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 놀러 갔다 오겠다며 집을 나선 24살 딸이 6개월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아버지 품에 돌아와 안타까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빠, 다녀올게”
전남 진도에 살던 24세 여성 A씨는 지난 2023년 6월 12일 아버지에게 "경남 창원으로 놀러 간다"라는 말을 남긴 뒤, 집을 나섰습니다.
A씨의 아버지는 "이게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고 말했습니다.
놀러 간다며 집을 나선 A씨는 6개월 만에 전북 전주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A씨의 삐쩍 마른 몸 곳곳에는 피멍이 들어 있는 상태, 누군가로부터 오랫동안 심하게 맞은 흔적이었습니다.
경찰은 A씨와 함께 살았던 28세 남성 B씨를 살해 용의자로 체포했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B씨가 A씨를 폭행하는 장면들과 쓰러져 있는 A씨를 방치한 채 자리를 뜨는 B씨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드러난 B씨의 악행은 끔찍했습니다.
2022년 5월 라이브 방송 어플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들은 매일 같이 채팅을 하면서 친해졌고, 이후 한 달 뒤 직접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았습니다.
실제로 만난 A씨가 일반인에 비해 지적 수준이 낮고 말하는 것이 다소 어눌하다는 것을 느낀 B씨는 이를 이용해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끔찍하다 못해 처참했다
B씨는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라며 피해자에게 함께 살 것을 제안, 이른바 가스라이팅(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조종하는 행위)으로 A씨를 돈벌이 수단 삼았습니다.
A씨에게 자신으로부터 돈을 빌린 '채무자'라고 세뇌시킨 B씨는 피해자에게 대출을 받게 하고, 차용증도 쓰게 했습니다.
차용증에는 "차용 금액 3,400만 원, 이자 연 15%를 매월 15일에 지급, 변제기한 2027년 7월" 등의 내용이 적혔습니다.
B씨는 "저번에 은행 가서 돈 빌려준 거 빨리 갚아라"라고 A씨를 독촉하며 있지도 않은 빚이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입시켰습니다.
이 같은 B씨의 거짓말에 결국 A씨는 여러 경로를 통해 3,000만 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B씨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2022년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동안 A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했습니다.
성매매 대금을 받으면 곧바로 본인에게 가져오도록 지시한 B씨는 성매매를 하러 간 A씨에게 "시간 버리면 또 패러간다", "20분 단위로 문자 안 보내면 죽는다", "거짓말해도 죽는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수시로 보내며 협박을 가했습니다.
A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한 B씨는 인터넷에서 57㎝ 길이의 금속 재질로 된 삼단봉까지 구입해 무차별적인 폭행을 일삼았습니다.
B씨는 A씨가 자신이 정한 성매매 횟수를 채우지 못하면 모텔에서 심하게 때렸고, 끔찍한 폭행에 A씨의 건강은 날로 악화됐습니다.
“여기 사람이 쓰러졌네요?”
건강이 나빠진 A씨는 "춥고 어지럽다"라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B씨는 아랑곳 않고 여느 때와 같이 성매매를 하러 갈 것을 명령했습니다.
그러던 지난 2022년 12월 4일, B씨의 계속된 폭행에 못 이긴 A씨는 이날 오후 1시 28분께 결국 정신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B씨는 A씨를 곧바로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B씨는 피해자의 양팔을 잡고 질질 끌고 나가 건물 밖 담벼락 앞에 내버렸습니다.
40분 가량 흘러서야 119에 신고한 B씨는 "사람이 쓰러져 있다"라며 단순 목격자인 것처럼 행세했습니다.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외상성 뇌출혈과 전신의 근육 간 출혈에 따른 다발성 손상으로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재판부, “살인 아냐”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B씨는 법정에서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라고 주장, 본인의 혐의를 내내 부인했습니다.
2023년 5월 23일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1심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피해자를 성적, 경제적 착취 및 물리적 폭력 대상으로 삼았다"라며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17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형이 너무 낮다"라고 항소했고, B씨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2023년 10월 18일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B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열어 가해자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살인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 대신 재판부는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1심보다 감형된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건 당시 미흡한 구호 조치를 했을 뿐 살해 고의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라면서 "폭력의 정도와 방법이 매우 불량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한 만큼 양형 기준에서 다소 벗어나나, 원심보다는 낮은 형을 선고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Copyright ⓒ 살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