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뷰] 우리가 '괴물'인 걸 아직도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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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뷰] 우리가 '괴물'인 걸 아직도 아무도 모른다

한류타임스 2023-11-28 10:14: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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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괴물 찾기 게임을 시작한다. 감독은 신작 '괴물'로 '어느, 소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아무도 몰랐던' 그들의 고민에 무심했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괴물이 된다'. 어쩔 수 없다. 교권과 학생 인권 대립은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아주 첨예한 사회 문제다.

영화가 늘어놓는 단서의 씨앗을 줍다 보면 어느덧 '괴물'이라는 영화 제목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고 만다. 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각본을 쓴 사카모토 유지 작가를 '관객을 괴롭히는 작가'라 칭한 것이 아니다. 나아가 어째서 올해 칸국제영화제가 '괴물'에 각본상을 안겼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영화 '괴물'는 평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서사 작법과 확연히 다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서사를 한 겹 한 겹 마치 엄마가 손으로 만든 파이처럼 켜켜이 쌓아간다. 시간과 감정, 사건이 탑을 이루다 마치 무너질 듯 혹은 터질 듯한 경계까지 관객을 인도한다. 그런데 '괴물'을 통해 사카모토 유지 작가를 만났다. 코로나19로 멈춰 선 시계 위에서 함께 갈고닦은 각본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서사 구조를 세웠다.

영화 '괴물'은 3장 구조다. 특이한 구성이지만 감독은 딱히 경계선을 세우지 않았다. 충격적인 암시로 물음표를 띄우고, 다음 장으로 관객을 이끈다. 각 장마다 시간의 흐름이 다르지만 이질감이 없다. 그만큼 섬세하게 만들어진 각본이라는 뜻이다. 펜을 놓고 자유를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력은 실로 대단하다. 그간 사회를 조망하는 감독의 시선에 눈길이 뒀다면 '괴물'은 그가 얼마나 연출을 잘하는 감독인지를 마주할 수 있다.

영화의 1장과 2장은 서로 대구를 이룬다. 1장은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 분)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 분)가 학교에서 선생님께 학대받은 정황을 포착한다. 하여 교장선생님을 만나 따져보지만, "죄송합니다"라는 식물 같은 답만 돌아온다. 미나토의 영혼이 점점 피폐해져가는 게 보인다. 있는 힘을 다해 도우려 하지만 무력해지는 엄마의 억장이 절절히 그려진다.

2장은 1장에서 미나토를 학대했다고 지목된 '호리'(나가야마 에이타 분) 선생님의 시선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낀다. 연인하고 결혼을 꿈꾸는 평범한 교사다. 어느날 미나토가 동급생 '요리'(히이라기 히나타 분)을 괴롭히는 정황을 포착한다. 이를 조사하고 싶지만 미나토가 자신을 폭력 교사라 지목한다. 억울한 심정을 토로할 새도 없이 죄를 인정하란다. 그렇게 호리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간다.

1장과 2장의 시선이 대조를 이룰 때 우리는 익숙한 사회문제에 함께 발을 담근다. 특히 대한민국 관객이라면 더 고개를 끄덕일 부분이다. 학부모의 갑질에 선생님이 메말라가는 시대다. 반면 우린 학생의 인권이 탄압받는 시대도 분명 걸어왔다. 학교라는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사회적 문제, 그렇게 영화는 진짜 '괴물',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범인 찾기에 나선다.

3장은 미나토와 요리의 이야기다. 1, 2장과 사뭇 다른 결의 전개가 펼쳐진다. 두 소년의 우정이 시나브로 쌓여간다. 故 사카모토 류이치의 피아노 선율, 나아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색감이 따스하게 스크린을 수놓는다.  하여 관객들은 그들의 관계가 찬란하게 지속되길 소망한다.

그렇게 영화의 괴물 찾기는 더 이상 범인 색출이 아닌, 두 소년의 게임 이름이 된다. 그리고 관객은 문득 깨닫는다. 영화가 말하는 괴물은 이들의 사정을 모르고 있던 우리였다고, 무관심과 편견, 나아가 사회적 무지가 이 모든 것을 만든 괴물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작법은 조금 달랐으나 종착에 기다리는 건, 언제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울려왔던 사회적 모순과 무관심을 향한 경종이다. 아무도 모르고 있었기에 죽어갔던 아이들을 그린 '아무도 모른다' 이후, 우리는 과연 얼마나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걸까? 영화 '괴물'이라는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역들의 연기는 꼭 칭찬해야 할 지점이다. 어른에게도 힘들 경험과 감정의 영역에 들어섰다. 기술적인 지점 역시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다. 혹여 발연기로 혹평을 받는 성인 배우가 있다면 그들을 보고 많은 반성과 공부를 권하고 싶다.

'괴물'의 메시지는 계속 곱씹게 되지만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거장의 손을 타고 나온 영화적 언어의 힘이다. 각본, 연출, 촬영, 음악, 연기까지 영화의 요소들이 모두 조화롭게 담겼다. 그만큼 여운이 짙다. 그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름값에 관람을 노렸지만, 소재의 무게에 짓눌렸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하고 하고 싶다.

더불어 영화 '괴물'은 故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작이 됐다. 거장의 명곡을 비롯해 마지막 영화 음악 작업을 극장 스피커로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영화 '괴물'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127분. 12세 관람가.

사진=NEW

 

권구현 기자 nine@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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