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산 심장부’ 활짝 열어젖힌 HD현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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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방산 심장부’ 활짝 열어젖힌 HD현重

데일리임팩트 2023-11-25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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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 내 정박해있는 이지스구축함 배치-2 '정조대왕함'(왼쪽)과 호위함 '충남함'. 사진=HD현대중공업
울산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 내 정박해있는 이지스구축함 배치-2 '정조대왕함'(왼쪽)과 호위함 '충남함'. 사진=HD현대중공업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울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에 도착하니 저 멀리 연한 회색빛을 띄고 있는 크고 작은 함선 두 척이 보였다. 큰 쪽은 ‘신의 방패’라 일컬어지는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함’, 작은 쪽은 ‘미니 이지스 구축함’이라는 별명이 있는 호위함 ‘충남함’이었다. 마치 아기와 어미 고래가 나란히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적의 눈에 잘 띄지 않게 해상에서 가장 바다와 유사하게 보이는 색깔로 칠했다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HD현대중공업이 처음으로 특수선사업부를 언론에 공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지만, ‘글로벌 톱’급 특수선 건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뿐 아니라 해외로의 수출길을 활짝 열며 전에 없던 적극적 행보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는 데에서도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간 상선에 비해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았던 특수선이지만, 이날 부두를 가득 메우고 있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함께 앞으로 HD현대중공업의 향후 실적을 이끌 ‘쌍두마차’로 지위가 격상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HD현대중공업은 울산 특수선사업부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현장에는 정조대왕함과 충남함을 비롯해 특수선이 조립되는 건조도크와 드라이도크, 특수선의 일부인 블록을 만드는 공장, 이지스 시스템을 포함해 함선들을 제어하는 통합관제센터 등을 돌아볼 수 있었다.

울산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 내 정박해있는 이지스구축함 배치-2 '정조대왕함'. 사진=HD현대중공업
울산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 내 정박해있는 이지스구축함 배치-2 '정조대왕함'. 사진=HD현대중공업

인상적인 이지스함의 위용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생애 처음으로 마주한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함이었다. 지난 2019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해 지난해 7월 28일 진수한 배치-2(BATCH-II) 1번함, 정조대왕함은 현재 20개월에 걸쳐 약 500개의 시험평가를 받은 뒤 오는 2024년 12월 해군에의 인수가 예정돼 있다.

이지스 구축함은 ‘신의 방패’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미국 록히드 마틴의 최첨단 전투체계 탑재 함정으로, 고대 그리스 신화 천둥의 신, 제우스가 사용했던 방패 ‘이지스’(Aegis)의 이름에서 의미를 따왔다. 고성능 레이더와 중장거리 대공미사일, 슈퍼컴퓨터 등을 이용해 적 비행 무기를 방어·대응하는 능력이 출중해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소련과 냉전 상태에 있던 미국이 함선을 향한 무차별 미사일 폭격을 방어할 목적으로 지난 1960년 개발을 시작, 1970년에 처음 실전 배치에 성공한 이후 현재까지 세계 최고의 방어시스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 1994년 당시 지속되고 있던 북한의 도발을 계기로 도입이 결정된 이후 세종대왕함(2004년 HD현대중공업 수주)을 시작으로 서애류성룡함(2008년 HD현대중공업 수주) 등 이지스 구축함 배치-1 3대가 우선 도입됐다. 지난 2007년 건조된 첫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 1번함의 경우 도입 단가가 비싸 적이 발사한 대탄도탄을 추적만 가능할 뿐 요격하는 기능까지는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정조대왕함의 경우 2016년부터 새로이 개발을 시작한 전투체계를 실용화해 한국 최초로 해상에서 적의 탄도탄을 탐지·추적·요격할 수 있는 데다 고고도(지상으로부터 7~12km의 높이)탄두 식별 능력도 갖췄다. 함대지유도탄을 운영하게 되면서 육·해(대잠·대함)·공 합동전력의 중심으로 활동이 가능해진 것도 특징.

울산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 내 정박해있는 이지스구축함 배치-2 '정조대왕함' 함수 전경. 사진 중앙 하단에 거대한 함포가 보인다. 사진=HD현대중공업
울산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 내 정박해있는 이지스구축함 배치-2 '정조대왕함' 함수 전경. 사진 중앙 하단에 거대한 함포가 보인다. 사진=HD현대중공업

국산화 부품 탑재 인상적

이날은 특별히 정조대왕함 내부에 들어갈 기회도 주어졌다. 이를 위해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과 협의를 통해 해당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었던 시험운항 일정을 오후로 미루기도 했다.

직접 들어가 본 함정의 내부는 좁은 통로와 복잡한 구조, 많은 격벽과 문들을 갖춘 구조가 특징이었다. 지하 4층, 지상 5층 높이의 가파른 계단을 계속 오르내리기도 해야 하는 만큼 자칫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었는데, 실제로 이날 몇몇 취재진이 길을 잃고 헤맸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심지어 함 내에 탑승한 지 얼마 안 된 신병들 역시 길을 잃기도 한다고.

하지만 배에 화재가 발생했거나 적에게 피격당했을 경우 비상탈출을 해야 하는 만큼 구조에 일정한 규칙성은 존재한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 선실을 배치할 때 ‘몇 번째 통로의 몇 번째 방’의 식으로 번호를 매기거나 화살표를 배치하는 식.

국내 기술로 개발된 장비들이 다수 탑재됐다는 것도 특징이다. △기존 대비 탐지거리 및 용량이 대폭 늘어난 ‘통합소나체계’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 하이브리드 엔진 △장거리 대잠어뢰 ‘홍상어’ △스텔스 선체 △함대지유도탄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2 등이 그 예시.

이 중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는 음파를 활용해 수중목표의 방위 및 거래를 알아내는 장비다. 정조대왕함의 통합소나체계는 선체 고정형 음탐기, 저주파 능동 예인 음탐기, 다기능 수농 예인 음탐기 등이 통합된 형태로 기존의 고주파(高周波) 기반 소나체계 대비 탐지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저주파(低周波) 기반의 장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정조대왕함의 레이더는 록히드마틴에서 수입한 것으로, 충남함의 경우 국산화가 진행됐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러한 종합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LIG넥스원·한화시스템·현대위아 등 다양한 국내기업들의 장비가 투입돼 있다. 2년여 간의 시험 기간이 있는 만큼 인도 전에 일부 새로운 시스템이 출시되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업그레이드를 거치는 만큼 도중에 노후화될 걱정은 없다고.

지난 20일 울산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공장 내부에서 박용열 전무(함정 사업 기획·생산 총괄)가 취재진에 설명을 진행중인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지난 20일 울산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공장 내부에서 박용열 전무(함정 사업 기획·생산 총괄)가 취재진에 설명을 진행중인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어려운 사업 환경에 공개 결정

HD현대중공업이 그간 감춰왔던 ‘방산사업부의 심장’을 외부에 공개한 이유는 간단하다. 기술력을 외부에 과시함으로써 최근 불고 있는 ‘K-방산’ 열풍을 타고 더 많은 글로벌 수주 기회를 잡겠다는 것.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전쟁이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는 만큼 분쟁 지역 인근을 포함해 각국에서 국방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과 국경을 맞대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방산 시스템에 대한 관심 역시 치솟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수출을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방사청이 원가 통제를 하는 만큼 매출을 내기가 쉽지 않은 만큼 세계로 뻗어 나가지 않고는 사업성을 유지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도 이유다. 하지만 수출은 한 번 하면 계속 늘어날 수도 있고, 특히 국산화율이 높은 함정을 수출하면 오롯이 수입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이사는 데일리임팩트에 “정조대왕함 한 대가 건조 비용이 6500억을 받는데 남는 영업이익은 한 1.8% 정도 된다. 산업적 관점으로 보면 수익성이 되게 낮다”라며 “국내 사업으로는 실제로 제일 돈을 못 버는 게 조선소다. 1조원 짜리를 지어도 조선소가 재량권을 갖고 있는 건 20%밖에 안 된다. 나머지 80%는 장비, 무장, 전투체계 이런 비용이다. 그러니까 매출은 늘어나도 실질 수익은 얼마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향후 적극적인 해외 수주를 통해 특수선 사업부 매출 규모의 반은 수출로 채우고, 궁극적으로는 조선 부문에 크게 기대고 있는 현재의 매출 비중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기준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 매출액은 7073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액(9조455억원) 가운데 7.8%에 해당한다.

최 이사는 “반반으로 해서 한 2조 정도까지 가져와야 조선 사업부가 오롯이 특수사업부 혼자 자율적인 경영 지속 가능한 동행이 되는 것”이라며 “지금은 사실 조선 부분에 많이 기대고 있다. ‘큰 집’에 많이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울산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 내 정박해있는 이지스구축함 배치-2 '정조대왕함'(왼쪽)과 호위함 '충남함'을 상공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울산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 내 정박해있는 이지스구축함 배치-2 '정조대왕함'(왼쪽)과 호위함 '충남함'을 상공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여전히 높은 글로벌 장벽

하지만 함정 건조 부문에서 유구한 역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에는 아직 못 미치는 만큼 HD현대중공업은 현재 유럽 최대 조선사인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Fincantieri), 미국 최대 조선소 업체인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즈’(HII) 등을 롤 모델 삼아 함정 분야 글로벌화를 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해외 조선소 인수나, 자본투자, 현지 법인 설립 등 여러 방향으로도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본부장(부사장)은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우리가 상선 분야는 세계 1등이지만 함정 분야는 전 세계 시장에 나가면 10위권 밖이다”라면서 “선진업체들이 뭘 하고 있는지를 잘 봐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가야 될지 지금 많이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문득 이번 언론 공개를 통해 기술 유출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겼는데,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측에서는 걱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설 및 인원에 대한 보안이 확실히 이뤄지고 있는 데다 임시보안 검사를 받아서 중요 시설 출입 인원들은 비밀직업인가를 갖고 있기도 하다고.

‘위성으로 사진을 찍으면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용열 HD현대중공업 전무(함정 사업 기획·생산 총괄)는 “위성으로 봐서는 의미가 없다. 노하우는 부품이 아닌 건조 과정과 시험평가 과정에 있다. 설비만 봐서는 기술 유출이 불가하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20일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주원호 특수선사업본부장(부사장)이 환영사를 진행중인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지난 20일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주원호 특수선사업본부장(부사장)이 환영사를 진행중인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내년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 올인

특히 내년 캐나다에서 진행할 대규모 잠수함 수주전은 국내 업체들에도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예정인 만큼 업계에서도 기대가 큰 상황이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에 따르면 그간 자국 업체들 위주로 건조를 맡겨왔던 잠수함 시장이 크게 열린 데다, 그 규모가 60조원에 달하는 만큼 전 세계의 잠수함 업체들이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국내 업계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격전을 벌일 것을 예상하나 HD현대중공업 측의 생각은 다른 것처럼 보인다. 사업 규모가 거대한 데다 강력한 라이벌들이 많아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꾸려 원 팀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수주전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

현재 유력 라이벌로는 제2차 세계대전부터 이어온 ‘100년 역사’의 재래식 잠수함 기술을 가진 일본, 대규모 컨소시엄을 꾸려올 유럽, ‘세계 1위’ 미국 등이 있다. 현재까지 국내 업체들이 해외의 라이벌들을 상대로 글로벌 수주전에서 일감을 따온 적은 없다.

주 부사장은 질의응답을 통해 “사업 규모가 상당히 크다. 한 회사가 감당하기에는. (만약) 특정 회사에서 (수주를) 하면 여러 가지 상황을 다 따져봐야 되는데 그것도 크고, 계약조건도 아주 까다로울 거라 생각한다”라며 “그래서 G2G(정부 대 정부) 베이스로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해서 같이 들어가야 되는 게 맞지 않느냐 하고 외부 전문가들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 측에서 수주전을 앞두고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수주전 승리를 위해서는 업계 차원에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정부가 업계 간 갈등을 조정하는 한편 국방 전력 개선 사업 예산을 늘리고 인력 유지 및 유치를 돕는 등의 지원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것.

최태복 이사는 “지금까지는 조선기업의 역량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향후에도 그렇게 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이미 선진국들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라며 “그래서 빨리 정부에게 우리가 정오의 햇볕을 쬐고 있는 이때 오후에 생길 그림자를 미리 생각하고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얘기를 드리는 것이다. 무한경쟁이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맞는 말인지 몰라도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맞지 않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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