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프로야구 KBO리그 NC 다이노스 내야수 서호철(27)의 첫 가을 야구는 짜릿했다.
NC는 19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14-9로 이겼다. 정규시즌 4위로 1승을 안고 WC 결정전에 나선 NC는 2017년 이후 6년 만에 준플레이오프(준PO·5판 3선승제) 진출을 이뤄냈다.
이날 경기는 서호철과 NC 팬들 모두에 특별했다. 2019년 입단한 서호철에게 첫 포스트시즌 경기였다. 그는 2019년 잠실구장에서 열린 WC 결정전 당시엔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고 2020시즌 통합 우승 당시에는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 중이었다.
NC는 2019시즌 리그 5위로 가을 무대에 올랐으나 잠실구장에서 열린 WC에서 LG 트윈스에 패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통합우승을 일궈냈던 2020시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포스트시즌이 중립 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2021, 2022시즌에는 NC가 5강에 들지 못했다.
서호철은 홈 팬들에게 가을 야구 승리의 기쁨을 선물했다. 그는 이날 그랜드슬램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6타점 2득점을 쌓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서호철은 두산에 0-3으로 끌려가는 4회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 그는 상대 선발투수 곽빈(24)의 시속 149km 직구를 잡아당겨 좌월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2015년 도입된 WC 결정전에서 만루포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호철은 그렇게 KBO리그의 새 역사를 써냈다.
6-5로 추격받는 7회말 1사 만루에서 다시 한번 서호철이 타석에 올라섰다. 타격 준비를 하자 NC 팬들은 '만루 홈런'을 외쳤다. 서호철은 2타점 2루타로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이로써 그는 WC 결정전 사상 처음으로 6타점 고지를 밟으며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을 세웠다.
경기 후 만난 서호철은 차분했다. 만루포를 터뜨린 뒤 그라운드에서 환호하던 때와 사뭇 달랐다. 그는 "제가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는 아니지만 타구를 보고 홈런을 직감했다. 더그아웃에서 다들 좋아해 줬다. WC 결정전 승리에 제가 큰 역할을 한 거 같아 기분 좋다"며 "직구만 생각하고 몸쪽 승부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치자는 생각으로 과감히 휘둘렀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홈런 상황 당시를 떠올렸다.
서호철은 올 시즌 내내 부상 불운에 시달렸다. 4월에는 '헤드샷'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8월에는 왼쪽 새끼손가락 인대를 다쳤다. 지난달에는 투구에 맞아 코뼈가 부러졌고 이달 9일에는 발목 인대를 다치며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호철은 몸쪽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 취재진이 '공이 두려워지진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투수가 일부러 맞춘 것도 아니고 야구 선수가 공을 무서워하면 안 된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훈련해 왔다"며 "전혀 무서운 것이 없다. (오히려) 나도 모르게 맞으려는 습관이 있다. 몸쪽으로 날아와도 두려움 없이 맞고 나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서호철은 이날 경기 맹활약으로 생애 첫 가을 야구 무대에서 WC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사령탑도 서호철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강인권(51) NC 감독은 "서호철이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장타를 치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서호철과 NC의 가을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NC의 준PO 맞대결 상대는 정규시즌 3위 SSG 랜더스다. 22일 오후 2시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준PO 1차전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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