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전청소부 타이틀 이미지 (사진제공: 팀 디미디움)
지난달 텀블벅 페이지를 살펴보던 본 기자는 매력적인 그래픽을 가진 인디게임
‘던전청소부
’를 발견했다
. 카툰 느낌의 그림체
, 한붓그리기 퍼즐이라는 규칙은 쉽지만 클리어는 어려운 게임성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 주인공 콘셉트도 독특했는데
, 무려 던전을 청소하는 악마였다
. 악마
, 던전
, 청소부
, 한붓그리기 등 도저히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소재들이 하나로 엮인 기획에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
더 놀라웠던 점은
, 이 게임을 개발한 팀의 이력이다
. 팀 디미디움은 주로 현실 보드게임을 제작하던 소규모 팀인데
, 4개월이라는 다소 짧은 시간동안
PC게임 던전청소부를 개발해 지난
8월
2023 부산인디커넥페스티벌
(이하
BIC)에 출품하기도 했다
. 던전청소부는 어떤 게임이고
, 이들을 개발한 팀 디미디움은 왜 갑자기
PC게임을 개발하게 되었는지 확인해 봤다
.
한붓그리기 퍼즐게임 던전청소부
던전청소부의 장르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한붓그리기 퍼즐게임이다
. 플레이어는 악마 청소부가 되어 던전 바닥에 늘어붙은 때와 핏자국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 깨끗한 바닥을 다시 지나가면 미끄러지고 바닥에 부딪히며 게임오버가 되기에
, 결국 한붓그리기 형식으로 모든 곳을 청소해야 한다
.
배경이 던전인 만큼 스테이지는 층으로 구성됐고
, 여기에 맞춘 다양한 기믹도 준비돼 있다
. 예를 들어 양치기 소년이 있는 층에서는 바닥을 닦으면서 흩어진 양을 찾아야 하며
, 용과 흑기사가 등장하는 스테이지는 바닥이 지나치게 더럽기에 두 번씩 지나가야 청소가 완료된다
.
▲ 한붓그리기에 독특한 아트를 더했다 (사진제공: 팀 디미디움)
이처럼 던전청소부는 다소 오래된 놀이 주제이기도 한 한붓그리기에 차별점을 부여하기 위해 독특하고 강렬한 콘셉트와 아트워크의 힘을 빌렸다
. 과거 무료 게임으로 출시되어 많은 인기를 끈
‘헬테이커
(Helltaker)’처럼
, 재미있고 규칙이 어렵지 않은 퍼즐과 카툰 분위기 디자인이 결합되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
여기에 주인공과 설정도 독특하다
. 주인공은 악마이면서 동시에 청소부인데
, 둘 다 일반적인 주인공의 역할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다
. 배경이 던전이라면 전투나 용사
, 마왕이 주요 소재가 되기 마련이기에 다소 과감한 선택이라 볼 수도 있다
. 과연 게임을 개발한 팀
‘디미디움
’은 게임 아이디어와 모티브를 어디서 가져왔을까
?
▲ 주인공 악마 청소부 (사진제공: 팀 디미디움)
보드게임 제작팀이 PC게임을 개발하게 된 이유
던전청소부를 개발 중인 팀 디미디움은 기획의 이재웅
, 아트의 소금
, PM 박예림으로 구성됐으며 이전부터 다양한 보드게임을 제작했다
. 보드게임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2021년 첫 텀블벅 프로젝트
‘쿡팟
’을 시작으로
'인트루드
', '파이오니어즈
', '우리집 돼지저금통을 훔쳤다
!', '인체인
' 등을 성공리에 출시한 이력이 있다
.
▲ 팀 디미디움 로고와 던전청소부 개발진 (사진출처: 던전청소부 텀블벅 후원 페이지)
이들이 보드게임이 아닌
PC게임을 제작하게 된 이유는 아트 담당 소금의 제안이 있었다
. 그녀는 이전에 친구들과
‘게임 잼
(단기간 비디오게임을 개발해 출품하는 대회
)’에 참가한 이력이 있었는데
, 이 때 즐거웠던 기억을 발판삼아 팀원들에게 짧은 기간 제작할 수 있는 퍼즐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 이를 들은 박예린
PM은 기반비용부터 많은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보드게임에 비해
PC게임이 더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 무엇보다 팀원 염원이 커서 동참했다고 했다
. 참고로 처음 게임 개발은 제안한 소금은
“짧은 기간이
4개월이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고 회상했다
.
보드게임을 만들던 팀이었지만 다행히 이재웅 기획자가 과거 유니티 기반 모바일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었고
, 이를 살려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을 주도했다
. 그는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다 한붓그리기 퍼즐을 떠올리게 됐다
”며
, “금방 만들겠다 싶었는데
,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고 했다
. 이후 오당 일러스트레이터가 합류해 게임 스토리와 캐릭터 아트를 담당하게 됐고
,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제작하는 원명식 개발자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게임 개발이 본 궤도에 올랐다
.
다양한 동화와 고전게임, 코믹스 등에서 영감 얻은 던전청소부
던전청소부 게임 아이디어는 많은 사랑을 받은 고전게임
‘환세취호전
’의 미니게임에서 가져왔다
. 이재웅 개발자는
“아타호가 술집에서 술값을 내지 못했을 때 청소를 대신하는 미니게임이 있었다
”며
, “어릴 때 매우 재미있게 했고
, 이 미니게임을 메인으로 한 게임 던전청소부를 개발하게 됐다
”고 전했다
. 또 청소만 하면 다소 심심한 게임이 탄생할 것으로 생각되어
, ‘던전
’이라는 컨셉을 추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 환세취호전에 등장하는 청소 미니게임 (사진출처: 아재와의 시간여행 유튜브 채널 갈무리)
던전과 청소부라는 어울리지 않는 테마를 연결하고
, 주인공을 창조한 것은 오당 일러스트레이터였다
. 그는
“영웅들이 보물을 찾고 마왕을 처치하기 위해 던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는데
, 다음에 다시 방문하면 예전 상태로 되돌아가 있다
. 이것을 주인공 악마 청소부가 모두 깨끗하게 정리한다는 콘셉트로 가면 어떨까
?”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던전청소부 주요 배경과 주인공 설정을 만들었다
.
게임의 주인공 청소부는 미국 코믹스
‘헬보이
’를 참고했다고 오당 일러스트레이터는 말했다
. “해당 만화가 가진 강렬한 이미지에 끌렸고
, 단순하면서도 아이코닉한 주인공을 만들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며
, “악마는 강함의 척도가 다양해 스토리에서 활용하기 좋았고
, 단순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가진 캐릭터로서 구상했다
”고 전했다
.
▲ 주인공과 게임 콘셉트를 설명하는 만화 (사진제공: 팀 디미디움)
배경이 되는 던전과 기믹도 여러 장소에서 모티브와 콘셉트를 빌렸다
. 제작진은 층마다 테마를 공유하면서도
, 점점 환경이 혹독해지는 던전 느낌을 배경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 또 모든 스테이지가 인간
(형 몬스터
)과 동물
(형 몬스터
) 페어로 개발됐고
, 각 층마다 고전 설화나 동화에서 착안한 인물들이 등장하도록 설정했다
. 양과 소년은 동화
‘양치기 소년
’에서
, 흑기사와 용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
’에서
, 진
(지니
)과 샐러맨더는
‘천일야화
’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
다만 캐릭터는 원본 그대로 사용되지 않았는데
, 예를 들어 게임에서 양치기 소년과 늑대는 서로 친하고
, 흑기사와 용은 서로 사랑에 빠졌으며
, 지니는 다른 사람의 명령을 듣지 않는 식이다
. 개발진은 이런 식으로 캐릭터 세부 스토리를 구상하고
, 비단 게임 배경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와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 소금 개발자는
“게임에서 스토리와 퍼즐을 어떻게 이을 것인지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며
, “단순히 퍼즐
, 대화 순으로 잇는다면 유기적으로 느껴지지 않아 새로고침을 하면 대사가 바뀌거나 기믹을 사용할 때 말을 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고자 노력했다
”고 전했다
.
▲ 양치기와 양, 진과 샐래맨더 등 동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사진제공: 팀 디미디움)
▲ 새로고침, 기믹 활용시 다양한 대사 출력 (사진제공: 팀 디미디움)
던전 청소부 개발에 있어서 난항, 그리고 개발 현황
게임 콘셉트를 잡는 일뿐만 아니라 게임의 핵심 요소인 퍼즐 부분을 제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 퍼즐은 단순하게 시행착오와 반복을 통해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 창의적인 방식으로 생각할 때 답을 찾을 수 있는 퍼즐을 만들었다고 개발진은 전했다
. 이재웅 개발자는
“퍼즐의 품질에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며
, “기왕이면 창의적인 생각
, 발상의 전환을 꾀해야만 풀 수 있는 퍼즐을 제작하려고 했다
”고 설명했다
. 그 과정에서 진행이 막히고
, 플레이어가 잠시 쉬면서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즐거울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
다만 난이도 조절에 있어서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 팀 디미디움은 지난
8월 개최된
BIC에서 던전청소부를 선보였다
.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에 흥미를 보였고 칭찬도 했지만
, 동시에 난이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 박예린
PM은
“스토리 전개에 대해 칭찬이 많았고
, 퍼즐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라며
, “이 게임은 퍼즐 게임이고
, 그렇기 때문에 퍼즐이 어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 강조했다
.
▲ 바닥 얼룩과 양까지 모두 제거해야 청소 완료 (사진출처: 스팀 상점 페이지)
▲ 층수를 내려가면 기믹이 쌓이면서 난이도가 더 올라간다 (사진출처: 스팀 상점 페이지)
던전청소부는 초기 계획대로 총
5개 챕터로 출시될 예정이고
, 퍼즐은 메인스토리 퍼즐
18종에 더해 어려운 난이도를 즐기는 플레이어를 위한 나이트메어모드 퍼즐
6종을 더해 총
24개 퍼즐로 출시될 예정이다
. 또한 만약 게임이 인기를 끌게 된다면
, 추가 콘텐츠로 실물 퍼즐북도 제작할 계획이다
. BIC에서 퍼즐북 샘플을 전시했는데
, 많은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
현재 개발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으며
, 추가 스테이지와
NPC 아트 작업을 게임에 적용하는 중이다
. 개발진은 빠르면
10월 말
, 늦어도
11월 중순 전에는 정식 출시를 목표로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이재웅 개발자는
“시작은 가벼운 마음이었으나 후원도 많았고
BIC 현장 반응도 뜨거웠다
”며
, “재미있는 게임 만들겠다
.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다
”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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