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홍윤기 기자] 지난 7월 코트라 미국 워싱턴무역관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지난해 천연 흑연 수입액 90%가 중국에서 수입됐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인협회나 한국무역협회 조사에서도 천연 흑연의 대중국 의존도가 94%라고 했다. 테슬라, 메르세데스 벤츠, 토요타, 포드 등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외 흑연 공급처를 찾기 위해 마다가스카르와 모잠비크 등에서 공급망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에 들어간 리튬·니켈·망간·흑연·코발트를 포함한 필수 광물의 최소 40%가 미국 또는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조달돼야 한다는 IRA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을 의식한 행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는 20일 ‘흑연 관련 항목 임시 수출통제 조치의 개선·조정에 관한 공고’를 발표했다. 수출통제는 올해 12월 1일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통제 대상 품목은 고순도·고강도·고밀도 인조 흑연 재료와 제품, 천연 흑연 재료와 제품이다.
지난 8월의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두 달 만에 흑연을 대상으로 수출 통제를 발표한 것이다.
흑연은 이차전지의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중 하나인 음극재를 구성하는 핵심 원료다. 한국의 대중 수입의존도는 97%에 달한다. 중국은 전세계 흑연 제련 시장을 70% 점유하고 있어 ‘배터리 공급망’의 탈중국화를 노리는 미국의 계획에도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품목들은 상무부에 이어 국무원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해 통관 기간이 지연되거나 수출이 안 될 수도 있다.
정부와 배터리 업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 8월 중국이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시작했을 때 한 달 이상 수입이 전면 통제된 적이 있다. 흑연은 그때보다 타격이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흑연 매장량은 전 세계 20%지만, 제련 시장에선 70%를 점유한다. 저렴한 인건비와 느슨한 환경·보건 규제로 싼값에 제품을 공급할 능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중국 흑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쉽사리 대안을 찾지 못했던 이유다.
전세계 배터리 산업은 한국이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중국이 뒤쫓아가는 형국이었다. 이번 조치가 질주하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상식 무역협회 실장은 “중국이 한국 배터리 산업의 가장 약한 고리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이 상황이 나빠지자 반격 카드로 내놓은 조치로, 우리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고 말했다.
코트라는 "기업의 자체적 공급망 강화 노력에도 이미 중국은 글로벌 광물 및 배터리 공급망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어 IRA의 세제 혜택을 위한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며 "흑연 확보를 위한 전기차·철강 기업의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기업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는 2035년까지 전세계 흑연 수요가 지난해 대비 6.5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흑연 수요를 충족하려면 오는 2030년까지 120억 달러의 투자, 2035년까지 97개 새 광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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