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이강철(57) KT 위즈 감독의 믿음에 '에이스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3·베네수엘라)가 무실점 호투로 화답했다.
KT는 3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PS) PO 4차전에서 NC 다이노스를 11-2로 꺾었다.
홈 수원에서 벌인 1, 2차전을 모두 내줘 5전 3선승제의 PO에서 벼랑 끝에 섰던 KT는 적지에서 3, 4차전을 모두 거머쥐며 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가 된 KT는 이제 PO 최종전인 5차전에서 '리버스 스윕'을 꿈꾼다. 역대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PO에서 2연패 뒤 3연승으로 뒤집기에 성공한 사례는 1996년 현대 유니콘스, 2009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뿐이다.
이날 KT 선발 투수는 쿠에바스였다. 그는 지난달 30일 PO 1차전에서 선발로 출격한 뒤 단 사흘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섰다. PO 1차전에선 실망을 남겼다. 10월 8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22일 만에 등판한 쿠에바스는 실전 감각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결국 3이닝 7실점(4자책)으로 흔들리며 패전투수가 됐다.
PO 4차전은 달랐다. 쿠에바스는 팀이 기대했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73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빅게임 피처'의 모습을 유감없이 뽐냈다. 최고 시속 150km가 찍힌 패스트볼에는 힘이 넘쳤고 가볍게 던진 슬라이더는 예리하게 꺾여 들어가 상대 타자의 스윙을 끌어냈다. 활약을 바탕으로 팀 승리의 주역이 된 쿠에바스는 데일리 최우수선수(MVP) 선정의 기쁨까지 안았다.
경기 후 만난 쿠에바스는 "1차전과 경기가 다르게 흘러서 재미있었고 다행이었다. 야수들의 수비나 득점 지원도 좋았고 1차전보다 나은 경기력이 나와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1차전 패배를 잇고 나흘 만의 등판을 위해서 쿠에바스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특히 안 좋은 기억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또한 전력분석팀과 NC 타자들에 대해 분석을 많이 했다. 몸을 빨리 만들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쿠에바스는 KT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21년에도 단기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2년 전과 같이 중요한 상황에서 출격해 호투를 펼친 쿠에바스에게 비결을 묻자, 그는 "비결은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어 "자기 전에 신에게 '경기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해야 할 것 같다. 다음 경기에선 조금 더 휴식을 하고 던졌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쿠에바스의 활약을 지켜본 이강철 감독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경기 후 이 감독은 "PO치고는 조금은 편안한 경기를 했다. 쿠에바스는 역시 생각했던 대로 좋은 공을 던졌다. 에이스답게 너무 잘 던져줬다.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며 "1차전에 비해 4차전은 확실히 가볍게 던졌다. 슬라이더 각이 커지면서 타자의 스윙을 끌어냈다. 1차전에서는 너무 힘이 들어가서 슬라이더 밀려서 들어갔는데 오늘은 잘 던졌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쿠에바스가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이강철 감독은 "이런 경기에서 유독 잘하는 이유는 책임감에 있지 않을까 싶다. 초반부터 점수가 많이 나왔는데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빨리 이닝을 끊어줬다. 덕분에 투수를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와 NC의 PO의 승부는 이제 최종전인 5차전으로 향한다. 두 팀은 5일 오후 2시 30분 KT의 홈 구장인 수원 KT위즈파크에서 5차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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