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2연패 홍명보 ① “1등만 모아놓은 ‘우등반’ 울산 이끄는 게 훨씬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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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st] 2연패 홍명보 ① “1등만 모아놓은 ‘우등반’ 울산 이끄는 게 훨씬 어렵다”

풋볼리스트 2023-11-26 10:14: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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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울산현대 감독. 김정용 기자
홍명보 울산현대 감독.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울산] 김정용 기자= 홍명보 울산현대 감독의 화두는 부임 직후부터 한결같다. 1등 학생들만 모아놓은 듯한 울산을 한 가지 목표로 이끄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그럭저럭 잘 되어 2년 연속 K리그1 우승을 달성했다고 자평하지만 언제 분위기가 흐트러질 지 긴장을 풀 수 없다.

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울산현대 클럽하우스에서 홍 감독을 만났다. 울산은 이번 시즌 초반 21경기에서 17승 2무 2패를 거두는 압도적인 지배력으로 일찌감치 승점차를 벌렸다. 이후 5승 5무 6패로 성적이 곤두박질쳤지만, 추격자 포항스틸러스와 오랜 라이벌 전북현대 등 중요한 상대를 만났을 때는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대회를 일찍 마무리한 셈이지만,  홍 감독은 추춘제로 벌어지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준비와 겨울 이적시장으로 머리가 복잡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 올해 우승, 힘들 줄 알았다

“원래 올해 우승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한 번 해봤으니까 편안한 상태에서 진행할 수 있었고, 시작부터 굉장히 압도적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어떤 전환점이 찾아왔다.”

울산은 6월 선수들의 인종차별 소셜미디어(SNS) 인종차별 발언 논란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가운데 핵심 선수 박용우가 알아인으로 이적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팀 성적이 하락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전환점을 맞은 뒤 어려운 방향으로 가고 있었지만, 위기 관리를 잘 했기 때문에 우승이란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박용우가 떠난 건 충분히 팀이 어려워질 만한 이유였다. 그렇게 화려하게 빛나는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아주 중요한 공간들을 잘 커버해 줬는데 대체 선수를 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 역할을 대신해 준 선수는 박용우와 완전히 다른 이청용이나 김민혁이었다. 이들이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야 했다. 박용우가 계속 있었다면? 만약이라는 건 없지만,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쭉 쉽게 갈 수도 있었다.”

홍 감독이 가장 고마운 선수로 꼽는 게 공격성을 포기하면서 박용우의 자리를 채워 준 이청용과 김민혁이었다. 두 선수는 번갈아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역할로 나왔고, 때론 동시에 출장하면서 중원에서 고군분투했다. 만족스런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홍 감독은 시즌 막판 이청용의 경기 운영이 팀의 장점으로 거듭났을 정도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에서는 만족한다고 했다.

“청용이가 원래 포지션에서 뛰면 100을 보여줄 수 있는데, 그래도 경험이 있다보니 지금 자리에서도 80 정도는 보여줄 수 있다. 충분히 다른 선수보다는 잘 소화해 줄 것 같아서 그 자리를 맡기기 시작했다. 체력적으로 힘든데도 끝까지 잘 책임져 줘서 민혁이와 더불어 굉장히 고맙다.”

▲ 1등만 모아놓은 우리 반 이끄는 게 더 어렵다

홍 감독은 지난 2021년 부임했을 때부터 스타들이 잔뜩 보여있는데도 ‘우승 울렁증’에 시달리는 울산에 목표의식을 심고 단합시키는 걸 한결같은 과제로 삼았다. 2년 연속 우승을 했지만 지금도 똑같다. 축구에 대한 관점을 이미 정립한 선수들에게 감독의 요구를 주입하는 건 오히려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게 홍 감독의 지론이다.

“다 잘 하는 선수들만 모아놓고 한다는 건 진짜로 힘들다. 예를 들면 선생님이 각 반 1등만 모아놓았을 때와 중간쯤 하는 애들을 모아놓았을 때, 1등반을 가리키는 게 오히려 쉽지 않다. 이 머리도 크고, 자기 생각을 것도 쉽게 바뀌지 않고, 자기만의 축구관이 있는 애들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 늘 고민했다. 그러다 난 하나만 택하기로 했다. 모든 걸 다 추구하면 단 하나도 못잡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고른 가치가 태도와 응집력이었다.”

선수 각자의 그날 기분이 훈련 및 경기 태도에 드러나는 걸 가장 경계했다는 게 홍 감독의 설명이다. 올해 시즌 도중에 있었던 SNS 논란에 대처할 때도 홍 감독은 선수들의 잘못에 걸맞은 조치뿐 아니라 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선 팀에서 선수 보호를 위해 대신 비판을 자처하기도 했던 것과는 달랐다.

“나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을 어떻게든 포용하는데, 그때는 우리 팀이 겸손하지 못했다. 대승을 거둔 날 저녁에 벌어진 일 아닌가. 겸손하지 못한 태도까지 내가 감싸줄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건 분명 질책을 받아야 했다.”

홍명보 감독(울산현대). 서형권 기자
홍명보 감독(울산현대). 서형권 기자
홍명보 감독(울산현대). 서형권 기자
홍명보 감독(울산현대). 서형권 기자

▲ 카메라 앞에서 일부러 명언? 그걸 의식하는 순간 선수를 설득하지 못한다

홍 감독은 어떤 질문을 해도 선수들의 태도에 대한 내용으로 받아 대답할 정도로 이를 강하게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 “내가 부임한 뒤 팀을 바꾼 것? 태도였다. 다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라 어느 정도는 자기 의견을 밝힐 수 있다. 하지만 선발은 11명인데, 못 나가는 선수가 불만을 표출하게 된다면 팀 분위기가 나빠지고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운다.”

홍 감독은 “올해도 한두 번 정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좌시하지 않고 선수들을 확실히 질책해 팀 전체가 볼 수 있도록 해야만 감독에 대한 신뢰가 살아난다고 했다.

강렬한 연설은 매년 화제다. 감독 초기 올림픽대표팀을 이끌며 말한 “내 가슴 속에 여러분을 위한 칼을 품고 다녀”라는 표현부터, 최근 울산 구단을 통해 알려진 “이게 팀이야”와 “우승은 어제 내린 눈”까지 인상적인 표현이 줄을 잇는다.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가장 선호할 법한 유형의 감독이다. 하지만 홍 감독은 다큐 카메라를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설득력? 그건 제 행동에서 먼저 나온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회사에서도 부장이나 국장이 자기 말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어떤 지시를 하든 귀를 막게 될 것이다. 리더는 평소에 설득력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이야기하는 걸 스스로 지키고 있어야 한다. 오늘 어떤 표현을 쓸지 머리로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건 부수적이다.”

홍 감독은 카메라를 의식한 적은 절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 곧장 선수들에게 티가 나고, “감독이 카메라 앞에서 쇼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순간 설득력을 잃기 때문이라며 “어쩌면 이 영상들도 내가 여기 남기는 유산이 될 수 있겠다”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다. 부임 후 첫 전북전을 앞둔 미팅에서는 영상을 틀었다. 앞선 전북전 패배로 울산 팬들이 우는 모습이었다. 너희들의 한 경기 패배가 수많은 사람에게 눈물이 될 수 있다는 걸 전달했다. 홍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우승뿐 아니라 전북, 포항 등 라이벌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아픔을 씻어낸 것이 큰 성과라고 자평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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