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총리 지도하에 이스라엘은 단결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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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 지도하에 이스라엘은 단결돼 있나

BBC News 코리아 2023-11-05 10:37: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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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Getty Images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제2야당인 ‘국가통합당’의 대표인 베니 간츠와 함께 작은 회의실로 걸어 들어가 나란히 앉았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해 1400여 명이 사망하고 최소 239명이 인질로 끌려간 지 4일 만이었다. 하지만 이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잔혹 행위의 규모를 제대로 이해하기 전이었다.

이 두 정치인은 비상 전시 내각을 구성하기로 합의했고 수많은 이스라엘 국민들이 그동안 요구했던 바로 통합과 단결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스라엘에선 지난 몇 달간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어쩌면 국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정치 분열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간츠 전 장관
Israel GPO (Government Press Office)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치적 라이벌인 베니 간츠 대표

그렇게 구성된 비상 내각은 이스라엘 전체 및 적들에게 단결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번 내각에 주요 야당 인사가 모두 참여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제1야당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극우 인사들은 포함하지 말라는 요구가 거절되자 비상 내각 참여를 거부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보복 폭격을 퍼부었으며, 하마스가 점령한 가자 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9000명을 넘었다.

'힘을 합치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의 몇몇 키부츠(집단 농장)와 마을을 습격했을 당시 론 샤프 중령은 아내와 자녀 셋과 함께 두바이 공항에서 비행기 연결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은 유대 명절의 마지막 날로, 샤프 중령의 가족들도 가족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이었다.

이스라엘 군에서도 엘리트 특공대로 손꼽히는 곳에서 사령관으로 복무하다 퇴역한 샤프 중령은 “그날 오전 6시 30분경 왓츠앱 메시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논란이 된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개혁 시도에 반대하는 예비군들의 모임인 ‘브라더스 인 암스’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샤프 중령은 급히 전화기를 들었다.

시위 중인 론 샤프 중령
Ben Cohen
논란이 된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개혁 시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론 샤프 중령(가운데)

샤프 중령은 “오전 8시 ‘브라더스 인 암스’의 다른 지도자들과 ‘줌’으로 화상 회의를 한 뒤 모두에게 망설임 없이 즉시 (군을 위해) 나서달라는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에선 대부분은 18세 이상이 되면 의무적으로 군에 복무해야 한다. 남성은 최소 32개월, 여성은 최소 24개월간 복무한다. 그 이후로도 40살 이전, 혹은 그 이후까지 국가 비상사태 시 예비군으로 소집될 수 있다.

한편 앞서 정부가 사법 개혁을 발표하면서 이스라엘 여론은 분열된 바 있다. 민주주의 와해를 우려한 국민 수십만 명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시위 중인 론 샤프 중령
Ben Cohen
론 샤프 중령은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개혁 시도에 반대하는 예비군들의 모임인 ‘브라더스 인 암스’를 공동 설립했다

당시 시위를 이끈 핵심 인물인 샤프 중령은 “‘브라더스 인 암스’의 많은 회원들이 정부의 사법 개편안에 항의하며 예비군 복무를 거부했다”면서 “이는 국가와 군인 간 계약 위반 사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샤프 중령에게 하마스의 공격은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샤프 중령은 “테러범들이 픽업트럭을 몰고 (가자 지구와 이스라엘 경계선 근처) 스데로트 지역을 통과하는 영상을 보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 예비군들은 즉시 속한 부대에 배치됐습니다. 소집 대상이 아닌 이들도 저희가 (사건 발생) 몇 시간 만에 텔아비브에 설치한 민간 지휘 센터에 합류했습니다.”

‘브라더스 인 암스’는 정부에 항의하고자 세워진 조직이지만, 현재는 구호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저희는 생존자도 구출하고, 군인 및 장비를 군부대로 수송하거나, 부대원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브라더스 인 암스’가 운영하는 구호 센터
EPA-EFE/REX/Shutterstock
‘브라더스 인 암스’가 운영하는 구호 센터

“또한 유가족을 위한 지원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집에서 대피한 이들에게 머물 곳을 제공해주고 작전실을 운영해 실종자의 가족들이 관련 정보를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실종된 사람들은 영혼에 구멍이 난 상태입니다.”

샤프 중령은 국민들이 현 총리의 지도력에 의문을 품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내부적으로 논쟁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왜 공격을 사전에 막지 못했는지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모든 힘을 다해 조국을 돕고자 합니다.”

샤프 중령은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도부에) 답변을 요구하고, 책임을 물을 적절한 시기가 따로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군인들이 전쟁 중인 만큼 지금은 국가가 하나로 힘을 합쳐 회복에 힘써야 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샤프 중령과 달리 지금 당장 답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적임자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이스라엘 국민들이 네타냐후 총리가 과연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즉각적인 답을 요구하고 있다.

분쟁 발발 3주 뒤, 네타냐후 총리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사전에 하마스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경고를 받은 바 없다”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히려 반대로 이스라엘보안군(IDF)의 정보부와 신베트(첩보기관)를 포함한 모든 첩보 당국은 하마스가 억제됐으며, 합의하기를 원한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곧장 진영을 막론하고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 중 국가 첩보 기관들을 비난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몇 시간 만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네타냐후 총리가 책임을 전가하고 이후 벌어질 결과를 회피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한편 ‘멜라녹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에얄 왈드만은 네타냐후 총리의 해당 게시물에 넌더리가 나며, 총리의 즉각 사임을 원하는 인물 중 하나다.

‘멜라녹스’는 이스라엘의 유명 IT 기업으로, 엔비디아에 매각되기 전엔 가자 지구의 개발 센터에서 팔레스타인인 약 20명을 고용한 적도 있다.

왈드만 CEO는 네타냐후 총리가 해당 게시물로 심지어 여당에서도 비난받고 있다면서 “(그런데) 네타냐후 총리는 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왈드만 CEO는 동남아시아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던 도중 24살 난 딸 다니엘이 연인 노암 샤이와 함께 ‘수퍼노바 음악 축제’에 참석했다 하마스로부터 공격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이스라엘 전역이 들끓는 가운데 48시간 안에 왈드만은 서둘러 무장을 하고, 음악 축제 현장에서 딸을 찾기 위한 모든 준비 조치를 다 했다.

왈드만은 “하마스는 이스라엘 내 마을 20곳 이상을 장악했다”면서 “우리 군은 압도당했고,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다. 난 내 딸을 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선 딸 친구들의 차량을 추적했습니다. 차에는 총알 자국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도 전 딸이 어딘가에 숨어 살아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딸이 납치돼 가자 지구에 억류됐다는 소식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틀 뒤 딸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저들은 사람들을 죽이고, 훼손하고, 고문했습니다. 약탈과 납치를 자행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계 이슬라믹 지하드를 완전히 파괴해야 합니다. 서방 세계가 IS에 그랬듯, 이들이 근절되기 전까진 멈춰선 안 됩니다.”

다니엘 왈드만과 연인 노암 샤이
Family handout
다니엘 왈드만과 연인 노암 샤이는 ‘수퍼노바 음악 축제’에 참석했다 숨졌다

딸 다니엘은 연인 노암과 나란히 묻혔다. 이들 외에도 해당 음악 축제 현장에선 27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왈드만은 “나는 가자 지구, 헤브론, 라와비의 팔레스타인인들을 고용했었다. 가자 지구의 야전 병원에 기부도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이니셔티브도 이끌었고, 격차를 줄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서로를 죽이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도 이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화해해야 하지만, 우선 반드시 하마스를 파괴하고 이번 전쟁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왈드만 CEO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 일을 할 만한 적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단결해 군을 지지하지, 총리를 지지하진 않는다”는 왈드만 CEO는 “네타냐후 총리는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마무리했다.

'통합은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열렬한 지지자들에겐 ‘킹 비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재임하고 있는 지도자로, 무려 6차례 집권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강경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종교 시온주의당’과 연합하며 재선에 성공했는데, 이에 네타냐후 총리의 현 내각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파적인 성향을 지닌다.

이스라엘 현지 ‘하아레츠’지의 안셀 프페퍼 기자는 해당 총선 결과는 이미 이스라엘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던 명백한 추세를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프페퍼 기자는 “이스라엘에선 정체성 혹은 문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이스라엘 사회 내 더 자유롭고 개방적인 측면과 더 종교적 색채가 짙고 극단적인 분위기의 측면 간 전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친 시오니스트 성향의 비정부 기구인 ‘마이 이스라엘’을 이끄는 사라 헤츠니-코헨은 이러한 갈등이 “새로운 뉴스는 아니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고자 이러한 갈등을 증폭시켰다”면서도 지금은 이스라엘인들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초점을 맞출 시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헤츠니-코헨 대표는 “모두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치 지도층과 첩보기관 당국 또한 (공격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도 자신은 현재 결성된 비상 전시 내각을 지지하며, “지금 당장은 승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헤츠니-코헨 대표는 “더 많은 이들이 비상 전시 내각에 참여하길 바랐다. 네타냐후의 이전 정부처럼 대중으로부터 광범위한 정당성을 얻지 못한 정부는 이번 전쟁에서 나라를 이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헤츠니-코헨 대표는 정부 교체 가능성을 일축했다. 베니 간츠, 가디 아이젠콧 등 하마스의 공격 이후 비상 내각 구성에 참여한 대표적인 야당 인사들 또한 과거 다른 내각에서 IDF를 이끈 적이 있기에 정책적 실패 책임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들도 가자 지구에 대한 같은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간츠 대표는 과거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 내각에서 국방장관직을 맡았는데, 그 당시 가자 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에서 농업 분야에 종사할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현재 하마스에게 정보를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죠.”

BBC는 헤츠니-코헨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을 신베트(첩보기관)에 확인했다.

헤츠니-코헨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는 책임을 져야 하며, 실패했고, 정치계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비상 내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를 끌어내린다면 (이 통합 정부가) 이스라엘 국민 일부의 지지를 잃는다는 뜻이다. 현재 상황에선 통합된 정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통합은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간다”고 덧붙였다.

가자 지구 경계선 근처 이스라엘 군인들
BBC
가자 지구 경계선 근처 이스라엘 군인들

이스라엘 ‘마리브’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의 80%는 하마스의 공격으로 드러난 안보 실패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또한 만약 당장 선거가 치러질 경우 간츠 대표가 이끄는 중도 성향의 야당 연합이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결과는 전쟁 발발 시 다른 국가 지도자들의 상황과 대조된다. 일례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9.11 테러 이후 몇 주 만에 크게 뛰어올랐다.

한편 지난달 27일 ‘마리브’지는 또 한 번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군이 즉각 대규모 지상전으로 확대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이 우선 보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스라엘 국민들 사이에선 가자 지구에서의 지상전이 과연 적절한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마스에 잡혀간 인질들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이다.

키부츠 ‘니르 오즈’ 출신 하다스 칼데론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당시 세이프룸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버틴 끝에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들의 아빠와 함께 있던 12살 난 아들과 16세 딸은 하마스가 자택에 침입하면서 납치됐다.

칼데론은 유럽 지도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인질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달라고 요구했다.

칼데론은 이스라엘 정부에 “모든 군사 활동을 중단하라. 아이들과 인질들의 구출이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목표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상대가 누구든 인질 석방에 대해 협상하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대적한 적이다.”

한편 하마스는 이스라엘인 242명을 포함해 다른 국적의 인질들도 억류하고 있으며, 네타냐후 총리는 지상군 공세야말로 인질 석방의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이스라엘 여론은 분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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