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2차 방류가 오늘(5일)부터 시작된다. 1차 방출 때와 같은 양인 약 7800t을 17일 동안 하루 460t씩 방류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국민적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일본을 향해 '불량국가'라고 비판했으며, 러시아는 극동 지역에 방사능 오염도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앞서 도쿄전력은 지난 8월24일 1차 해양 방출을 개시해 9월11일 완료했다. 이후 한달여간 일본정부와 도쿄전력, 후쿠시마현은 원전 주변 바닷물이나 해산물에 포함되는 트리튬 농도를 측정했고,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할 수 없는 트리튬을 국가 기준의 40분의 1(L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바닷물로 희석해 해저 터널을 통해 원전 앞 약 1㎞ 해상에서 방류할 계획이다. 올해 약 3만1200t을 4차례에 걸쳐 방류한다.
정부는 원전 오염수 2차 방류에 대해 "방류가 계획대로 이뤄지는지를 확인·점검함으로써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4일 "정부는 1차 방류 때와 마찬가지로 방류 관련 실시간 데이터와 도쿄전력이 시료 채취 및 분석 후 공개하는 정보 등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현장사무소 방문, 화상회의, 서면보고 등 IAEA와 정보공유, 원전 시설 방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은 또 "2차 방류에 대한 확인·점검의 일환으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소속 전문가를 후쿠시마 현지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오염수 방류 불안감 여전.. 국민 절반 이상 수산물 소비 줄여
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민적 불안감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오염수 1차 방류 이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수산물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신정훈 민주당 의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티브릿지코퍼레이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산물 소비 변화를 묻는 질문에 '소비 감소' 50.7%, '소비 동일' 36.2%, '소비 증가' 6.5% 순으로 응답했다.
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확대' 의견이 62.1%로 '축소' 의견 10.2%의 6배 이상 높았다. '현행유지'는 25.6%로 조사됐다.
특히, 오염수 방류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8.6%가 '우려된다'고 답해 28.9%인 '우려되지 않는다'의 2배가 넘었다.
오염수 방류가 재개됨에 따라 국내 반대 목소리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로 일본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5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2차 해양 방류,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규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환경운동연합 등 99개 국내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를 통해 우리 어민을 보호하고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일본 정부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즉각 제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이제 겨우 한 번 오염수를 버렸을 뿐인데 바다에 변화가 생기고 시설 설비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오염수 투기가) 과학적이고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거짓말을 믿어주고 싶어도 도저히 믿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할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고 오염수 해양 방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와 협력해 원전 폐로를 진행하고 오염수를 육상에 보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지속 "핵 쓰레기를 퍼뜨리는 불량국가"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지속하며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관영지는 일본을 '불량 국가'라며 이웃국 뿐만 아니라 자국민에 대한 배려 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4일 중국 관영지인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싱크탱크 타이허연구소의 아이너 탕겐 선임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수많은 대안이 제시됐지만 일본 정부는 살펴보지 않고 거부했다. 녹아내린 노심에 노출된 원전 오염 폐수의 방류는 앞으로 30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이웃국이나 국민을 고려하지 않고 핵 쓰레기를 퍼뜨리는 불량국가 행세를 하고 있다.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 국제 언론은 일본, 한국, 중국, 미국,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와 강력한 반대를 폄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인들의 주식(主食)은 해산물이다. 남태평양 앞에도 모자라 자신들의 뒷마당에도 쓰레기를 버린 꼴"이라며, "이제 일본에서 해산물 가격은 상승할 것이며 일본 내 어업은 심각한 쇠퇴를 겪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수천 명에게 생계를 제공하고 일본 경제에 수십억 달러를 가져다준 산업이 몰락하고 많은 어부들이 생계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방사능 오염 여부 조사 나서.. 수산물 수입 금지 카드도 '만지작'
1차 방류 당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러시아도 방사능 오염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전담팀을 극동 지역에 파견하고,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를 저울질 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라드뉴스와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지부(FEB RAS)는 "연해주에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면서 "11월1일까지 다양한 방면의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해양과 대기, 토양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광범위하게 조사한다.
먼저 오염수가 유입되는 알래스카와 캄차카 해역을 따라 해양 조사를 확대한다. 이 곳은 오호츠크해, 캄차카, 연해주에서 잡히는 물고기들이 서식한다.
또, 라이다(LiDAR) 기술을 활용해 약 90㎞ 상공에서 대기 중의 화학 성분을 확인하고, 토양 조사를 위해 현장 탐사를 조직하고 예측 모델을 계산한다.
블라드뉴스에 따르면 이에 앞서 러시아는 일본 오염수 방류 바닷물이 유입되는 러시아 5개 어업 수역에서 총 31만7000t에 대한 수산물 샘플 164개를 검사했다. 그 결과 샘플에서 기준 이상의 방사능 수치는 검출되지 않았다.
나아가 러시아는 중국에 이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는 일본에 수소 방사성 동위원소인 삼중수소(트리튬) 잔량을 포함해 측정 방법에 대한 정보를 10월16일까지 제공하라고 요청했으며, 수산물 금수 조치는 일본과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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