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 고영표(32)가 혼신의 역투로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KT는 2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NC 다이노스를 3-0으로 꺾었다.
홈 수원에서 벌인 1, 2차전을 모두 내줘 5전 3선승제의 PO에서 벼랑 끝에 선 KT는 3차전 승리로 한숨을 돌렸다.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날 선발로 마운드에 선 고영표의 컨디션엔 물음표가 달려있었다. 그는 지난달 3일 정규시즌 KIA 타이거즈전에서 타구에 오른쪽 팔뚝을 맞았다. 부상 부위가 시퍼렇게 멍들 정도로 타박상 증세가 심했다. 고영표는 정규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하고 약 한 달 동안 회복에 전념했다.
팀 상황도 안 좋았다. KT는 ‘승률왕(12승 무패·100%)’ 윌리엄 쿠에바스(33·베네수엘라)와 ‘다승 2위(15승)’ 웨스 벤자민(30·미국) 등 외국인 원투펀치를 등판시키고도 안방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다. 팀이 이미 2패를 안은 상태에서 마운드에 선 고영표의 어깨는 유독 무거워 보였다.
고영표는 물오른 NC를 상대로 퀄리리트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고퀄스'(고영표+퀄리티스타트)'라 불리는 이유를 몸소 증명해 냈다. 그는 장기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NC의 타선을 잠재웠다. 활약에 힘입어 PO 3차전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고영표는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키며 팀의 구세주로 우뚝 섰다. 경기 후 만난 그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내 컨디션을 끌어 올리려고 준비를 많이 했다. 상대 타자들이 나를 상대로 타율이 좋은데 잘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올 시즌 174.2이닝을 던지며 볼넷 19개만을 기록했다. 이날은 정규시즌과 달리 한 경기에서만 볼넷 2개를 허용했다. 이 부분에 대해 고영표는 "어려운 타자들인 만큼 승부를 어렵게 하려고 했다. 시즌처럼 쉽게 들어가다 맞는 상황을 의식했다. 최대한 약점을 공략하다 보니 볼이 많아진 것 같다. "NC 타선이 뜨겁기 때문에 어렵게 승부하려고 했고 의도한 게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고영표가 선발로 등판한 이날은 지난해 태어난 고차민 군의 첫 생일이었다. '아들의 첫돌이 등판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고영표는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만큼 오늘 경기에서 집중하고 잘하려고 했다. 축복이 따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강철(57) KT 감독도 고영표의 쾌투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 감독은 "고영표의 공백이 길었다. 3차전에서 지면 끝이었던 상황이었다. 2패 이후 마운드에 선 투수라 힘들었을 텐데 잘 이겨내 줬다. 고영표답게 힘든 위기에서 자기 피칭을 잘해줬다. 덕분에 초반에 승기를 가져오고 4차전에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KT는 3일 오후 6시 30분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 PO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고자 한다. KT는 선발 투수로 쿠에바스를 내세운다. NC에서는 송명기(23)가 선발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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