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 모든 교과에 AI디지털 교과서 적용
지난 17일 교육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었음을 밝혔다. 이로써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가 법적 지위를 얻게 된 것이다.
이번에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는 현 정부 국정과제 및 3대 교육개혁 과제인 디지털 교육혁신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2025년에 수학, 영어, 정보 및 국어(특수교육) 교과에 우선 도입하고 2028년까지 국어, 사회, 과학 등 모든 교과에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교과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육부를 통해 발표된 AI 디지털교과서는 기존의 서책형 교과서를 디지털화한 것을 넘어 지능형 튜터링(개인교습)시스템, 음성인식, 대화형 인공지능 등을 이용해 학생 수준에 맞는 수업 자료와 문제풀이 등을 제공하고 교사에게는 이러한 학생의 학습 기록을 수집해 전달하는 역할을 제공한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이제 학습에 소외되는 학생 없이 수준별 개인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고 학생의 관리 또한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이른 나이부터 지속적인 노출은 스마트 기기 중독으로 이어질 우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계의 노력이 단순히 AI디지털 교과서 도입, 전자칠판의 보급 등의 교육용 하드웨어를 교체하는 것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현재에도 공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의 상당 부분은 '아이스크림'등의 교육용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영상자료이다.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영상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함으로써 집중력 저하, 문해력 감소, 심하게는 디지털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의 뇌파를 분석해 보면, 이성과 사고를 담당하는 뇌 영역인 전두엽과 오른쪽 측두엽 앞쪽 기능이 약화되고 시각적 기능을 담당하는 좌뇌 후두엽 기능만 활성화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른 나이에 디지털 기기에 장기적,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은 성장기 아이들 두뇌의 불균형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시력과 근골격계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2028년부터 학교에서 종이책이 사라지고 모든 교과를 디지털 교과서로, 그것도 아이들 개인의 손에 스마트 기기가 주어지게 되면 위와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리콘 밸리의 엘리트들, 자녀에게 스마트 기기 엄격히 제한
인공지능시대에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담겨있는 이지성 작가의 저서 [에이트]에 따르면 “IT기기를 차단하는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IT 기기에 중독된다. 중독은 종속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가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게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을 전혀 주지 않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빌 게이츠 또한 자녀들이 15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도록 허락했고 사용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에이트]에 따르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 고위직 임원의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실리콘밸리 지역의 한 유명 사립학교에는 IT기기가 아예 없다.
교사는 전자칠판이 아닌 칠판과 분필로 수업을 하고 아이들은 태블릿 PC가 아닌 종이책과 종이 노트로 공부한다.
이렇게 아날로그 환경에서 배우고 자란 실리콘밸리 아이들이 중1이나 고1등 특정 시기에 이르면 디지털 기기 사용이 허용되고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기에 앞서 이것이 나의 생활에 줄 영향들에 대해 먼저 분석하고 토론하며 스마트 기계를 통제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고민이 우선된다.
그 다음에 스마트 기기를 해체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작동원리 등 기술에 대한 교육도 함께 받는다.
디지털 문화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선도할 창조자로서의 능력을 기르게 하기 위함이다.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이 자신의 자녀들을 AI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도록 키우는 방식이다.
전 세계의 변화 - 철할과 인문학 교육 강조
온라인 결제 서비스 기업 페이팔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업 필런티어의 창업자 피너 틸에 의하면 "인공지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다음과 같은 유명한 답을 남겼다. "오직 철학!"
테슬라, 스페이스 엑스등의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만든 새로운 형태의 학교 '애드 아스트라'는 그 무엇보다 인문학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애드 아스트라 교장 죠수야 댄은 2020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시대 인간은 판단(judgement)을 내리는 존재다. 판단은 결정이나 선택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행위이다.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개인적 선악뿐 아니라 정치적 선악의 판단을 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일어나고 있는 교육의 혁신적 변화의 중심에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사용하거나 프로그램을 개발자를 양성하는 기술교육 보다는 오히려 아날로그 방식으로 회귀하는 듯한 '생각하는 교육(철학)', '인문고전 교육', '윤리의식', '정의 감각'등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전환하고 있는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보다 '인간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진지하고 깊이 있는 고민이 결여 된 채, 단순히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 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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