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지상 공세를 시작한 지 거의 2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집중 공세를 퍼부은 지는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지난달 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 공격해 14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에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하마스를 파괴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렇다면 현재 이스라엘은 얼마나 목표 달성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이는 과연 달성 가능한 목표인 것일까.
이스라엘 입장에선 현재까지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할 것이다. 이미 이스라엘은 길고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한 바 있다.
일례로 이스라엘방위군(IDF)의 어느 고위 관료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복싱 경기에 비유하며 “(전체) 15라운드 중 아직 4라운드에 불과하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그 누구도 이번 전쟁이 정확히 얼마나 이어질진 알 수 없다. 일부는 서방이 지원한 이라크군 또한 지난 2017년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로부터 북부 도시 모술을 탈환하는데 9개월이 걸렸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스라엘은 이번 싸움을 몇 달은 더 이어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시 중지 혹은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그 통제권을 쥘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
군사적 손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공습 1만4000회를 단행했으며, 하마스 고위 지휘관을 포함 주요 목표물 수십 개를 사살 및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습으로 다수의 무기가 소진됐을 것이다.
군사 전문가이자 ‘예루살렘 포스트’지의 편집장을 지낸 야코프 카츠는 이스라엘군이 이미 탄약 2만300발 이상을 사용했을 것으로 봤다.
이에 비해 모술에선 전투가 한창일 때 서방 동맹국은 IS 관련 표적을 향해 1주일에 폭탄 500개 정도씩 투하했다.
하마스가 점령한 가자 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가자 지구의 사망자는 어린이 4400여 명을 포함해 1만800명이 넘는다.
한편 이스라엘 군 당국은 지상군이 가자 지구를 남북으로 분할하는 데 성공했으며, 가자 지구를 완전히 포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이스라엘 병력이 “도시 중심부 깊숙이”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를 통제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거나, 가자 시티 깊숙이 들어왔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하마스를 고립시킨다는 목표에 비춰보면 이스라엘의 지상전은 성공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그리고 하마스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 초기, 하마스의 대원 규모는 3만~4만 명 사이라는 추정이 나온 바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 국방부의 어느 고위 관료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 전체 대원 4000명 가운데 약 10%가 현재 사살됐다고 밝혔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검증이 불가능하며, 신중하게 다뤄져야 하는 수치이나, 이스라엘이 퍼붓고 있는 폭격의 규모만으로도 하마스의 전투력이 저하됐으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스라엘 측의 군사적 손실은 상대적으로 적은 모양새다. 이스라엘은 지상전 전개 이후 자국 군인 3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첩보 및 보안 전문가인 요시 쿠페바세르는 이스라엘 군이 자국 병력의 사상자 규모를 키우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지상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자 지구 북부에 남은 하마스 세력은 어느 정도인지, 지하 터널에 숨어 있는 하마스 대원은 얼마나 되는지, 남쪽으로 피난 간 주민들 틈에 섞인 하마스 대원을 몇 명인지 등 확실한 건 없다.
이러한 지하 터널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발목을 잡는 주요 난관이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지하에서 전투를 벌이기보단 터널을 발견하고 이를 폭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가전의 어려움
이번 전쟁에서 보다 분명한 것은 정보력 및 군사력만 따지고 본다면 이스라엘이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통신을 가로챌 수 있으며, 심지어 가자 지구의 휴대전화나 인터넷 연결을 끊을 수도 있다. 아울러 비록 지하의 움직임은 파악할 수 없으나, 군용기와 무인기를 동원해 지상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기에 공중전에서도 유리하다.
이스라엘 국방부의 어느 고위 관료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스라엘의 목표물은 줄어들겠지만, 현재까진 하루에 100개가 넘는 새로운 목표물을 발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스라엘은 저항 세력을 탐지하고 제거하기 위해 지상군에 점점 더 의존해야만 할 것이다.
영국 육군 장교 출신으로 현재 전략 자문회사 ‘시빌라인’을 운영하는 저스틴 크럼프는 가자 지구의 밀집도를 고려하면 이스라엘이 꽤 진전하고 있는 듯 보이나, “이제부턴 더욱더 요새화된 도시 지역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군은 분명 더 좋은 장비와 훈련 상태를 자랑하지만, 시가전은 현대화된 군대에도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지상에서의 근접전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바흐무트와 같은 도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벌이고 있는 시가전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규모다.
IDF가 공개한 영상에서도 이스라엘군은 대부분 탱크와 장갑차에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이스라엘 역시 전 병력을 투입한 건 아니다. 아직 가자 지구에 들어간 병력이 3만 명에 불과하다고 추산하는 의견도 있다. 이는 예비군 36만 명, 현역 군인 16만 명에 이르는 이스라엘군의 전체 규모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한 수준이다.
한편 크럼프는 얼마나 많은 보병이 미로처럼 얽힌 하마스의 지하 터널과 모든 건물을 기꺼이 일일이 다니며 적을 제거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아니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근거지를 주로 겨냥할 수도 있다. 크럼프 또한 이스라엘 측이 모든 건물과 거리를 다니며 싸움을 벌이게 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 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규모 사상자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되면 200명이 넘는 인질들의 목숨 또한 위태로워질 게 분명하다.
후 계획
한편 이스라엘이 내세운 이번 전쟁의 목표, 즉 하마스 파괴가 정말 달성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이스라엘 고위 관료들조차도 미사일과 총알로는 이데올로기를 파괴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하마스 지도층은 가자 지구에 있지도 않다. 카츠는 하마스 일부 대원이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이들이 이후 “우리는 아직도 여기 있다. 사실상 이건 우리의 승리”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러한 이유로 크럼프는 이스라엘의 목표가 하마스 파괴가 아닌 지난달 7일에 벌어진 공격이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마스를 응징하는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국제 사회 특히 미국으로부터 이다음엔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 설명해야 하는 압박에도 점점 더 시달리고 있다.
어느 이스라엘 국방 소식통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는 연합군을 모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전개했을 당시 독일 재건을 위한 ‘마샬 계획’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후 계획 없이 전쟁에서 승리하기란 매우 쉽지 않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선 사후 계획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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