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펀즈이누입니다. 짧게 펀즈라고 불러주셔도 좋습니다. 다양한 일을 하고 있고 여러 취미에 관련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대외적으로는 트위치 스트리밍으로 아시는 분들이 제일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는 퍼리 팬덤에서 활동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퍼리 캐릭터에 관심이 많았으며, 관련 오프라인 활동, 즉 행사와 퍼슈터 활동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우선 이 질문에서는 '퍼리'와 '수인'을 구분하지 않고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퍼리'와 '수인'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정말 많지만, 이걸 여기서 구분하면 인터뷰가 너무 길어지거든요. '퍼리'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동물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 캐릭터의 범주는 정말 다양합니다. 퍼리 안에서도 동물에 가까운 형태부터, 사람에 가까운 형태까지 매우 다양하죠. 디즈니 캐릭터처럼 '말하는 동물'부터, 단순히 장식용 수준으로 보이는 고양이귀와 꼬리만 달고 있는 인간형 캐릭터까지 말입니다. 그래서 “퍼리의 정의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라는 주제는 팬덤 내부에서도 항상 활발한 토론거리입니다.
사실 '퍼리'라는 단어는 국내에서 팬덤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2021년에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퍼리' 밈으로 '퍼리'라는 단어가 급격하게 퍼지면서 알려진 것 같습니다. 서브컬처에서 서양의 카툰 스타일과 동양의 아니메 스타일로 나뉘듯이, 퍼리는 서양식 카툰 스타일, 수인은 동양식 아니메 스타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저는 일종의 밈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취미들이 있고, 그 중에는 돈이 많이 필요한 취미도 있죠. 아마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취미고, 팬덤이 사용하는 상품(퍼슈트 등)의 가격이 상상하는 것 보다 비싸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생긴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더해, 퍼리 팬덤은 정말 다양한 재능을 가지신 분들이 팬덤 활동에 기여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부에서는 이런 창작자 분들을 후원하는 느낌으로 활동하시는 소비자 분들도 계시고요. 이런 문화를 잘 모르시는 분에게는 단순히 돈을 매우 많이 사용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타 서브컬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림만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코스프레를 좋아하시는 분이 있는 것처럼요. 퍼리 팬덤 안에서도 2D 콘텐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고 3D 콘텐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퍼리 캐릭터의 카테고리가 너무너무 많기 때문에 동물형-인간형 단계별에 팬덤이 나뉘기도 합니다. 서브컬쳐 팬덤 안에서 퍼리 팬덤이 보이는 큰 차이점은 ‘창작 활동’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기존 작품이나 캐릭터를 기반으로 취미를 즐기실 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오리지널 캐릭터(Original Character, OC)를 생성하는 등 창작 기반 활동이 많습니다.
퍼슈트는 '퍼리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슈트', 말 그대로 퍼+슈트입니다. 물론 디자인에 따라 털이 없는 슈트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퍼슈트가 아니다 이런 차별을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외형 또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죠.
이에 제작 또한 개인의 주문제작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전에는 해외 제작자 분들이 많으셨는데,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제작자 분들이 하나둘 늘고 계세요. 이에 맞춰서 퍼슈터들이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장비를 제작하시는 분들도 느는 추세고요. 퍼슈트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쓰는 악세서리 등이 그 예시입니다.
퍼슈터를 쉽게 설명하면 퍼리 코스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큰 차이점이 있는데요. 코스프레는 기존 만화나 애니, 게임, 영화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지만, 퍼슈트는 자신의 캐릭터, 'OC'를 사용합니다. 즉, 퍼슈터는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코스프레와 그 특성이 같다는 것도 특징인데요,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이죠.
우선 당연히 매우 덥습니다. 푹신함을 구현하기 위해 솜을 채워 넣는 경우도 매우 많은데, 이런 디자인의 퍼슈트는 두꺼운 옷을 입는 수준이 아니라 인형 속에 들어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네요. 물론 디자인에 따라 상대적으로 덥지 않은 디자인도 있습니다만, 어찌되었든 털 원단으로 만들어진 것을 뒤집어쓰는 일이기에 기본적으로 덥습니다. 무겁기도 하고요.
그래서 여러 퍼리 행사들은 가을과 겨울에 집중돼 있습니다. 최근에는 슈트에 쿨러를 장착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캐릭터를 연기하는 동안 위화감이 없도록 입에 넣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모양 쿨러를 만드시는 분들도 계신답니다. 3D 프린터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으시고요.
시야확보 방법은 디자인에 따라, 어떻게 만들었냐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단순히 작은 구멍이 있는 형태부터, 칼라 필름지로 홍채를 표현하며 밖을 볼 수 있게끔 디자인한 것도 있습니다. 다만 제작자들의 기술력이 높아지고 팬덤 내부의 연구가 활발해지며 카메라와 내부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방식도 탄생했습니다. 물론, 어떤 방법이든 일반적인 상황보다 시야는 굉장히 좁습니다. 최근 VR기기의 패스스루 기능을 도입하는 연구를 하시는 분들도 있기에, 앞으로도 더 다양한 기술이 생길 것 같네요.
관리의 경우 행사용 인형탈과 달리 개인이 제작한 물건이므로 관리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씁니다. 가장 좋은 건 애초에 관리할 요소를 줄이는 것이죠. 우선 착용할 때마다 이너웨어와 발라클라바를 필수로 착용합니다. 외부의 경우 재질 별로 다른 세탁 방법을 사용하고요. 의외로 머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물세탁이 가능하기에, 세탁기를 사용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단 머리는 세탁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애초에 오염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합니다. 알콜 스프레이와 습기제거제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해서 보관하죠.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관리 방법이 천차만별이므로 정답은 없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 기억으로는 코로나 시기에 많은 퍼슈트가 탄생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코로나로 행사가 열리지 못해 외부활동이 없어 크게 알려지진 않았구요. 퍼슈트는 제작 기간이 짧게는 수개월부터 길게는 년 단위로 오래 걸리기에 실제 수주는 코로나 직전인 2020년부터 늘어났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퍼슈트 인덱스는 이 오프라인 행사 축소로 기획되었는데요. 아마 코스어분들이라면 공감하실 내용일수도 있겠습니다. 코믹월드나 지스타 등, 서브컬처 행사가 끝나고 나면 코스어분들은 찍힌 사진은 많지만 그걸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은 경험하셨을 거예요. 이건 퍼슈터들도 비슷한데요. 다만, 퍼슈트는 세상에 하나뿐인 고유한 캐릭터이므로 색상이나 모습 등 태그 기반의 사전을 만들어놓는다면 찍은 분도 찍힌 분도 사진을 나누기가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코스어 분들과 비슷하게, 퍼슈터들도 행사장에서 상대를 보고 사진을 찍고 사진을 태그해 업로드면서 교류가 시작됩니다. 퍼슈트 팬덤에 계신 많은 분들이 이런 루트로 유입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 또한 그랬었고요. 퍼슈터들이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많은 분들이 더욱 편하게,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퍼슈터는 코스어들과 많은 특성을 공유합니다. 퍼슈터분들은 사진 찍히는 걸 아주 좋아하시는 분들이에요. 자신의 창작물을 함께 공유하고 교류하는 일을 싫어하시는 분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어려워하지 말고 사진촬영을 권유하셔도 괜찮습니다.
단, 주의점으로는 퍼슈트는 시야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퍼슈트의 구조상 정면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퍼슈트가 이동하는 앞길을 막는다거나 한다면 사고가 날 수 있으므로 안전을 위해 이 부분을 주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 청력 또한 제한되기에 권유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퍼슈터 분들이 일방적으로 무시할 이유가 없어요. 상처받지 마시고 최대한 크게 액션을 취해주세요. 촬영을 권유했는데 무시하신다면 무시하신 것이 아니라 진짜로 못 보거나 못 듣는 경우가 가장 큽니다.
올해 지스타에서는 게임 행사임을 보여주는 만큼, 또, 함께 서브컬처 활동을 즐기는 만큼 많은 퍼슈터 분들이 게임과 관련된 물품을 함께 챙겨 가시는데요. 지스타 현장에서도 게이머로서, 함께 문화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모두 함께 안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Copyright ⓒ 게임메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