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2개월, 20번의 도전 끝에 최혜미(29·웰컴저축은행)가 여자 프로당구(LPBA) 투어 준결승에 진출했다.
최혜미는 7일 오후 9시 30분에 프로당구 전용경기장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6차 투어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8강전에서 용현지(하이원리조트)를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통산 두 번째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2021-22시즌 2차 투어 'TS샴푸 챔피언십'에서 처음 준결승에 올라갔던 최혜미는 이후 8강과 16강에 한 차례씩 올라간 것을 제외하고는 전부 32강 이전에 탈락했다.
최혜미는 2021-22시즌 후반기 PBA 팀리그에서 휴온스로 영입돼 팀리그와 투어를 동시에 소화하게 되면서 폼이 무너져 한참 올라왔던 개인투어 성적이 나지 않았다. 2022-23시즌까지 부진이 이어진 최혜미는 당시 8차례 투어에서 단 한 번 32강에 올라왔을 뿐, 전부 하위 라운드에서 탈락하며 슬럼프를 겪게 됐다.
팀리그에서도 계속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최혜미는 이번 시즌 직전에 팀에서 방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혜미의 가능성을 점친 웰컴저축은행이 곧바로 재발탁해 팀리거로는 계속 뛸 수 있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팀리그에 잔류했지만, 그간의 슬럼프로 인해 랭킹이 떨어진 최혜미는 2023-24시즌 2차 투어부터 아예 예선 1, 2라운드를 거쳐야 64강을 뛸 수 있는 처지가 됐다. 한 번 랭킹포인트가 빠지면 다시 채워넣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법.
그런데 예선 라운드 승부가 50분 시간제한 25점제로 바뀌면서 더 치열해져 폼이 떨어진 최혜미가 이를 통과하고 다시 랭킹포인트를 쌓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최혜미는 25점제 쇼트게임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개막전부터 이번 6차 투어까지 단 한 번도 예선 라운드에서 패하지 않았고, 5차례 투어 중 64강에 2회, 32강에 3회 올라왔다. 문제는 그 이후 승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워지면서 최혜미가 상위 라운드로 올라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이번 시즌에 최혜미는 예선부터 두세 경기를 승리한 뒤 랭커들과 만나는 64강 이후에 계속 덜미를 잡혔다. 6차 투어 역시 예선 1라운드부터 뛴 최혜미는 두 경기를 이긴 후 3번째 64강전에서 이우경(에스와이)을 만났다.
최혜미는 이 경기에서 21:18로 이기다가 막판에 이우경의 3점타가 터지면서 동점이 돼 결국 하이런에서 1점이 앞서 운 좋게 32강에 올라갈 수 있었다. 만약에 시계가 멈춘 상황에서 이우경이 시도한 스리뱅크 샷이 약간만 길었어도 최혜미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32강에 만난 상대는 히다 오리에(SK렌터카)였다. 그런데 이때부터 최혜미의 큐가 살아나기 시작해 히다를 세트스코어 2-0으로 꺾은 뒤 16강에서는 황민지를 2-1로 제압하고 8강에 올라왔다.
8강 상대는 용현지. 64강전에서 '애버리지 1.923'을 기록해 6차 투어 톱애버리지를 달리고 있는 용현지는 16강에서 '4차 투어 우승자' 사카이 아야코(일본)를 세트스코어 2-1, 3세트 9:7로 신승을 거두고 8강에 올라왔다.
용현지는 이번 시즌 2차 투어 '실크로드&안산 챔피언십'을 준우승한 이후 3차 투어 16강, 4차와 5차 투어는 8강에 진출했고, 이번 6차 투어까지 3회 연속으로 8강을 밟으며 상승세에 올라 있었다. 일각에서는 우승 후보들이 모두 탈락한 6차 투어 우승자로 용현지를 낙점하는 분위기였다.
최혜미는 이번 8강전을 이런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어느 경기보다도 1세트가 중요했는데, 최혜미는 1세트 1이닝 타석에서 하이런 9점을 득점하며 퍼펙트큐 달성 직전까지 갔다. 아쉽게 뱅크 샷을 놓치면서 기록 작성에는 실패했지만, 1세트를 6이닝 만에 11:3으로 따내며 기선 제압에는 성공했다.
2세트에서도 최혜미는 3이닝부터 2-5-2-2 연속타를 올리며 11:0으로 승리, 세트스코어 2-0의 리드를 시작했다. 3세트도 3이닝 만에 2-4-1 연속타로 7:0으로 앞선 최혜미는 이후 점수가 나지 않으면서 19이닝 만에 9:11로 역전패해 한 세트를 내줬다.
그러나 금세 자리를 찾은 최혜미는 3이닝 공격에서 이번에는 8점타를 터트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용현지가 3-1-4 연속득점을 올리며 9:8까지 쫓아왔지만, 6이닝에서 남은 2점을 득점하고 11:8로 4세트에서 승부를 마무리했다.
최혜미의 준결승 상대는 김민영(28·블루원리조트)이다. 이번 시즌 팀리그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였던 김민영은 6차 투어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김민영은 지금까지 프로 5시즌 동안 개인투어 8강에만 세 차례 올라와 모두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으나, 이날 김갑선에게 세트스코어 3-2로 신승을 거두고 사상 첫 준결승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준결승 무대가 낯설기는 두 선수 모두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이번 대회 애버리지는 최혜미가 0.905로 김민영보다 0.1 앞선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풍 장타를 쏟아내고 준결승에 올라온 최혜미와 강한 상대에게도 끌려가지 않는 집중력을 보여준 김민영의 승부에서 과연 누가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결은 8일 오후 2시 30분에 시작된다.
결승에 올라간 선수는 먼저 벌어지는 김예은(웰컴저축은행)과 김진아(하나카드)의 준결승전 승자와 같은 날 오후 7시에 결승전을 벌인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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