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서울의 봄, 난세의 간웅 '조조'와 오버랩 되는 황정민의 '전두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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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서울의 봄, 난세의 간웅 '조조'와 오버랩 되는 황정민의 '전두광'

브릿지경제 2023-11-24 10:42: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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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자, 지금 논란과 화제의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했습니다. 시사회 때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해서 기대를 했고, 저도 개봉하자마자 보고 왔습니다. 보기 전엔 황정민이 전두환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그렸을까, 얼마나 닮았을까 기대했고 보는 동안엔 폭풍처럼 몰아치는 속도감에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고, 보고난 이후엔, 걱정이 몰려왔습니다. 도대체 이 영화, 어떻게 리뷰할 수 있을까.

정치적으로 우리 근현대사에서 굉장히 예민한 부분을 다룬 영화라,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긴 합니다.

또, 영화를 보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전두환이라는 인물을 긍정하는 분도, 부정하는 분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일단 솔직하게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판단은 구독자님,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맡기겠다는 것입니다. 원고를 쓰는 지금도 마음이 이상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서울의봄 리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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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굉장히 자극적입니다.

개봉시기도 다분히 의도적인데, 전두환 전 대통령의 기일인 11월 23일을 염두에 둔 듯 11월 22일에 개봉했기 때문입니다. 전두환(영화에서는 전두광) 전 대통령을 반미치광이처럼 그린 부분도, 그를 혐오하는 이들이 환호할만큼 자극적입니다.

♬높은산 깊을 골 적막한 산하~ 눈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이 노래 다 아시죠? 영화 말미에 하나회 단체사진 위로 군가 ‘전선을 간다’가 묵직하게 깔리면서 관객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신군부가 나라를 집어삼키면서 서울의 봄이 끝났다’라는 자막이 올라가며 이 영화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아예 못 박다 못해 터뜨려버립니다.

마치 남녀의 성관계가 사정으로 마무리 되듯, 이 영화는 황정민과 정우성이 2시간 동안 수십번씩 체위를 바꿔가며 쉬지않고 피스톤 운동을 해대다 마지막 자막으로 40여년 헤묵은 정액을 토해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제 개인적 감정은 잠시 뒤로 미루고, 서울의 봄에 대한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오로지 예술적 가치로만 두고 봤을 때, 이 영화는 단연코 올해 최고의 영화입니다. 또, 실제 역사를 다룬 한국 영화 가운데 이보다 ‘재미있게’ 만든 영화는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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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가장 화제가 됐던 황정민의 전두환 연기는 상당히 호불호가 나뉠 것으로 보입니다. 전두환과 외모가 비슷한가에서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보이고, 황정민의 전작 아수라의 박성배, 신세계의 정청과 비슷한 캐릭터라고 보는 관객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서울의 봄에서의 황정민의 연기는 상당히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황정민은 나름의 명분을 찾아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이 아니라 그저 아무런 명분도, 생각도 없이 개인의 출세욕에 미쳐 있는 ‘전두광’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했기 때문입니다. 즉, ‘전두환’이라는 인물을 모티브로 김성수 감독과 황정민이 재창조한 새로운 캐릭터라는 것입니다.

서울의 봄의 전두광은 삼국지의 ‘조조’와 매우 닮아있습니다. ‘실용주의’의 대명사인 현대적 해석의 조조는 어쩌면 전두환의 대통령 시절과 매우 닮아있을 테지만, 서울의 봄의 전두광은 과거 유비의 대척점에 서 한실을 찬탈한 간웅 ‘조조’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황정민의 연기를 전두환이 아니라 ‘조조’에 빗대 감상하면 굉장히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황정민의 전두광이 조조라면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장태완)은 관우와 장비입니다. 조조가 관우를 얻기 위해 미녀를 바치고 적토마를 선물하고 갖은 보화를 바쳐도 관우는 유비에 대한 신의를 끝까지 지켰던 것처럼 이태신은 전두광의 회유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또 관우가 하비에서 조조에게 항복할 때, 또 위-오 연합군에 패해 맥성에서 자결할 때와 흡사한 묘사가 영화 속에서 그려집니다. 즉, 정우성이 그려낸 이태신이라는 인물은 장태완 장군의 실제 모습이기도 하겠으나, 삼국지의 관우에게서 그 캐릭터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또 행주대교를 넘어오는 2공수여단의 탱크부대를 이태신이 단기필마로 막아 세우는 장면은 장판파에 선 장비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저는 정우성 커리어 최고의 연기는 아수라라고 생각하지만, 서울의 봄에서도 못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김기현이 보여준 제5공화국의 ‘장포스’ 연기에 비해선 무게감이 조금 부족하긴 합니다.

여배우가 거의 나오지 않는 영화이지만, 누가봐도 이순자 여사 역을 맡은 배우의 놀랄만한 싱크로율은 이 영화의 잔재미 중 하나입니다. 이태신의 부인 역할을 하는 배우는 조금 더 연륜 있고 사극연기를 해본 배우가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칭찬할만한 부분은 김성수 감독의 연출력입니다. 좌고우면 하지 않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우직하게 끝까지 밀어붙였는데, 이건 그냥 밀어붙이는 정도가 아니라 폭풍처럼 휘몰아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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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이 영화의 대부분은 12.12 사태가 벌어지는 1979년 12월 12일 단 하루를 그려내는데, 관객을 12.12사태의 한 가운데로 몰아 놓은 다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절대 놓아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태신의 입장에서, 또 어떤 이는 전두광의 입장에서 몰입하며 영화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 12 12사태에서 사상자는 사망자 3명을 포함해 총 9명이었습니다. 즉, 대규모 교전은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도 총격전이 몇 번 나오긴 합니다. 청와대, 특전사령부, 육군본부 등 몇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흔히 이런 장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대규모 총격씬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전쟁은 몇번이나 치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것은 황정민과 정우성의 엄청난 오랄 전투 때문입니다.

수도 서울을 점령하기 위해 전방 9사단을 빼오는 장면이나, 특전사 2공수여단을 움직이는 씬, 수경사의 이태신이 수도 외곽 부대를 서울로 진격시키는 장면은 모두 황정민과 정우성의 입을 통해 진행이 되는데 총격전 한 번 없이 엄청난 긴장감을 일으킵니다. 두 배우의 연기력도 엄청났지만 김성수 감독의 연출력도 절정에 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성수는 천재입니다.

이 외에도, 단 한장면도 허투루 지나가는 장면이 없으면서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점도 편집에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 본인은~ 하는 전두환의 말투와 ‘나 이사람~ 믿어주세요’ 하는 노태우의 말투까지 꼼꼼히 들어가 자잘한 재미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드라마 제5공화국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유튜브 문화골목]

부산=도남선 기자 aegook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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