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미술관 관람객의 모습을 담은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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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미술관 관람객의 모습을 담은 포토그래퍼

바자 2023-10-08 00:20:00 신고

 
 Stefan Draschan, from 〈People Matching Artworks〉, at Rijksmuseum, Amsterdam.
Stefan Draschan, from 〈People Matching Artworks〉, at Rijksmuseum, Amsterdam.
 
 
Q 〈People Matching Artworks(작품과 어울리는 사람들)〉 연작 중에서 가장 처음 찍은 사진을 기억하는가?

A 2014년, 베를린 샤프 게르스텐베르크 미술관에 전시된 조지 브라크(George Braque)의 페인팅 앞 벤치에 기대어 있는 한 남성의 모습이었다. 회색 큐브 패턴의 티셔츠와 브라크의 회색빛 큐비즘 페인팅이 마치 하나의 세트처럼 보였다. 이것을 계기로 나는 사람들의 의상이나 포즈 등이 예술작품과 일치하는 장면에서 일종의 미학을 발견했다. 당시 베를린 국립미술관과 〈아트-다스 쿤스트〉 매거진이 주최한 사진 공모전에 참가했는데, 곧바로 SNS에 수백만 회 공유되어 바이럴됐다. 이후 〈People Matching Artworks〉라는 제목을 붙여 본격적으로 작업을 이어왔다. 그렇게 지난 10년간 총 2천5백50여 개의 사진을 찍었다.

Q 〈People Matching Artworks〉 연작은 당신에게 어떤 도전이었나?

A 고백하자면, 이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관람객’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경멸하는 존재였다. 기본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이들로 인해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 앞에서는 수많은 인파 때문에 2초도 서있기가 힘들었다.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을 사진의 피사체로 담으며 나의 관찰대상이 되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360도 바뀌었다. 혐오가 애정 어린 관심으로 변하는 아주 희귀한 경험을 한 것이다.

 
 
Stefan Draschan, from 〈People Matching Artworks〉, at Neue Nationalgalerie, Berlin.
Stefan Draschan, from 〈People Matching Artworks〉, at Neue Nationalgalerie, Berlin.
 
Stefan Draschan, from 〈People Matching Artworks〉, at Gesamtkunstwerk, Vienna.
Stefan Draschan, from 〈People Matching Artworks〉, at Gesamtkunstwerk, Vienna.
 
 
Q 우연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린다고. 미술관 스태프, 혹은 관람객들이 당신의 신분을 의심하지는 않았나?

A 앞서 말했듯, 모든 결과물은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다. 관람객들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선에서 촬영을 했다. 그렇기에 나의 작업에는 ‘느림의 미학’이 깃들어 있다. 말하자면, 노동집약적 활동이다. 미술관은 기본적으로 공간이 드넓어 걷는 데만도 금방 지친다. 난생 처음 새가 되면 얼마나 편할까?라는 4차원적인 생각도 하게 되었다. 천장 위에서 한눈에 전시장을 지켜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웃음)

Q 원하는 장면을 포착하기까지 걸린 최단 시간과 최장 시간은?

A 가장 적게 걸린 시간은 2분. 물론 운이 좋았다. 한 컷을 촬영하기 위해 가장 오래 걸린 시간은 미술관이 오픈하고 문을 닫을 때까지이니 대략 반나절이 소요된 셈이다.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터득하게 된 노하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같은 프레임에 담고 싶은 관람객과 작품을 다른 공간에서 마주하였을 때, 나는 그 사람의 보폭과 발걸음 속도를 관찰하며 작품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계산하곤 했다. 종종, 이런 계산법은 꽤 성공적이다.

 
 
Stefan Draschan, from 〈People Touching Artworks〉, at Alte Nationalgalerie, Berlin.
Stefan Draschan, from 〈People Touching Artworks〉, at Alte Nationalgalerie, Berlin.
 
Stefan Draschan, from 〈People Matching Artworks〉, at Museumbarberini, Potsdam.
Stefan Draschan, from 〈People Matching Artworks〉, at Museumbarberini, Potsdam.
 
 
고백하자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까지 ‘관람객’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경멸하는 존재였다.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이들로 인해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을 내 작업의 피사체로 담으며 혐오가 애정 어린 관심으로 뒤바뀌었다. 
 
 
Stefan Draschan, from 〈People Matching Artworks〉, at Gesamtkunstwerk, Vienna.
Stefan Draschan, from 〈People Matching Artworks〉, at Gesamtkunstwerk, Vienna.
 
 
Q 당신이 미술관에서 맞닥뜨린 초현실적인 순간이 있다면?

A 내가 지금 마주한 관람객이 몇 해 전 동일한 미술관에서 동일한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혹은, 이런 우연한 순간들이 동일한 미술관의 동일한 방에서 무려 10 번이나 성사되었을 때.

Q 자주 출몰하는 미술관은? 당신이 각별하게 생각하는 공간이 있나?

A 파리 오랑주리미술관의 고갱과 모네 작품이 전시된 공간. 요즘에는 엘 그레코의 작품을 보러 루브르미술관에 자주 방문한다.

Q 연작을 10년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하다.

A 한 장의 사진이나 이벤트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이자 기록이자 삶이다.

Q 가장 유의미한 피드백은 무엇이었나?

A 2019년, 〈People Matching Artworks〉 사진집을 출간했다. 미술사학자 볼프강 울리히 (Wolfgang Ullrich)가 남긴 서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부를 발췌한다. “드라샨은 예술작품과 인간의 관계성을 별자리로 나타냈으며, 프레임에 함께 담겼을 때 회화는 더 극적이고 세련되게, 조각품은 더 무게감 있게 변화하도록 한다. 따라서 드라샨은 ‘사진’이라는 수단을 지닌 큐레이터라고 말할 수 있다.”

 
 
Stefan Draschan, from 〈People Matching Artworks〉, at Scharf-Gerstenberg, Berlin.
Stefan Draschan, from 〈People Matching Artworks〉, at Scharf-Gerstenberg, Berlin.
 
 Stefan Draschan, from 〈People Sleeping in Museums〉, at Gemaeldegalerie, Berlin .
Stefan Draschan, from 〈People Sleeping in Museums〉, at Gemaeldegalerie, Berlin .
 
 Stefan Draschan, from 〈People Sleeping in Museums〉, at KHM, Vienna.
Stefan Draschan, from 〈People Sleeping in Museums〉, at KHM, Vienna.
 
 
Q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A 미술을 더욱 잘 즐길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People Matching Artworks〉뿐만 아니라 〈People Sleeping in Museums(미술관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 〈People Touching Artworks(작품을 만지는 사람들)〉 등 미술관에서 촬영한 다른 연작도 함께 감상해보기를 바란다. 모든 사진엔 유머 한 스푼이 담겼다.

Q 요즘 당신의 새로운 화두는 무엇인가?

A 몇 달 전부터 환경단체가 미술관에서 줄줄이 명화를 테러하는 형상에 대해서 고심하고 있다. 이 또한 나의 작업으로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려 중이다.

Q 당신은 단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세계 곳곳의 미술관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렇다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겠는가? 아트러버? 방랑자? 혹은 모험가?

A 이 모든 것에 해당된다. 나는 예술을 꽤 많이 즐기는 사람이다. 미술관을 떠돌아다니는 이유도, 관람객을 촬영하는 이유도, 결국 예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프리랜스 에디터/ 백세리 사진/ ⓒ Stefan Draschan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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