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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당정 최고위층이 9일 상하이를 거쳐 베이징을 방문 중인 미국 여야 상원 의원단과 만나 각종 현안과 관련한 설전을 벌였으나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연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중순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양국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은 상당히 커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10일 보도를 종합하면 시 주석은 전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미 상원 의원단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중·미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라면서 "중국과 미국이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와 운명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항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 자국과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 후 "중국과 미국의 공동이익은 의견 차이보다 크다. 양국이 각자 성공을 거두는 것은 서로에게 도전이 아니라 기회"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신흥 강대국이 필연적으로 기존 패권국과 충돌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론하면서 "이것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 넓은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각자 발전하고 번영하는 것을 완전히 수용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시 주석은 또 "나는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가 1000가지가 있으나 양국 관계를 망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귀국의) 여러 대통령들에게 많이 얘기했다"고 거듭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상호 발전으로 인해 양국이 공동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역시 강조했다.
이에 대해 슈머 원내대표는 "미·중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은 양국에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와 발전과도 관련이 있다"면서 "중국의 발전과 번영은 미국 국민에게 이롭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그는 시 주석이 면전에 있음에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중국의 대응과 관련해서는 굳이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할 것을 거듭 촉구하면서 이스라엘 국민과 함께 할 것 역시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이보다 앞서 왕의(王毅)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임)을 만난 자리에서도 "지난 며칠 동안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끔찍하다"고 강조한 후 "나는 당신과 중국 국민들이 이스라엘 국민들과 함께 비겁하고 악랄한 공격을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어 그는 "솔직히 말해서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이스라엘에 대해 어떠한 동정이나 지지를 보이지 않은 중국 외교부의 성명에 실망했다"고도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는 대신 양측의 자제를 촉구한 것을 직격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에게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양국 관계가 여전히 팽팽한 긴장 관계에 있다는 분명한 현실을 증명해주는 발언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히 불쾌했을 수도 있을 중국은 손님맞이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당정 권력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에 해당) 상무위원장과 상원 의원단의 회담까지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마련한 것을 보면 진짜 그렇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양국 관계가 상당히 위태로워 보이기는 해도 큰 사고가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아마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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