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정책합의 어려운 나라…일본과는 조금 달라"
'출향' 허용·'거시경제 슬라이드' 도입 등 제안도 나와
(도쿄=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일본처럼 한국에서도 계속 고용 제도를 논의할 때 노사에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수연구기구 특임연구위원은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 있는 한 식당에서 진행한 오찬 간담회에서 "개별 기업에서 노사가 자유롭게 주장하고 자율적으로 고령자 문제를 해결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노사관계가 대립적이라고 하지만, 얼마든지 기업이 성의를 보이면 노동자도 (합의가) 가능하다"며 "임금체계도 사원 동의를 얻어가며 바꿀 수 있다. 동의를 얻으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특임연구위원은 정부에는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집중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과도한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별 기업마다 여건이 다르다. 일본처럼 선택지를 열어두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고령장애인고용지원기구(JEED)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로 '그만두라고 할 필요가 없어서'(43.0%),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기 때문'(39.9%), '일손이 부족해서'(36.1%) 등이 다양하게 언급됐다.
그러면서 국가마다도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일본 제도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삶이 균질적인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개인 편차가 크기 때문에 정책적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 특임연구위원은 일본처럼 원청 인력을 자회사에 파견시키는 '출향'(出鄕)을 허용해 기업 부담을 완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출향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또는 부당내부거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자리를 함께한 김명중 닛케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용제도와 연금제도를 함께 조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시경제 슬라이드'라는 연금액 자동조절 장치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연금 지급액에 임금수준과 물가 상승뿐 아니라 기대수명과 출산율 등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처럼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되, 국민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계속고용을 하더라도 임금을 너무 큰 폭으로 삭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임금을 30∼40% 수준까지 떨어트린 결과 근로의욕과 생산성이 동반 하락하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어로 고령자를 '고레샤'라고 하는데 고(高)와 행(幸)의 발음이 '고'로 같다"라며 "고령자가 늘어나는 사회에 대한 대책뿐 아니라, 고령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대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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