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멀고 아이는 자란다. A씨와 같이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사람들이 모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의 시위 구호다. 양육비 소송 절차가 복잡하고 허점이 많아 수년이 걸리는 반면 소송을 하는 동안 경제적 부담은 양육자 혼자 떠안아야 하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양육비를 지급받기 위한 '법적 테두리' 내 수단은 대부분 소송을 거쳐야 한다. 특히 '배드 페어런츠'에 대해 법적 제재를 가하기 위해선 법원으로부터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감치 명령'을 받아내야만 한다.
그러나 재판이 공시송달로 진행된 후 채무자가 재판 사실을 알지 못하면 법원이 감치 명령을 내리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일부러 잠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감치 명령이 나오더라도 경찰의 집행을 회피하면 속수무책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양육자가 소송에 전념하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법적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소송 절차 없이도 '배드 페어런츠'를 제재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행정 조치를 고안할 때라고 제언한다.
양육비 미지급자를 대상으로 정식 재판이 열린 건 처음이었다. 앞서 형사고소된 사례가 있었으나 기소유예나 구약식 명령 처분에 그쳤다.
이날 검사는 송씨에게 징역 6월을 구형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이행·감치명령까지 받았음에도 지급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감치명령 후에도 양육비 지급을 미루면 명단공개·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 제재 및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실형을 선고 받은 사례는 아직 없다.
정부는 2021년 관련법을 개정해 감치 명령을 받은 후에도 1년 이내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무자에게 각종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양육비 채무 불이행 제재 조치를 받은 총 677명 중 양육비를 지급한 사람은 61명(약 11%)에 불과했다. 양육자 입장에서는 제재를 부과하기 위해 각종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것 자체가 가시밭길인데, 제재까지 도달해도 양육비 지급이 담보되지는 않는다.
제재가 좀처럼 양육비 지급으로 이어지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더 강력한 형사 조치가 내려질 지 주목받고 있다. 결국 감치 명령 이후의 제재들은 채무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지급을 유도하기 때문에, 채무자가 각종 제재에도 양육비 지급을 미룰 경우 더 센 조치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배드 페어런츠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행정 조치 방안도 마련해 소송 없이도 양육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법원에서 이행 명령을 받은 후 채무자가 3번 이상 양육비를 미지급할 경우 다음 단계인 감치 소송을 할 수 있는 요건이 된다. 감치 소송까지 절차상 최소 2~3년이 걸리는데, 채무자가 주소지를 변경 하는 등 연락을 피할 경우 재판은 더 길어진다. 양세희 양육비이행관리원 이행확보부 부장은 "채무자가 잠적하면 공시 송달로 진행되는데 재판부가 채무자가 재판 사실을 몰랐다고 판단할 경우 감치 명령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소송 자체보다 송달을 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혼 판결문에 양육비 지급 내용이 없거나 예상치 못한 질병 등으로 양육비가 더 필요해질 경우 '양육비 심판·변경 청구', 채무자 재산을 모른다면 '재산 조회·재산 명시' 등 거쳐야 할 절차는 이행·감치 소송 뿐만이 아니다. 양육비 판결문이 있어야 강제집행·이행 확보·추심 소송 등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는데 각 소송마다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린다.
양 부장은 "여전히 감치 결정 후 1년이 지나야만 형사 고소를 할 수 있게 요건이 돼 있는 부분을 조금 완화하면 그나마 사법적 제도 내에서는 보완이 될 것 같다"며 "다만 소송을 거쳐 양육비를 받는 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채무자의 급여에서 강제 징수 하는 등 이제는 사법제도 보다는 행정적 제도가 보완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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