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미국 대선이 약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이 예상된다. 최근 경합지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우세하다는 분석도 있으나 양자 대결에서는 트럼프가 한발 앞선 것으로 확인된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다른 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 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대선 풍향계로 꼽히는 버지니아주를 비롯한 4개 지역의 선거에서 민주당이 3곳에서 집권하며 공화당에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민주주의가 승리했고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슬로건)는 패했다"며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공화당 텃밭' 켄터키주 등 4개 주지사 선거서 민주당 3곳 승리.. 바이든 '반색'
이날 선거는 내년 대선으로 향하는 미 유권자의 현재 표심을 보여주는 중간선거로 관심을 모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상원 40석, 하원 100석을 뽑는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서 개표율 95% 기준으로 민주당은 상원 21석, 하원 51석을 얻어 양원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공화당은 상원 17석, 하원 47석에 그쳤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우세하던 버지니아는 2008년 이후 네 차례 대선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0.1%포인트 차로 이겼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 주지사가 당선되고 상·하원도 양당이 나눠 맡으면서 다시 공화당으로 기우는 듯 했다.
그런 만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의회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는 등 선거에 공을 들여 왔다. 공화당도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를 중심으로 수천만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쏟으면서 선거를 준비했다.
'공화당 텃밭'인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소속 현직 주지사 앤디 버시어가 재선에 성공했다. 또 다른 경합 주인 펜실베이니아 대법관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공화당은 이날의 주요 선거 중 미시시피 주지사 선거에서만 승리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이 (승리가 정말 필요할 때) 받아든 좋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이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 나선 공화당 후보들은 대체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결이 다른 계파였는데 선거 패배로 오히려 트럼프의 당내 위상이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공화당 영킨 주지사는 이번 주의회 선거운동 기간에 트럼프 강성 지지층과 줄곧 거리를 두면서 선거를 이끌었다. 중도층의 높은 호감도를 바탕으로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체할 만한 공화당 대선 주자로 발돋움할 생각이었으나 패배로 힘을 잃게 됐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5%로 트럼프 전 대통령(49%)에게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자 대결 여론조사 트럼프 49%·바이든 45%.. 경합주 여론조사도 트럼프 우세
8일 미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미국 성인 1514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장 오늘 대선이 양자대결로 치러진다면 누구를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 49%가 트럼프 전 대통령, 45%가 바이든 대통령이라고 응답했다.
지난 8월말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46%, 트럼프 전 대통령 47%로 차이가 근소했으나 차이가 더 벌어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공화당 대선 주자들과의 양자대결에서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대사와 맞붙을 경우 헤일리 전 대사를 뽑겠다는 응답자가 49%였고, 바이든 대통령에 표를 던진다는 응답자는 43%였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대결에선 디샌티스 주지사가 48%, 바이든 대통령이 46%였다.
무소속 주자들을 포함한 다자 가상대결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4인 대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1%, 바이든 대통령이 35%,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16%, 무소속 코넬 웨스트 후보가 4%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대선 승패를 가를 '경합주(swing state)'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부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22일∼이달 3일 실시해 5일 발표한 경합주 6곳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대선 양자대결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은 48%로, 44%를 얻은 바이든 대통령을 오차범위 밖인 4%포인트 앞섰다.
지역별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미시간, 애리조나, 네바다 등 5개 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4∼11%포인트 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위스콘신에서만 2%포인트 높았다.
NYT는 경합주의 이 같은 여론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매직 넘버'(당선 선거인단 수)인 270명보다 훨씬 많은 30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바이든의 경제정책과 외교정책에 대한 불만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두 후보 중 누구의 경제정책을 더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경합주 6곳 유권자 5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아 바이든 대통령(37%)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중동전쟁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잘 해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택한 응답자는 39%였다.
바이든 지지율, 4월 이후 최저 수준.. 민주당 내부서 "바이든 대신 미셸 오바마"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도 지난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진행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9%가 바이든의 대통령직 수행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월의 수치와 같은데, 최근 몇달 내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10월엔 40%, 9월에는 42% 지지율이었다.
문제는 남은 1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가장 큰 외교 쟁점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바이든 자신이 직접 중동을 찾아 갈등 완화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빈손으로 돌아오는 굴욕을 맛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미국 내 경제는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이 아닌 다른 주자를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대선 선거운동 당시 수석전략가를 맡았던 데이비드 액셀로드는 특히 액설로드는 바이든 대통령에 재선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6일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지금 방향을 바꾸는 리스크가 있고, 내년 경선 개시에 앞서 시간은 거의 없다"면서도 "그러나 민주당에 떠오를 준비가 돼 있는 지도자감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영향력이 큰 오마바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은 공화당이 가장 두려워 하는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미국 온라인매체 센터스퀘어가 지난 8월 공화당원 1000명, 민주당원 1000명, 무당층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셸 오바마(48%)는 바이든 대통령(36%)과 가상 양자 대결에서 앞섰다.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주)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내년 8월 여름 전당대회를 통해 바이든 대신 미셸을 선출할 수 있고 그 가능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셸 본인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보스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자신은 "정치에 열정을 가져본 적이 없다"면서 "우연히 정치에 열정을 가진 사람과 결혼하게 되어 경기장에 끌려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두번째 자서전 '우리가 품은 빛' 출간 계획을 밝혔을 때 또 차기 대선 출마설이 돌았지만 미셸은 "나는 정치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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