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장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청년 비하 논란을 일으켰던 현수막 문구를 삭제했다.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등 문구들이 2030세대를 비하하는 뉘앙스라는 비판이 쏟아진 데에 대한 대응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7일 조정식 사무총장 명의로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 게시에 관한 공문을 각 시·도당에 보냈다. 현수막 시안은 ‘나에게 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 총 4개였다. 이 중 ‘나에게 온당’을 제외한 문구들은 쓰지 않도록 조치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당 외부와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는 물론 친명(친이재명)계에서도 청년을 비하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 민주당 '"업체 책임" 해명 비난에 "‘나에게 온당’을 제외한 문구들은 쓰지 않도록 삭제 조치"
민주당은 '업체 책임'이라고 해명했다가 비판 여론만 거세졌다.
한준호 민주당 대변인 겸 홍보위원장은 19일 "당 행사를 위해 업체가 내놓은 문구를 당에서 조치해 준 것뿐"이라며 "총선기획단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안이다. (청년비하 현수막이 걸리는) 당일 행사(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는 총선기획단이 진행하는 행사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 대변인은 당 책임에 대해선 "일련의 과정에서 업무상 실수가 있었던 건 맞는 것 같다"면서도 "관련해서 살펴는 보겠지만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 탓'으로 돌리는 민주당에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결국 문구를 삭제 조치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9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현수막 시안 관련해서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에는 분명히 아쉬움이 있다"며 "문구 관련해서 오해가 있었는데 그 문구는 이미 삭제 조치가 됐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 시안은 11월23일 '갤럭시 프로젝트' 행사를 위한 티저"라면서 "이게 총선용 현수막이다, 2030을 대상으로 했다 등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갤럭시 프로젝트' 행사에 대해선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담아내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고 다가서겠다는 지향을 담아내는 캠페인"이라며 "민주연구원에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현수막 문구 삭제 조치에도 당내 비판이 이어졌다.
◇ 비명계 '원칙과 상식' "현수막이 2030 민주당 오는 문 막았다"
비이재명계(비명계) 의원 4명이 주축인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이날 국회에서 연 청년 간담회에서도 “현수막이 2030이 다시 민주당으로 들어오는 문을 막았다”는 질타가 나왔다.
일부 참석자는 당의 해명에 대해 “항상 이렇게 너저분하게 사과 아닌 사과를 한다”며 “애초에 명확히 사과하고 사려 깊지 못한 멘트였다고 이야기하면 될 텐데 아쉽다”고 평가했다.
원칙과 상식은 “설명대로라면 2030 청년세대를 정치와 경제에 무지하고 개인의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라며 “맥락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못한 어설픈 홍보기획을 해명하려다 더 큰 비난을 자초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어떤 이유, 어떤 의사결정 경로로 저런 저급한 내용과 디자인이 민주당의 홍보물로 결정됐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2030 청년세대가 정치와 정당에 원하는 것은 청년의 삶을 지켜주는 정책, 미래를 그리게 해줄 수 있는 비전, 청년을 들러리가 아닌 주역으로 인정하는 청년정치의 복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욱 의원은 간담회에서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현수막을 보고 섬뜩했다”며 “대한민국 사회가 어쩌다 보니까 정치가 사라지고 정쟁과 싸움만 있는 사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곳이 정치인 양 행동하는 나라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과 관계가 없다’는 한 의원 해명에 대해 “당에서 보낸 공문서를 보면 ‘사무총장, 홍보위원장 한준호’ 이렇게 나와 있다”고 말했다.
윤영찬 의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원칙과 상식’이) 현수막 사건처럼 어떤 이슈가 있을 때 당내 발언하고 이슈에 대한 아젠다를 던지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 친명계 더민주 "청년세대 이기적 개인주의자로 비하 비춰져"
앞서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청년 비하 수준이 아니라 청년 능멸 수준”이라며 “이재명 대표께서 이 일에 관련된 책임자와 총선기획을 책임진 조정식 단장을 엄히 질책하고, 이런 현수막 시안으로 상처를 입었을 청년들에게도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투자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메시지에 공감이 전혀 안 된다”며 “사람들로 하여금 좋은 느낌을 가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전날 논평에서 “청년 세대를 공동체와 공적인 가치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돈만 밝히는 이기적 개인주의자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진상조사 및 책임자 징계를 요구했다.
◇ 국힘 "민주당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
최현철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젊은이들을 비하하고 비전이 상실된 민주당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젊은이들을 비하한 것도 모자라 무책임한 떠넘기기까지 한 민주당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청년 비하 논란을 일으킨 홍보 현수막에 대해 '당에서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자 "민주당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현철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당의 행사를 위해서 '업체가' 내놓은 문구를 당에서 조치해 준 것이라면서 모든 잘못을 '업체 탓'으로 돌리며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청년들을 돈만 아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며 비하한 것에 대한 어떤 사과도 없이 삭제해 놓고선 변명 또한 참 궁색하다"고 주장했다.
최 부대변인은 "현수막 문구는 지난 17일 당 최고위에서 이재명 당대표와 다른 최고위원들에게도 공유한 것으로도 알려졌음에도 사과 한마디 없이 '업체 탓'이라 책임을 떠넘기면 이를 받아들일 청년이 몇 명이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며 "젊은층이 민주당의 주된 지지 세력이라 여겼으면서도 정작 청년층에 대한 깊은 고민조차 없었음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언제부터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선 주요 현안과 이슈를 홍보하기 위한 당 공식 현수막 문구 선정을 모두 업체에 맡긴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어 그는 "과거 민주당 혁신위는 노인층을 비하하더니 총선을 겨냥한 현수막에서는 청년층을 비하해 놓고선 업체의 잘못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라며 "민주당이 젊은 층에 대한 인식 수준과 이해 정도를 잘 알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을 비하하고 비전이 상실된 민주당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이번 현수막 이슈에 대해 민주당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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