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간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이 전쟁 발발 46일 만에 타결됐다. 이로써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은 앞으로 4일간 멈추게 됐다.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국제 사회의 휴전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 기간이 끝나면 다시 군사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부가 협상안을 승인한 이후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하마스가 억류중인 여성과 어린이 등 이스라엘 인질 50명을 석방하기 위해 양측은 전쟁을 4일간 멈추기로 했다.
앞서 하마스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인 등 240여명을 납치해 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타결안에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석방하면 하마스는 인질 50명을 석방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팔레스타인 4499명이 억류돼 있는 상태다.
결국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3명의 비율로 맞교환하는 셈이다.
이스라엘측 성명에는 휴전기간 가자지구 안에서 공격이나 체포는 없으며 항공기 운용도 제한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스라엘 언론은 협상안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 내 표결에서 극우성향의 유대인 파워 정당 소속 장관 3명을 제외한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중재안 합의.. 하마스측 입장 더 반영된 듯
팔레스타인 하마스도 같은 날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내 적대행위를 4일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 성명과 동일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스라엘이 이날 승인한 '인도주의적 휴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휴전 기간 의료품과 연료 등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실은 트럭 수백 대의 가자지구 진입이 허용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스라엘은 그간 하마스가 연료를 군사 목적으로 유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료 반입을 금지해왔다.
이번 인질 석방 및 임시 휴전안은 카타르가 중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9일 신화통신은 팔레스타인 소식통을 인용해 카타르가 이스라엘에 2가지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의 첫 번째 중재안은 3일간의 휴전과 가자지구에 일정량의 연료를 공급하는 대가로 하마스가 어린이와 여성 등 53명을 석방하는 것이었으며, 두 번째 제안은 5일간의 휴전과 더 많은 연료를 가자지구에 들여오는 대가로 인질 87명을 석방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억류 중인 모든 여성과 어린이의 석방을 요구하며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휴전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협상에서 이스라엘 보다 하마스가 더 많은 것을 얻어낸 것으로 해석된다. 카타르의 중재안에 비해 휴전 기간과 인질 숫자 등 하마스의 입장이 좀 더 반영됐기 때문이다.
휴전 시작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르면 23일부터 교전이 중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을 10명씩 풀어줄 때 마다 휴전도 하루씩 연장된다.
美 "더 많은 인질 석방 기대" "바이든 대통령 외교 성과"
미국 정부는 이번 인질 석방을 계기로 더 많은 인질이 풀려날 것을 기대한다면서 합의 과정에 바이든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21일 브리핑에서 이번에 석방되는 인질 50명에는 미국 국적자인 여성 2명과 3살짜리 어린이 1명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고위당국자는 여성과 어린이 인질이 50명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모든 여성과 어린이 인질이 1차 석방 기간 풀려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더 많은 인질을 풀어주면 교전 중지가 며칠 더 연장된다"며 "이 합의는 인질 전원의 석방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질 석방 기간에 가자지구 전역에서 군사작전이 완전히 중단되고,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에서의 적대행위가 일부 중단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가 장기적 휴전을 위한 시작으로 해석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교전 중지에) 기한이 정해져 있다"고 말해 이번 교전 중지가 무기한 휴전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위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그간 비밀리에 카타르, 이스라엘, 이집트와 인질 석방 문제를 긴밀히 공조했으며 이 과정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13차례,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3차례, 카타르 군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와 2차례 통화하고 인질 석방 문제 등을 논의했다.
시진핑, 브릭스 회의서 휴전 촉구하며 이스라엘 압박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하는 신흥국 모임인 브릭스(BRICS)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휴전을 촉구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일부 국가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인정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지만 대체적으로 팔레스타인을 향한 동정론이 강했다.
21일 로이터통신과 중국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올해 브릭스 의장국인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주재로 특별 화상 정상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라마포사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 회원국 정상들이 참여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를 비롯해 내년 1월 회원국으로 가입할 예정인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정상들도 초청받았다. 아르헨티나는 산티아고 카피에고 외무장관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분쟁의 모든 당사자는 즉각 전투를 중단하고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아야 한다"며 휴전을 촉구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보장하고 국제사회는 중동 지역 전체의 안정에 영향을 미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팔 전쟁의 정치적 해결책 찾기를 목표로 하는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을 촉구한다"며 "브릭스 국가들은 이 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이스라엘-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카피에로 장관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따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옹호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관계를 확대하겠다는 하비에르 밀레이가 대통령에 당선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지난 15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휴전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네타냐후 "휴전 기간 끝나면 전면전 즉각 재개"
하지만,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 기간이 끝나면 다시 전면전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1일 CNN,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늦은 오후 열린 인질 석방 협상안 투표를 위한 각료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은 신성한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어렵지만 옳은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인질 석방을 계기로 임시 휴전이 이뤄지더라도 하마스와 전쟁은 계속할 것이라며 "하마스 제거, 모든 인질 석방, 가자지구가 더 이상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 등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전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4~5일간 휴전이 끝나면 가자지구 작전이 "전면적으로 재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시 내각에 참가한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는 인질 협상안이 "남부 지역과 다른 지역을 포함해 (가자지구에서) 필요한 작전 노력을 계속하기 위한 토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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