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는 1만년 전 어떤 의미였고 왜 요즘에도 인기가 있을까?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사우나는 1만년 전 어떤 의미였고 왜 요즘에도 인기가 있을까?

BBC News 코리아 2023-11-25 10:34:38 신고

3줄요약

북유럽 국가에선 사우나가 신체적, 정서적 웰빙에 필수적인 활동으로 통한다. 클레어 다우디가 사우나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그 이유를 모색해봤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는 이색 야외 활동 '찬물 수영'이 북유럽에서 인기다. 동시에 이와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활동, 즉 뜨거운 곳에서 땀을 뻘뻘 내는 사우나도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덕에 북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공공 및 민영 사우나가 개장하고 있다. 기존 사우나에도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사우나를 소재로 한 영화도 나왔다. 에스토니아 전통 장작 사우나에 모인 여성들을 포착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안나 힌츠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스모크 사우나 시스터후드(Smoke Sauna Sisterhood)'다.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 사우나는 소박한 곳부터 고급스럽고 첨단 기술을 갖춘 곳까지 다양한 형태와 크기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사우나 열풍을 접한 사람이라면, 사우나의 기원이 1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초창기에 나타났던 사우나 형태는 '구덩이 사우나'였다. 말 그대로 땅에 구덩이를 파고 바닥에 돌을 채워넣고 모닥불로 돌을 가열했다. 동 핀란드 대학 민속학자이자 사우나 문화 연구자인 달바 라민마키는 "돌이 따뜻해지면 구덩이를 욋가지(외를 엮는 데 쓰는 나뭇가지나 수숫대 등을 일컫는 말)나 짚, 이탄으로 덮고 물을 뿌려 수증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청동기 시대의 한증막 유적은 영국과 아일랜드 전역에서 발굴되고 있다. 사우나와 한증막은 고대 이슬람 세계 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북미 원주민 문화에도 폭넓게 자리잡고 있었다. 하버드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통 사우나에는 "준비, 기도, 정화의례" 등의 의식 절차가 포함되어 있었다. '사우나 - 깊은 열의 힘(Sauna - The Power of Deep Heat)'라는 책을 쓴 엠마 오켈리는 책에서 일본은 "천연 동굴을 땀을 내는 욕조로 사용했고, 이것이 절이나 수도원 옆에 세워진 목욕탕으로 발전했다"고 했다.

"과거부터 모든 문화권은 땀을 내는 목욕을 고유의 형태로 즐겨왔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오스만의 '함맘'과 마야의 '테마즈칼', 일본의 '무시부로'와 '카마부로', 러시아의 '반야', 핀란드의 '사우나'와 같은 온열 요법은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대륙을 넘나들며 다양한 형태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오켈리는 책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사우나를 최신식 자기 관리 법으로 여기고 있다. 사우나를 요가와 마사지, 피부 관리 등과 마찬가지로 '21세기 분주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최적의 해독제'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몇 세기 동안, 사우나는 웰빙과 휴식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라민마키는 사우나가 몸을 씻는 공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요리, 아마와 호밀 건조, 비누 만들기, 빨래, 병자 돌보기, 매장 전 시신 세척, 출산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우나는 잠을 자거나 비밀리에 누군가를 만나는 장소이기도 했으며, 매주 하는 사우나는 교회와 안식일을 위해 몸을 정화하고 한 주가 다른 주로 바뀌는 것을 표시하는 행위였다"고 했다.

사우나는 정신적인 측면도 중요했다. 오켈리는 자신의 책에서 전통적으로 고대 핀란드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사우나를 통해 공기와 물, 불, 흙 등 네 가지 원소를 숭배했다고 설명한다. "사우나는 상층부인 '하늘', 중간층인 '땅', 그리고 죽은 자들의 '지하 세계'라는 세 가지 우주의 축소판이었다. 사우나가 상징하는 핵심적인 의미는 성장과 상호 연결, 공생의 순환이었고 최종 목표는 변화된 상태와 의식의 고양, 원기회복이었다."

라민마키는 "핀란드에서 사우나는 주요 민간 치유법었다"고 말했다. "사우나는 소독이 되어 있고 따뜻하며 사적인 의미를 띤 공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사우나에 조상과 신의 힘이 '가득' 담겨 있다고 믿었습니다. 사우나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의 경계 공간이었죠."

사우나를 둘러싼 이러한 신화 대부분은 핀란드의 서사시 작품 '칼레발라'와 핀란드 룬 문자로 기록된 노래에 등장한다. 오켈리는 "이러한 시 작품이 사우나가 핀란드 정체성의 핵심적 상징으로 자리잡는 토대가 됐다"며 "(그래서) 사우나의 문과 창문에 칼레발라의 신과 여신이 그려져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고 썼다.

이러한 정신 세계는 사우나에서 사람들이 올바르게 행동하는지 감독하는 애꾸눈 요정 '사우나톤투'에 대한 생각으로도 확장된다. "아이들은 사우나톤투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사우나에서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웹사이트 '디스 이즈 핀란드(This is Finland)'에 올라와 있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우나가 항상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오켈리는 "1890년 핀란드에서는 민간 요법을 불법으로 규정했고, 사우나가 가진 영적 또는 초자연적인 관행에 대해 말하는 것을 금기시했다"며 "치유의 관점에서 사우나에 담긴 지혜는 목욕을 하러 사우나를 찾아온 여성 노년층들이 비밀리에 입에서 입으로 전승했다"고 했다.

정신적이며 실용적인

하지만 이후 현대 핀란드인들과 스칸디나비아 이웃 국가, 발트해 연안 국가, 러시아 등 사우나의 뿌리가 깊은 여러 국가들이 사우나에 담긴 정신적인 것과 실용적인 것의 조합을 다시 깨달아가기 시작했다.

핀란드어인 사우나는 '땅속 구덩이'를 뜻하는 사미족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우나를 유산으로 보유한 것은 핀란드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에스토니아는 2013년 훈연 사우나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켰다. 일반적인 에스토니아 훈연 사우나는 굴뚝이 없는 나무 오두막에 모닥불을 피워 돌을 가열하고 향긋한 향기를 자아내는 방식의 사우나다.

라민마키는 인구 550만 명의 핀란드에 330만 개의 사우나를 가진 핀란드에서 사우나는 "주요 국가적 상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집단이 가진 일상 생활의 관습은 집단의 문화와 시민적 특징의 토대를 만들고 국가 정체성과도 연관된다"며 "사우나는 '핀란드다움'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기초로 통한다"고 했다.

핀란드의 사우나 문화는 2020년, 에스토니아에 이어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핀란드) 사우나 문화는 대다수 국민들의 삶에서 굉장히 필수적인데, 대부분의 핀란드인들은 아기 때부터 사우나를 경험한다"고 설명한다.

핀란드다움은 헬싱키에서 활동하는 작가 카티아 판차르가 저서 '시수를 찾아서(Finding Sisu)'에서 "핀란드 특유의 강한 의지, 포기하거나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 결단력"이라고 묘사한 500년 전통의 '시수(sisu)' 철학에도 녹아 있다. 그는 핀란드의 비공식 모토인 "시수와 사우나, 시벨리우스('핀란디아'를 작곡한 핀란드의 작곡가)는 핀란드의 본질과 정체성을 요약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오켈리에 따르면, 시수는 1917년 "핀란드가 독립(100년 이상의 러시아 통치와 6세기에 걸친 스웨덴의 통치 이후)하면서 새로운 통치 권력이 핀란드 고유의 특성으로 받아들였고, 여전히 핀란드 사회를 하나로 묶는 '사회적 접착제'로 생각되고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겨울이 길고 추운 이 지역에서 특히 유용한 성격 특성인 시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물론 찬물 수영을 하다가 뜨거운 사우나로 뛰어들 때에도 시수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우나와 찬물 수영이 새롭게 인기를 끌면서, 사우나 관광은 핀란드 최고의 관광 포인트로 떠올랐다. 2016년에 문을 연 헬싱키의 뢰일리 사우나에는 연간 20만 명 이상이 찾아온다.

하지만 라민마키는 이러한 사우나 르네상스에선 종종 사우나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가 간과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우나는 평등의 공간입니다. 사우나는 모든 종류의 성별과 성적 취향, 몸을 환영합니다. 가슴이 한쪽만 있는 몸, 다리가 한쪽만 있는 몸, 노화된 몸을 사랑합니다. 가난한 사람, 일자리가 없는 사람, 자녀가 일곱 명인 사람, 자녀가 없어 슬픈 사람을 사랑합니다. 사우나는 내성적인 사람들을 반기는 곳입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고, 외로운 사람들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는 곳입니다."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