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 사는 거대한 선사 시대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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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 사는 거대한 선사 시대 물고기

BBC News 코리아 2023-10-21 10:03: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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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체(피라루쿠)가 고급 요리 재료로 많이 사용되면서, 페루 파카야 사미리아 국립 생태 보호 구역의 지속 가능한 파이체 어획은 아마존 지역 사회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페루 아마존 열대우림 속 야리나 호수에 있는 한 감시 초소에는 물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하이로 나토르세는 이 초소에서 홀로 근무한다. 그가 일하는 초소는 피라냐와 악어가 가득한 강 둑 위에 있는데,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커다란 생물 다양성 보고를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다. 특히 선사 시대부터 지구에 살아온 거대 물고기 '파이체(paiche)'를 보호하는 것이다.

나토르세는 지난 20년 동안 파카야 사마리아 국립 생태 보호 구역에서 공원 관리인으로 일해왔다. 이곳은 페루 최대의 자연 보호 구역으로, 200만 헥타르 이상의 면적을 자랑한다. 덴마크나 스위스 국토 면적에 절반 가량에 해당한다. 이 보호 구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담수어이자 파이체 또는 피라루쿠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아라파이마 기가스'를 보존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1972년 설립됐다.

브라질 전설에 따르면, 파이체는 피라루쿠라는 무자비한 전사와 관련이 있다. 전설 속에서 피라루쿠는 극도로 잔인한 성격 때문에 신들의 저주를 받아 폭풍과 천둥, 번개 공격에 시달리게 된다. 이를 피해 도망치다 궁지에 몰린 피라루쿠는 강에 몸을 숨기고, 결국 두껍고 붉은 비늘을 가진 거대한 물고기로 변한다.

전설에도 나오는 이 물고기는 최대 무게는 200kg, 길이는 3m까지도 자란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같은 공룡이 지구에 살던 백악기 초기(6500만~1억36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있었다는 오스테오글로숨목 오스테오글로시과의 경골어류다. 페루 아마존 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이 물고기 화석이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아마존의 척박한 강과 석호 주변 지역에선 아주 오래 전부터 파이체를 식재료로 어획해 왔다. 하얗고 단단한 살을 가진 이 물고기는 옛날부터 바칼라오(염장 건조한 대구)처럼 소금에 절여 말려 먹거나, 쪄서 밥이나 유카와 함께 먹거나 수프와 스튜에 넣어서 먹었다. 영양가 높고 살코기가 풍부하며 맛도 매우 좋은 파이체는 아마존에선 인기가 있지만, 오랫동안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2004년 무렵부터 파이체가 페루의 고급 요리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해 리마에 첫 번째 레스토랑인 '말라바르(현재는 폐점)'를 연 셰프 페드로 미겔 스키아피노의 역할이 컸다. '정글의 셰프'로 불리는 그는 말라바르 외에도 2012년 아마존에서 영감을 받은 또 다른 레스토랑 '아마즈(현재는 폐점)'를 열었다. 이후 페루의 유명 셰프들이 파이체 요리를 내놓기 시작했고, 현재 스키아피노가 수석 셰프로 있는 '라 로사 나우티카'와 '마이도', '센트랄', '마야타' 같은 레스토랑에서 메뉴에 파이체를 올리고 있다.

스키아피노는 "나를 정글과 이어주고 정글로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매우 풍요로운 지역이지만 동시에 매우 취약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아마존 사람들은 아마존에서 나오는 것들에 대한 전통적 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건강 및 삶의 균형과 연관지어 사용합니다."

스키아피노는 아마존에서 나오는 산물들을 15년 이상 연구해 왔다. 그는 열대우림 식재료를 요리에 도입한 선구자로, 가장 외딴 지역으로도 직접 찾아가 현지 생산자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자연과 자연에서 수확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파이체와 같은 아마존 전통 식재료 사이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그의 요리 사명이다.

스키아피노는 "파이체는 뼈가 적고 지방질이 반쯤 섞인 맛있는 흰살 생선이라 요리에 아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레토 주 파우카르키요에 있는 보라 족과 후이토토 족 여성들이 요리해온 파이체 세비체와 구운 파이체, 파이체 립, 발효된 매운 소스를 곁들인 파이체, 유카 브라바(식재료로 만든 독성 식물)를 곁들인 파이체 등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리마에서 유명 레스토랑 '반'을 운영하는 셰프 프란체스카 페레이로스는 "아마존 지역 산물이 도시에 도시로 진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파이체는 큰 호응을 얻으며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맛과 다양한 용도뿐만 아니라 특히 해산물을 먹는 데 익숙한 해안 도시인 리마에서 담수어를 맛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파이체가 주목을 받고 있어요."

과거에는 생선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면서 도시로 운송하려면, 파카야 사미리아에서 배로 10시간을 이동하고 또 육상교통으로 2시간 가야하는 이키토스에서 얼음을 구입해야 했다. 운송 수단은 매우 초보적이었고 수질도 좋지 않았는데, 얼음값 때문에 생선 가격이 상당히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비정부기구인 '데스펜사 아마조니카(Despensa Amazónica)'는 이에 대응하고자 2017년부터 여러 민간 및 공공 기관과 협력해 태양열을 이용한 얼음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그리고 야리나 호수(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파이체를 잡는 곳)에서 배로 90분 거리에 있는 브레타냐 마을 여성들이 이 공장에서 일하도록 장려했다. 그 결과 과거에는 남성들만 참여했던 파이체 생산망에 여성들도 참여하게 됐다.

얼음이 확보된 덕에, 이제 파이체는 보호 구역에서 이키토스 시로 안전하게 운송된 후 수도 리마로 이동해 최고급 레스토랑들에 공급된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페루 요리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최고급 페루 레스토랑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확보한 파이체를 구하려 하고 있다.

데스펜사 아마조니카는 시장을 만들어냈고, 지역사회의 기술 및 운영 능력을 향상시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동력을 확인했다. 이들처럼 파이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지원하는 벤처 기업들은 지역 사회가 공급망을 보존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생계를 위한 안정적인 수입을 제공하는 동시에 서식지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지역 사회가 불법 채굴과 벌목, 야생동물 밀매 등 이 지역에 만연했던 수익성이 높은 약탈적 활동에서 벗어나, 주민의 생명과 환경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장려하고 있다.

사실 파이체도 고난을 겪어왔다. 어획 가능한 최소 크기 기준 또는 금어기 등의 통제 조치가 없어 과도한 어획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야리나 호수에선 12명의 현지 어부들이 아마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동참했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어업에 초점을 맞춘 어업 협동조합에 소속돼, 카누와 그물을 사용하는 전통 방식의 어업을 하고 있다. 또한 어업 활동을 하는 시기와 최소 어획량을 준수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야생 동물 밀렵과 산림 파괴 등의 불법 활동을 신고하는 등 생태계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데스펜사 아마조니카의 관리 이사인 안드레아 오르티스 데 제발로스는 "우리는 수년간의 시도를 통해 확장성이 있고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냈다"고 말했다. "우리의 아이디어는 가능한 한 많은 시장 기회를 창출하고 발굴해, 지속 가능한 활동이 지역 경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는 채굴 또는 불법 활동이 아마존에서 소득을 창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줄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아마존 열대우림 및 그 혜택 보호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토르체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됐다. 그리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파이체와 같은 음식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오르티스 데 제발로스는 "지구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풍요로운 생태계에서 생산되는 파이체 같은 산물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희 프로젝트는 지역 커뮤니티가 지속가능한 가치 사슬을 개발하고 키워가도록 지원해, 궁극적으로 지역의 산물이 페루 및 세계 요리에 녹아들게 하려는 것입니다."

셰프 스키아피노는 이러한 노력이 서로에게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 준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식재료가 최상의 상태로 레스토랑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이를 통해 한 가족이나 지역 사회 전체의 생계가 크게 개선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게 제가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죠. 이 과정을 함께하며 지켜보는 게 제게는 정말 아름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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