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이제는 SK맨이 된 오세근(36·서울 SK 나이츠)의 첫 안양체육관 방문, 안양 팬들은 두 팔 벌려 오세근을 환영해 줬다. 4210명이 운집한 안양 홈 경기장에는 환호와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오세근은 제물포고와 중앙대를 거쳐 지난 2011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전 안양 KGC인삼공사)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13년간 정관장에서만 뛰며 팀의 프렌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선수 경력의 황혼기를 맞이한 오세근은 정관장의 원클럽맨으로 선수 생활을 마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서울 SK 나이츠로 이적했다. SK는 지난 시즌 정관장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꺾었던 팀이었던 터라 더 큰 충격을 줬다. 이 이적으로 정관장과 SK가 맞붙는 ‘오세근 더비’가 새롭게 탄생하게 됐다.
두 팀은 21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격돌했다. 경기에 앞서 우승 반지 수여식이 진행됐다. 정관장은 은퇴한 양희종(39)을 비롯해 현재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는 변준형(27)과 한승희(25)까지 불러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오세근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우승을 일궈낸 전 동료들과 함께 우승 반지를 받았다. 이 모습을 지켜본 김상식(55) 정관장 감독은 “(오세근) 본인도 어색하겠지만 나도 많이 어색하다”고 웃었다.
안양 홈 팬들은 오세근과 함께 한 추억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10년 넘게 오세근과 함께 울고 웃었던 안양 홈 팬들은 경기 전 그의 이름이 불리자 큰 목소리로 함께 연호했다. 아울러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오세근의 앞날에 행운을 빌었다.
오세근은 SK 데뷔전에서 무난하게 활약했다. 2점슛 2개를 던져 1개를, 3점슛 4개를 던져 2개를 성공시켰다. 8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SK의 89-74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 후 만난 오세근은 적으로 처음 방문한 안양체육관에서 느낀 감정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이적 후 첫 경기를 안양에서 해서 감회가 새롭다. 어제 안양체육관에서 훈련할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경기 당일에는 경기장에 들어와서는 홈팀 쪽 라커룸으로 들어갈 뻔했다”며 “관중석의 팬분들을 보니까 이상하게 긴장이 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5개월 전의 느낌이 돌아와 시합에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안양 홈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오세근은 “선수 소개할 때 환호를 많이 질러주시고 박수도 많이 쳐주셔서 감사하다. 경기가 끝난 뒤 인사를 제대로 드리진 못했는데 팬분들께서 많이 응원해 주셨다.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의 또 다른 볼거리는 ‘중앙대 52연승 듀오’의 재결합이었다. 오세근은 SK에 합류하면서 김선형(35)과 함께 중앙대 시절 이후 12년 만에 한솥밥을 먹게 됐다. 두 선수는 지난 2006년 11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중앙대가 이어간 52연승 대기록의 핵심 멤버로 함께 호흡을 맞춘 이력이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두 선수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호흡을 볼 수 있었다. 오세근의 패스를 받아 김선형이 득점을 기록하는 장면도 몇 차례 나왔다. 두 선수의 합작품이 터지자 중앙대 듀오의 플레이를 실제로 보게 된 팬들의 함성이 안양체육관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오세근 합류 효과를 톡톡히 본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자밀 워니(29·미국)다. 워니는 이날 46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46득점은 자신의 개인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이다. 경기 후 만난 그는 오세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워니는 “특히 오세근에게 고맙다. (오세근 덕분에) 지난 시즌과 달리 수비가 저에게 몰리지 않는다. 팀 공격에 다른 루트가 많이 생겼다. 저에게 슈팅할 수 있는 공간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희철(50) SK 감독도 오세근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했다. 전 감독은 “확실히 센스가 좋은 선수다. 선수들끼리 합이 더 맞아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김)선형이, (오)세근이, (허)일영(38)이 같은 고참들끼리 같이 뛰니까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만들어졌다”며 “세근이의 플레이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다. 열심히 뛰려고 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많은 훈련을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팀에 잘 녹아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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