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장기 공백 현실화…내년엔 '민변 출신' 권한대행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김임수·노성우 기자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부결되면서 '사법부 수장 공백'이란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했다. 재판 지연 해소 등 사법부 개혁이 미뤄진 가운데 후임 대법관 인선, 법관 정기인사 등 사법 행정에도 줄줄이 적신호가 켜졌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10~27일까지 진행하는 국회 국정감사 일정을 고려했을 때 후임 대법원장 인선까지는 최소 두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새 후보자 물색부터 쉽지 않은데다 검증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하는 만큼 대통령실 인선 작업은 해를 넘길 수도 있다.

초유의 공백 사태에 대법관들은 이르면 11일 대법관회의를 소집해 안철상 권한대행의 역할과 권한을 최종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쟁점은 대법원장을 대신해 권한대행이 전원합의체 재판장을 맡을 수 있느냐로 현재 대법관 사이에서 의견이 나뉘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한대행 역할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새 대법원장이 올 때까지 대법원 핵심 기능이 멈추게 된다.

이 후보자 임명 불발로 '김명수 체제'에서 진행됐던 정치 편향적 재판 지연 문제를 없애겠다는 윤석열 정부 계획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실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2020년 기소된 민주당 소속 최강욱 전 의원의 경우 3년 8개월만에 유죄가 확정됐고,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 또한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사건 2심 판결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이 워낙 많아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대법원장 임명이 늦어지면) 법원 인사뿐만 아니라 고등법원, 지방법원까지 모든 재판 절차가 지연되는 게 불가피해 국민들이 그 피해를 본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부터다. 안 권한대행과 민유숙 대법관 임기가 내년 1월1일까지로 그 다음 권한대행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김선수 대법관이 맡게 된다. 내년 2월 법관 정기 인사가 예정된 만큼 김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한 법조인은 "대법원장이 인사를 해야 하는데 판사들도 (본인들의) 인사가 늦어지면 재판에 집중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새 대법원장 후보자로는 윤석열 정부에서 첫 임명된 오석준 대법관과 함께 이 후보자 지명 당시 함께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조희대 전 대법관, 홍승면·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박근혜 정부 때 대법관으로 임명된 조 전 대법관은 법조계 신망이 두터운 원로 법조인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표결을 고려하면 가장 적임자에 가깝지만, 새 대법원장이 되면 임기 도중 정년(70세)을 맞는 점이 고민거리다.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마친 홍 부장판사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사법 행정에 강점이 있다. 강 부장판사의 경우 재판 선진화에 앞장서는 등 법원 내 IT(정보기술)전문가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