을 터뜨리고 있다. 울버햄튼은 그에게 새로운 계약으로 보상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실한 골잡이가 없는 스쿼드를 물려받은 게리 오닐 감독은 황희찬 득점 행진에 고맙고, 기쁘며, 놀라운 감정을 느낄 것이다"라고 극찬했다.
영국 ‘디 애슬래틱’은 27일 황희찬을 위한 특집 기사까지 마련했다. ‘황희찬이 어떻게 울버햄튼의 최다 득점자’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과거 레드불 잘츠부르크 시절 황희찬을 지도했던 오스카르 가르시아 감독은 “팀 훈련을 마치고 나서 오후에 황희찬을 만나 개인 훈련을 했다. 황희찬은 스피드가 좋았지만, 마무리와 같은 몇 가지 기술에서 개선해야 했기 때문이다”이라면서 잘츠부르크 시절부터 황희찬의 마무리 능력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황희찬은 자신을 더 좋은 선수로 만드려고 하려는 감독의 지시를 잘 이행했다. 가르시아 감독은 “황희찬은 득점 기회가 많았지만, 성공률이 높지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오후에 나, 스태프, 골키퍼와 훈련을 많이 했다. 우리는 황희찬과 함께 많은 훈련을 진행했는데도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항상 배우려는 모습과 개선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서 황희찬의 열정과 프로다운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가르시아 감독은 이제는 골을 손쉽게 터트리면서 골 결정력에 있어서 물이 오른 제자를 향해 “이제 그 결과물을 볼 수 있다. 황희찬은 스피드가 있고 적재적소에 영리하게 움직인다. 마무리가 조금 부족했는데, 계속 발전하고 있다”면서 긍정적인 이야기를 덧붙였다.
황희찬의 능력을 120% 활용 중인 오닐 감독도 황희찬의 활약은 선수 스스로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황희찬이 그렇게 많은 골을 넣은 이유는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있다. 황희찬은 대단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 팀의 시스템이 황희찬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면서 선수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오닐 감독은 득점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황희찬의 열정을 칭찬했다. 그는 “황희찬이 얼마나 부지런히 팀의 시스템을 따르고 있는지도 주요했다. 황희찬은 특정 지역에 있을 때와 없을 때를 알고 있다”면서 황희찬의 전술 이행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또한 황희찬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오닐 감독은 “황희찬은 자기관리를 아주 잘하고 있다. 황희찬이 이런 성과를 해낸 방식에 대해 선수에게 큰 공로가 있다. 나는 황희찬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변화를 주었지만, 황희찬이 잘하고 있어야만 이득을 누릴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황희찬의 미쳐버린 활약에 구단은 합당한 보상을 준비 중이다. ‘디 애슬래틱’에서 활동하면서 PL 정보 관련 가장 뛰어난 공신력을 자랑하는 데이비드 온스테인 기자는 19일 “울버햄튼이 황희찬과 재계약을 논의 중이다. 황희찬의 기존 계약은 2026년까지 만료되지 않지만 그는 이번 시즌 핵심 선수가 됐다. 구단은 황희찬의 퍼포먼스에 대해 개선된 계약으로 보답하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울버햄튼이 황희찬과 재계약 협상을 진행 중인 건 사실이었다. 오닐 감독은 황희찬의 재계약 질문을 받자 "물론 희망적이다. 실제로 업데이트된 것은 없다. 클럽은 분명 차니(황희찬 애칭)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나는 황희찬의 열렬한 팬이므로 잘 진행되길 바란다"며 현재 협상이 초기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부임한 후로 황희찬은 정말 대단했다. 요구했던 모든 부분을 잘 수행하고 득점도 좋았다. 황희찬은 항상 미소를 띠고 있으며 투지와 결단력이 있다. 클럽에 있어 중요한 선수다. 현 계약보다 오랫동안 남을 수 있길 바란다"라며 황희찬이 팀의 핵심 선수라는 걸 분명하게 전달했다. 오닐 감독은 황희찬에게 엄청난 신뢰를 보내는 중이다.
온스테인 기자는 “황희찬이 몰리뉴 스타디움에 남길 바라는 양측의 바람 덕분에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황희찬은 오닐 울버햄튼 감독 밑에서 뛰는 걸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건이 맞다면 연장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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