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감독 경질과 프랜차이즈 스타 이적 사태, 단장 좌천까지. 이 모든 게 최근 한달 사이에 일어났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가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KBO리그 사상 최초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개막일부터 마지막 날까지 1등을 유지하는 것)을 달성한 SSG는 올해는 부정적인 이슈로 달갑지 않게 가장 주목 받는 팀이 됐다.
시작은 김원형(51) 전 감독 경질이었다. SSG는 지난달 31일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은 김 전 감독을 계약 해지 형식으로 경질했다. SSG 구단은 이례적으로 2022시즌 한국시리즈 도중 김 전 감독과 3년 재계약을 발표하며 현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1년 만에 태도를 바꿔 김 전 감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구단이 내세운 감독 경질 명분은 ‘세대교체’였다. SSG는 “팀 쇄신을 위해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구단 역사를 새로 쓴 수장을 재계약 1년 만에 내치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일각에선 정용진(55) 구단주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후임 감독 선임 과정은 더 매끄럽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프로야구단의 감독 선임 작업은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된다. 그런데 SSG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김 감독 경질 이후 온갖 감독 후보들의 실명이 야구계에 그대로 노출됐다. 한국시리즈 도중에는 이호준(47) LG 트윈스 타격코치가 SSG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만약 LG가 우승에 실패하기라도 했다면 엄청난 비난의 화살이 새 감독과 SSG 쪽을 향했을 것이다. SSG는 감독 후보 4명과 면접을 진행한 끝에 최종적으로 이숭용(52) 감독을 선임했다.
코치진을 구성할 때도 잡음이 일었다. NC 다이노스의 지원으로 미국에서 코치 연수를 받던 손시헌(43) 코치에게 2군 감독을 맡겼다. 손 감독이 NC에 지원금을 반환하긴 했으나 야구계에선 SSG가 상도의를 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칭스태프 구성을 시끄럽게 진행한 SSG는 2차 드래프트에서 그야말로 ‘대형 사고’를 쳤다. 세대교체를 이유로 23년간 팀에 헌신한 베테랑 김강민(41)을 35인 보호명단에서 제외했다. 김강민은 은퇴를 고민하고 있었다. 2차 드래프트에서 다른 구단이 지명할 수 있는 선수라도 은퇴 의사를 밝힌 선수는 이를 따로 표기할 수 있었지만, SSG는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김강민은 4라운드에서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았다. 한화에 지명된 뒤 은퇴와 현역 연장을 두고 고민하던 그는 새 유니폼을 입고 내년에도 그라운드에 서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은 팬들은 구단의 안이한 행정에 질타를 쏟아냈다. 팀의 정신적 지주를 떠나보낸 선수들도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투수 김광현(35)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누군가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23년 세월은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결국 SSG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김성용(53) 단장을 보직 해임했다. 구단은 25일 "최근 감독·코치 인선과 2차 드래프트 과정에서 생긴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성용 단장의 보직을 R&D센터장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약 1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SSG는 외국인 선수 구성,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등 비시즌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단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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