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최현진 기자] 웬만한 슈퍼카 못지않은 강력한 성능으로 이목을 끄는 '괴물 밴'이 인터넷에서 화제다.
많은 차들 가운데 밴, 그리고 MPV로 분류되는 차종은 세단이나 SUV와 비교해 그 형태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짐이나 사람을 실어나르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높은 전고로 인해 공기저항도 많이 받는 것은 물론 무게중심도 높고, 휠베이스도 길어 민첩하게 움직이는 주행과는 여러모로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형태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다양한 도전도 따르는 법이다. 위에서 언급한 밴의 단점이 무색할 정도로 기상천외한 외형과 성능을 지닌 밴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등장했다. 단순 튜닝 목적에서부터 제조사에서 직접 제작한 모델, 레이스 목적으로 만들어진 차 등 수많은 차종 가운데 일부를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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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에스파스 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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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차종을 꼽아보라면 단연 에스파스 F1이 먼저 언급된다. 마트라(Matra)사가 설계를 맡은 르노 대표 미니밴 에스파스에 윌리엄스-르노 F1팀의 3.5리터 V10 엔진을 장착했다. 차체는 에스파스의 실루엣을 본따 탄소섬유로 새로 제작됐으며, 내부에는 2열 구조로 4개의 버킷 시트가 장착됐다. 엔진은 2열 시트 사이, 차체 가운데 공간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르노가 이런 자동차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 차가 만들어진 1994년은 르노에게 기념할 만한 일이 많은 해였다. 에스파스 출시 10주년임과 동시에 르노 엔진을 사용한 윌리엄스 F1팀이 세 번째로 F1 컨스트럭터 부문 챔피언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에스파스 F1은 두 차의 특별한 순간을 한 번에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충격과 공포의 축하 세리머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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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슈퍼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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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이 분야의 '원조'는 따로 있다. 바로 포드다. 영국 포드는 1971년 1세대 트랜짓의 홍보를 위해 별난 마케팅을 벌이기로 했다. 바로 영국 투어링카 챔피언십(BTCC)에 참가하던 테리 드러리 레이싱과의 협업을 통해 초대 슈퍼밴을 제작한 것이다. 페라리를 꺾고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우승한 GT40의 엔진과 변속기를 트랜짓의 짐칸에 그대로 이식했다. 최고출력은 400마력이 넘었다. 광폭 타이어를 장착했지만 트랙에서의 안정성은 다소 떨어졌다. 슈퍼밴은 이후 FRP 차체, 개선된 엔진 및 공기역학 성능을 갖춘 슈퍼밴 2로 업그레이드됐다.
영국 포드의 다음 행보는 정해져 있었다. 바로 2세대 트랜짓의 홍보를 위한 슈퍼밴 3다. 슈퍼밴 2까지의 단점을 보완하는 본격적인 에어로파츠와 코스워스에서 제작한 F1용 V8 엔진을 장착해 700마력을 발휘했다. 현재까지도 다양한 자동차 행사에 등장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2022년 굿우드 페스티벌에는 최신 모델인 슈퍼밴 4가 등장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전기차로 등장했다. 4개의 전기 모터와 50kWh 배터리, 맞춤형 제어 시스템을 갖추고 2,00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해 충격을 안겼다. 적재함을 뚫고 지나가는 거대한 통로와 리어 윙으로 공기역학 성능을 최적화했다. 2023년에는 600kW 회생 제동 시스템과 고성능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장착한 슈퍼밴 4.2가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에 출전, 종합 2위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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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806 슈퍼투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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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806은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생산된 미니밴이다. 이를 기반으로 푸조 레이스카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던 크로노스 레이싱과 함께 만든 것이 바로 806 슈퍼투어링이다. 차체를 이루는 대부분의 부품은 푸조 405 슈퍼투어링카에서, 엔진은 306 랠리카에서 가져와 26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806 슈퍼투어링의 탄생 배경에는 푸조 벨기에 법인의 마케팅 전략이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앞서 소개한 포드 슈퍼밴과 르노 에스파스 F1에 고무된 것으로 추정된다. 단 쇼카 목적으로 운용했던 앞선 두 차들과 달리, 806 슈퍼투어링은 1995년 스파 프랑코샹 24시간 레이스에 직접 출전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스파 24시간 예선에서는 클래스 3위, 전체 12위를 달성하는 패기를 보이며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레이스에서는 경기 시작 1시간만에 브레이크 문제를 겪고, 10시간째에는 엔진 고장으로 완주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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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하이에이스 랠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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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랠리 선수권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는 차가 있다. 바로 일본을 대표하는 승합차 토요타 하이에이스다. 거대한 덩치부터가 라이벌들을 압도하지만, 이들 못지않은 움직임으로 좁고 거친 길을 빠르게 주파하는 하이에이스의 모습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마니아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런 이색적인 도전을 하는 주인공은 누구일까. 바로 하이에이스 튜닝을 전문으로 하는 캐스트(CAST)라는 업체에서 시작한 레이싱 팀 '캐스트 레이싱'이다. 튜닝 파츠의 실전 데이터를 확보해 성능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라고 한다. 총 두 대의 하이에이스가 참가중이며, 한 대는 특히 여성 드라이버의 활약으로 특히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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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iMax(스타렉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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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로 한국보다 더 별난 시도를 벌인 국가가 있다. 바로 튜닝과 모터스포츠 문화가 대중적으로 자리잡은 호주다. 현대차 호주 법인은 최근 그랜드 스타렉스(현지명 iMax)를 기반으로 드리프트 버스를 만들어 전세계의 관심을 한 눈에 받았다. 현대 N의 퍼포먼스 블루 색상으로 차체를 도색했다. 이름도 iMax N이다.
iMax N에는 2.5 디젤 대신 3.5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 402마력, 최대토크 56.6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코너 카빙 디퍼렌셜, 전자제어 서스펜션,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 19인치 휠 등 현대차 N 모델로부터 가져온 부품이 이식되어 있다. 50:50의 이상적인 무게 배분으로 8명 전원이 탑승하더라도 안정적인 드리프트 성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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