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더욱더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참석해 크게 환대받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한 이 회의는 시 주석의 대표적인 외교 및 경제 정책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130여 개국 정상 및 관료 가운데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특히 귀빈으로 대접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좀처럼 러시아 국외로 나가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했을 뿐만 아니라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올해 3월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그러나 중국은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권 외 국가이기에 푸틴 대통령이 중국에서 체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 양국의 “한계 없는 우정”을 선언할 정도로 긴밀한 사이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18일 정상회담은 수도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회식으로 시작됐다. 이때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함께 입장했는데, 두 정상은 다른 정상들보다 앞서서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개회식 자리에 입장했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단체 사진 촬영 당시 맨 앞줄 중앙에 섰으며, 연설 순서도 시 주석 바로 다음이었다. 두 정상은 이후 3시간가량 따로 만나 우크라이나, 중동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 세계에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모든 외부 요인들은 공통된 위협으로, 러-중 협력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열렸던 일대일로 정상회담에서도 눈에 띄는 환대를 받았으나, 이러한 행사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이다.
이후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보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러시아의 편을 들고 있다면서 서방 국가들로부터 비난받았다.
그리고 18일,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호의에 보답하고자 애쓰는 모습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시 주석의 방대한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생각과 일치한다”며 지지를 약속했고, 업적에 대해서도 “우리의 중국 친구들”이라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의 투자 및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약 1조달러(약 1330조원)를 쏟아부었다.
아울러 대부분 소위 ‘글로벌 사우스’ 즉 남반구 개발도상국에서 온 대표단들로 가득 찬 회의장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 전 세계 대다수 국가는 협력과 경제 발전에 대한 열망을 공유한다”고 연설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중은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세계와 경쟁하고자 자신들만의 블록을 구축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양국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패권”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권력 중심이 다양한 “다극화” 세계 질서를 요구한다.
한편 이번 일대일로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은 더욱더 정의롭고 포괄적이라며 일대일로를 새로운 세계 질서의 기반으로 만드는 백서 2권을 발표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시 주석은 과거의 실크로드 및 다채로운 속담들로 가득한 연설을 통해 바로 이 점을 강조했다. 일대일로는 “우리 시대의 진보성과 앞으로 나아가는 올바른 길을 상징”하며, “역사의 올바른 측면에 서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념적 대립, 지정학적 경쟁 및 블록식 정치” 등을 비난하며 일방적 제재 및 공급망 “디커플링”을 비난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미국이 자신들이 보기엔 불공평한 세계화 질서를 주도하고 있다며 종종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일대일로는 “모두가 장작을 넣으면 불꽃이 더 높이” 치솟는 “윈-윈(모두가 이득을 보는) 협력”이라며 치켜세웠다.
아울러 시 주석은 소규모 프로젝트 추진, “녹색 발전”, “청렴의 길 건설” 등을 포함해 일대일로를 추진하기 위한 8가지 행동도 발표했다.
한편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많은 국가에서 개발을 촉진한다며 널리 찬사받기도 하나, 또 한편으로는 국가들을 산더미와 같은 부채의 덫으로 몰아넣으며, 환경을 훼손하고, 각국의 부정부패와 낭비적인 프로젝트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번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엔 대부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국가 정상이 대부분이었다. 그 외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 대표자들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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