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정부가 2024년도 예산안에 마약류 안전 관련 예산을 203억 증액하는 등, 마약과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2023년도 국정감사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 관련 안전관리 현황 등이 도마에 올랐다.
몰수마약류에 대한 보관 문제와 의료기관 셀프 처방 문제 등에 관한 정책적 보완점이 논의됐으며 서울시내 의원의 마약류 처방 현황, 온라인 판매 및 오남용 현황, 대체 마약 적발 현황 등을 살펴봤다.
올해 6월 춘천시 보건소가 10억원 상당의 필로폰과 대마 등 마약 5종 500g을 금고 밖에 보관하다 분실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부터 제출받은 '전국 보건소의 몰수마약류 보관, 관리 및 폐기 실태 자료'를 점검한 결과 보건소의 몰수마약류 보관이 매우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몰수마약류란 검찰이 필로폰, 대마, 코카인 등을 압류한 경우 또는 병원·약국에서 사용기간이 경과했거나 변질·부패·파손 등으로 보관이 어려운 마약류를 보건소에서 보관·폐기처분하는 것을 이른다.
분실되거나 도난 시에는 범죄에 사용될 소지가 있고 그 가격이 수천만원대부터 수백억대에 달하기도 하는 만큼 엄격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식약처 소관 '몰수마약류 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몰수마약은 이동이 어렵고 쉽게 파괴할 수 없는 이중의 잠금장치가 된 철제금고나 이중철제 보관함에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몰수마약에 대한 철제금고나 철제 보관함 보유 여부를 확인한 결과 몰수 마약을 보관하는 보건소 중 CCTV나 24시간 감시시스템이 없는 보건소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몰수마약류를 관리‧처분하고 있는 지방자체단체에 대해 감사‧조사를 실시한 적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식약처는 최근 5년간 실시한 바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몰수 마약류 분실·도난 시 대형 마약범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소가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며 "몰수마약류의 보관과 처리, 폐기에 이르기까지 제도를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약류 의약품을 셀프처방한 의료기관의 처방 사유 타당성 검토 결과 의료기관 20개소 중 18개소에 대해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았고, 심각한 중독 의심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의사, 약사 등 1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마약류 오남용 타당성 심의위원회는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 제2차 회의를 실시했다.
회의 안건은 2023년 6월 식약처와 경찰청에서 실시한 의료용 마약류 합동점검과 관련해 의사·치과의사 셀프처방 의료기관 20개소 처방과 사유에 대한 타당성 검토였다.
최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회의 결과 보고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 의약품 셀프처방 20개 의료기관 중 18개 의료기관에 대해 '타당하지 않음' 결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례 중에는 의료용 마약 진통제인 옥시코돈을 작년 한 해만 14만정을 셀프처방했던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하루에 440정씩 1년 내내 복용해야 하는 양으로, 1일 복용량 최대치인 240mg의 20배에 해당되는 만큼 결코 정상적인 처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마약류 중독 의료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최근 5년간 면허가 취소된 의사 155명 중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으로 의사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은 "안전한 진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면허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소중한 의료자원을 지키기 위해 중독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피어 리뷰와 같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최근 유명 배우가 상습적으로 투약하다 적발된 의료용 마약류 케타민의 서울시 내 의원 처방량 80%가 강남구 소재 의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서 2023년 6월까지 케타민은 76%, 프로포폴은 44%, 펜타닐은 31%가 강남구 소재 의원에서 집중적으로 처방됐다"고 밝혔다.
'클럽마약'으로도 불리는 케타민의 처방 현황을 살펴보면 최근 3년 6개월간 강남구 소재 의원에서 약 78만명의 환자가 케타민을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전국 의원에서 케타민을 처방받은 환자가 142만명, 서울시 내 의원에서 106만명인 것을 감안했을 때 대부분이 처방 환자가 강남구에 몰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포폴의 경우 강남구 소재 의원에서 처방받은 환자 수가 218만명으로 처방량은 504만개에 달했다.
이는 서울시 내 의원에서 프로포폴을 처방받은 전체 환자 수의 34%에 달하며 처방량에 대비해서는 44%에 달하는 수준이다.
주사제를 제외한 펜타닐도 강남구 소재 의원에서의 처방 쏠림 현상이 도드라졌다.
같은 기간 강남구 소재 의원에서 펜타닐을 처방받은 환자 수는 1328명, 처방량은 6만1416개로 드러났으며 이는 서울시 내 의원의 전체 처방환자 수 대비 26%, 전체 처방량 대비 31%이다.
약물에 취해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이 투약한 미다졸람과 옥시코돈 또한 강남구 의원에서 처방받은 환자 수의 비율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서 의원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비교했음에도 의료용 마약류 처방의 강남구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며 "철저히 관리하고 감시해 특정 지역이 마약 화수분 역할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5년간 펜터민 등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판매하다 적발된 건이 총 1362건으로 드러나면서 오남용 실태 파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마약류 식욕억제제 온라인 판매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19년 4건, 2020년 1건에 불과했던 것이 2021년 181건, 2022년 807건으로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7월까지는 지난해의 45.7% 수준에 해당하는 369건이 적발되는 등 총 1362건이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총 적발 건의 90% 이상에 해당하는 1226건이 젊은 층의 접근이 용이한 SNS상에서 이뤄지고 있었으며 올해는 일반쇼핑몰에서도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판매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펜디메트라진, 펜터민, 암페프라몬, 마진돌 등의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611만명 이상의 환자에게 11억 3827만개 이상이 처방되는 등 매우 광범위하게 처방되던 상황이다.
서 의원은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불면과 두근거림, 지각 이상,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있어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며 "식약처가 경찰청,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오남용 실태 파악에 나서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먼지제거 스프레이'가 환각 증상을 보이는 대체 마약으로 사용됐던 것이 드러난 가운데, '화학물질관리법' 위반으로 검거된 자가 최근 5년간 1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2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체 마약 사각지대 발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화학물질관리법 위반자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연령별로 10대가 168명, 20대가 400명, 30대가 216명, 40대가 221명, 50대가 172명, 60대가 20명 등으로 나타났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화학물질은 부탄가스와 아산화질소, 톨루엔, 초산에틸 또는 메틸알코올 등이다.
이를 섭취하거나 흡입하면 마약과 유사한 작용을 일으키는 만큼 소지, 판매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남 의원은 "대체 마약으로 쓰이는 스프레이 가스는 중독성이 심하고 가격이 저렴해 청소년이 접근하기 쉬운 만큼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며 "대체 마약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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