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부주의' 주장 받아들여…재판부 "부정한 목적 인정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개인 사업을 위해 퇴사하면서 반도체 공장 관련 영업비밀을 반납하지 않았다가 구속기소된 전직 삼성전자 협력사 직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된 A(52)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후배 B(46)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A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초순수 수처리시스템 배관 시공을 하는 협력사에서 18년간 근무하다가 2018년 퇴사해 B씨와 반도체 공장 공사현장 인력관리 플랫폼 개발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근무 당시 삼성전자 평택공장의 초순수 수처리시스템 설비 배치와 연결 정보가 포함된 도면 등을 외장하드에 저장했다가 이를 반납하지 않고 퇴사했다.
검찰은 이들이 새로 차린 회사 업무에 활용할 목적으로 외장하드를 반납하지 않고 산업기술을 유출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퇴직 전부터 반도체 공장 관련 사업을 계획했던 A씨 등이 퇴사할 때 영업비밀이 담긴 모든 자료를 삭제하거나 반납해야 한다고 통지받았음에도 고의로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법원은 검찰 수사 단계이던 지난해 7월 검찰이 A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1심 사건을 맡은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단순 부주의로 퇴사하면서 외장하드를 가지고 나왔을 뿐,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삼성전자 등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 없었다는 A씨 등의 항변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영업비밀이 담긴 파일을 유출해 보관하려는 고의와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특히 "피고인들이 퇴사 후 설립한 회사는 인력관리 플랫폼 개발 사업을 했을 뿐, 반도체 공장 설계·시공과 관련된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A씨 등이 외장하드에 저장된 파일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거나 사업에 활용하려 했다고 볼 만한 근거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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