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눈에는 고통과 괴로움이 가득 엄마는 고개를 거의 들지 못했다.
지난 10월 말, 그의 남편 빌랄 살레는 점령된 요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 정착민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빌랄은 착 자상한 사람이었습니다."
미망인이 된 이클라스 살레는 친정어머니 무나가 주의 깊게 지켜보는 가운데 이렇게 말했다.
이클라스는 "빌랄이 살해된 지 이틀 후 경찰이 나에게 증언을 제출하라는 요청을 보냈다"고 말했다.
"제가 경찰서에 있는 동안 이스라엘 정착민이 제 얼굴에 침을 뱉었어요.
"경찰관에게 왜 제지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우리는 경찰서에 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국제사회의 초점이 이스라엘에 쏠리고 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1200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인질이 됐다. 이스라엘 공습과 가자 지구의 육상 침공도 뒤따랐다.
현재 가자지구에서는 1만2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서안지구에서도 폭력 사태가 급증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건부는 지난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 정착민 7명을 포함해 2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축제 날에 사망한 남편
팔레스타인 농부 빌랄 살레(40)는 사망자 가운데 한 명. 10월 28일 아스사위야 마을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빌랄의 사촌 하젬 샤힌은 "대가족이라 올리브를 따러 갔던 것" 이라며 "올리브 수확은 큰 축젯날이고 우리는 이를 기념한다"라고 했다.
그 전날 가족 영상에는 빌랄의 막내아들 무사와 딸 메이스가 사촌,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사건 당일, 남자들은 올리브 딸 준비를 하며 사다리를 타고 있었다고 한다.
하젬은 휴대폰 촬영 영상을 보여줬다.
이 지역 5개 정착지 중 하나인 '레헬림'에서 무장한 이스라엘 정착민 4명이 그들에게 접근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하젬은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우리는 내려와 차량 근처 안전한 장소로 아이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고 했다.
"빌랄은 올리브나무 아래 휴대전화를 둔 걸 잊고 있었어요. 아내가 떠나고 빌랄이 그걸 가지러 10~15m 정도 돌아갔을 때 총소리가 들렸어요."
다음 영상을 보면 빌랄은 올리브를 모으기 위해 깔아놓은 검은 플라스틱 시트 위에 누워 있었다.
가슴에 총을 맞았는데 아버지와 사촌 두 명이 차로 데려갔다.
가장 가까운 도시는 나블루스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의 도로 장애물 때문에 대신 2배나 시간이 걸리는 살피트 시로 차를 몰고 갔다는 게 하 잼의 설명이다. 빌랄은 도중에 사망했다.
주요 용의자는 비번(off-duty)이던 이스라엘 군인이었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성명을 통해 "군경찰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며 "그 군인은 심문받기 위해 체포됐다가 석방됐다"고 밝혔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수사 결과는 군검찰에 넘겨져 검토받게 될 것입니다."
빌랄의 가족은 그의 죽음 속에서 망연자실한 침묵에 빠져 있다.
총성과 반항
더 북쪽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주요 난민촌인 제닌에서는 남성 시신 11구에 대한 운구행렬이 있었다.
제닌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 저항의 온상이고 공중에서 총격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사망자는 모두 무장세력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금지된 테러 조직인 하마스 군사 조직 '이제딘 알 카삼' 여단의 일원이 이들을 매장하고 있다.
"우리는 하나로 뭉쳤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피입니다"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아부 알 에즈(가명)가 말했다.
"저는 '알 카삼', '파타', '이슬람 지하드'와 연합하고 있습니다. 점령에 맞서 무기를 드는 사람을 지지합니다."
파타는 요단강 서안의 주요 정당으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지배적인 일원이다.
하마스는 2007년 가자지구에서 파타를 잔인하게 제거했다. 알 카삼 여단과 이슬람 지하드 무장단체들도 지금까진 라이벌 관계였다.
아부 알 에즈는 "이스라엘군이 지금 라말라를 급습할지도 모른다"며 "죽더라도 나는 그곳에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말라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본부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1993년 오슬로 협정에서 하마스와 달리 이스라엘을 인정했다.
경찰국은 이스라엘을 대신해 요단강 서안지구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단합된 모습에도 PA의 중대한 위기를 감출 수 없었다.
비정부기구인 팔레스타인 수감자 인권단체(the Palestinian Prisoners Club)에 따르면, 10월 7일 이후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2900명 이상이 체포되면서 PA를 향한 지지는 급감하고 있다.
PA에 따르면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75만 명의 이스라엘 정착민이 살고 있어 팔레스타인 국가 구성은 여전히 먼 미래처럼 보인다.
이러한 합의는 국제법에 따라 불법이며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에 따르면 1993년에 정착민 수는 11만5000명이었다.
정치적 수렁
후세인 알 셰이크는 팔레스타인 고위 관리로 마흐무드 압바스(88)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잠재적인 후계자로 여겨진다.
그의 공식 직함은 PLO 집행위원회 비서이자 민정 책임자다.
실제로 알 셰이크는 PA와 이스라엘 정부 사이의 주요 정치적 연락책이었다.
우리는 그를 라말라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하마스 공격 비난과 관련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신 사방에서 들려오는 민간인 희생에 대해서는 비난하고 경고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의 주요 정치적 목표는 요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탈환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자 지구와 요단강 서안에서의 군사 작전은 PLO와 이스라엘 정부 사이에 체결된 협정을 파기하고 1967년 국경에서 국가를 세우려는 팔레스타인의 꿈을 종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여기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PA가 '이스라엘 안보 담요(security blanket)' 하에서 가자 지구를 운영할 수 있다고 암시하고 있다.
알 셰이크는 "우리는 이스라엘 탱크를 통해 가자 지구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진압하고 싶다며 전쟁 목표와 관련한 그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외교 고문인 오피어 포크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가자를 재점령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10월 7일의 대학살과 1000명 이상의 남성, 여성, 어린이를 살해한 것을 두고 비난할 거란 걸 예상할 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PA는 그러한 만행을 완강히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과부가 된 딸 이클라스를 보며 무나 살레는 끝이 없고 소용돌이치는 두려움에 괴롭다고 했다.
"그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폭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자라서 잘못을 저지르진 아버지가 어떻게 눈앞에서 살해당했는지 기억할 것입니다."
알 셰이크는 이 말을 반복했다.
"이 전쟁 이후 정치적 선택과 해결책이 없다면,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전 지역에서 전체에서 과격주의가 증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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