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최근 배구계에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남자배구 최고 유망주로 꼽히는 이우진(18ㆍ경북체고)이 고교 졸업 후 유럽 리그로 직행한다는 것이다.
이우진은 최근 이탈리아 남자프로배구 1부리그 베로 발리 몬차와 입단 계약을 했다. 몬차는 8일(한국 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키 195㎝의 아웃사이드 히터 이우진과 인턴십 계약을 했다"며 "한국배구연맹(KOVO) 소속 최고 팀들이 이우진 영입을 원했지만, 이우진은 KOVO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하지 않고 이탈리아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리그가 만 19세 미만 외국인 선수의 공식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터라 이우진은 일단 인턴십 계약을 하고 내년 2월에 정식 계약을 할 계획이다. 해외 배구 사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이우진이 정식 선수로 받을 연봉도 이미 보장받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우진은 고교 최고 유망주다. 올해 8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19세 이하 세계배구선수권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맹활약했다. 당시 한국은 30년 만에 3위에 올랐고, 이우진은 베스트7에 선정됐다. 한국프로배구 진출 또는 대학 입학을 고민하던 이우진은 몬차의 영입 제의에 안정적인 환경을 박차고 도전을 택했다. 한국 배구 선수가 고교 졸업 후 유럽 리그에 직행한 건 이우진이 처음이다. 클라우디오 보나티 스포츠 디렉터는 "이우진은 전 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라며 "안정적인 한국 생활 대신 이탈리아 진출을 택한 결정은 모험을 즐기는 그의 성격을 드러낸다. 우리는 강력하게 이우진을 원했고, 신중하게 이우진을 평가하고 성장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이우진의 도전은 국내 배구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구에는 야구, 축구와 달리 해외 리그에서 뛰는 ‘빅리거’가 없다. 한국프로배구가 출범한 2005년 이후 국내 선수의 해외 진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남자부 문성민(37ㆍ현대캐피탈)이 2008년 경기대 졸업을 앞두고 독일리그에 진출했고, 튀르키예 리그에서 활약한 김연경(35ㆍ흥국생명)은 V리그에서 뛰다가 임대 형식으로 일본리그를 밟은 뒤 유럽무대로 향했다. 김사니(42) 전 IBK기업은행 감독 대행은 V리그에서 활약하다 아제르바이잔리그에 도전했다.
배구계 안팎에선 국내 선수들이 어느 순간부터 많은 연봉과 인기 거품에 취해 도전 정신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가 라이벌로 여겼던 일본과 태국은 해외파가 넘친다.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한 한국 배구는 최근 국제 대회에서 연거푸 망신당하고 있다. 지난달 V리그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남자부 한 감독은 “우리들만의 리그를 계속 해 온 것 같다. 한국 배구에도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자배구가 '월드 스타' 김연경의 활약에 힘입어 국제 대회에서 선전하는 것처럼 해외파 선수는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에 기여한다. 한국 배구가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해외파 선수가 계속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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